[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고집 센 남자와 변덕스러운 여자

2015. 12. 12. 00:2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형경 소설가

그녀는 그가 주장하는 자기 방식에 지쳤다고 말했다. 짧은 연애 끝에 결혼했는데 결혼 후 그는 그녀의 모든 것을 자기 뜻대로 바꾸고자 했다. 그녀의 부엌살림과 가계부, 만나는 사람과 옷차림까지 자기 의사를 강요했다. 연애 기간에는 배려나 사랑처럼 보였던 행위가 생활의 일부가 되자 숨을 막았다. 결혼 1년 만에 그녀는 그를 떠났다. 여자들은 가끔 묻는다. 남자는 왜 그토록 자기 방식만을 고집하는가. 물론 남자들도 묻는다. 여자는 왜 변덕스러운가. 아침저녁으로 말이 바뀌고 행동이 다른가.

 “생의 성패는 불안을 관리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자주 이야기한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불안, 공포 등의 감정과 함께한다. 인간의 영·유아기를 집중 연구한 정신분석학자 멜라니 클라인은 생후 6개월 이전의 아기가 격렬하게 울곤 하는 이유를 원초적 불안과 공포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 인간의 성격이나 성향은 유아기 불안을 어떻게 달래주었는가에 좌우된다. 성장하면서 아기는 원초적 불안감에 더해 현실적인 불안감까지 안게 된다. 사랑하는 대상을 잃을까 봐, 신체적 상해를 입을까 봐(거세) 두려워한다. 낯선 것,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공포심도 생겨난다. 불안감이 그때그때 해소되지 못하면 내면에 고착되어 이후 발달 단계에 영향을 미치고 마침내 성인의 삶을 좌우한다.

 남자의 고집도, 여자의 변덕도 불안감이 표현되는 서로 다른 방식이다. 고집스러운 남자는 자기가 안전하다고 믿는 방식을 고집하면서 다른 길을 외면한다. 모호하고 검증되지 않은 길로 나설 용기를 내지 못한다. 변덕스러운 여자는 선택해야 하는 일 앞에서 무수한 갈등을 겪는다.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나 손해를 경험하게 될 것 같다는 걱정 밑바탕에는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다. 한 여성이 머리핀을 사기 위해 모든 진열 상품을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삼십 분쯤 갈등하다가 끝내 빈손으로 돌아서는 모습을 목격한 일이 있다. 그녀는 물건을 살 때마다 사고가 마비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고백했다.

 고집 센 남자, 변덕쟁이 여자의 행동을 추동하는 힘은 불안감이다. 하지만 그들은 일상 속에서 불안이라는 감정과 접촉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건강한 편이다. 불안감을 성공적으로 방어한 사람들은 대체로 중독 물질을 동원해 목적을 이룬다. 그들은 불안을 방어하기 위해 생각하는 능력, 창의력, 생의 에너지까지 억누르면서 삶 전체를 옭아맨다. 친밀한 대상을 좌절하게 하고 내 편인 사람을 떠나보낸다.

김형경 소설가

아마존·태평양 바닷속,
안방서 즐기는 오지탐험

中 홀린 김정은 '모란봉 외교'···공연 전부터 '대박'

[단독] '김정은 첫사랑' 현송월, 미모 보니···?

[단독] 최경환 "제대 시켜주나요" 박 대통령 대답이···

'살충제사이다' 할머니, 무기징역···"약 안탔다" 고함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