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中國] '선망의 직업' CCTV 아나운서 잇단 사직..反부패 드라이브에 "못살겠다" 그만둬
중국은 여성 앵커에 대해 항상 ‘미녀’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남성들도 마찬가지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웬만큼 얼굴이 알려진 앵커는 연예인과 같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외모는 물론 학력과 언변까지 갖춘 재원들이기 때문에 최고의 신랑, 신붓감으로 꼽힌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런 선망의 직업을 스스로 버리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중국 관영 CCTV의 간판 여성 아나운서 장췐링(42)은 지난 9월 9일 전격적으로 퇴사를 발표해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줬다. 그녀는 이날 미니 블로그인 웨이보를 통해 “오늘 이후 나의 신분은 아나운서가 아니다”라며 “인생의 후반부엔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그녀는 사모펀드로 옮겨 창업 투자 업무를 시작할 계획이다.
지난 1997년 입사해 기자 생활을 거쳐 2000년부터 ‘동방시공’ ‘인물주간’ 등 CCTV의 대표 뉴스 프로그램을 진행한 장췐링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두터운 신뢰를 받아온 간판 아나운서였다. 갑작스러운 결정과 관련해 그녀는 웨이보에 “이제 벌써 42살인데 사고가 굳어버리기 전에 CCTV라는 어항을 벗어나고자 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보다 일주일 전인 지난 9월 2일에는 남성 아나운서 랑용춘(44)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 역시 뉴스 프로그램 ‘신문연보’를 진행하던 간판급 앵커였다. 1996년 입사해 19년간 CCTV에 몸담았고, 특히 여성 팬들이 많기로 유명했다. 그가 사직한 데는 경제적인 문제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5년 전 아내가 유선암에 걸리자 2013년 해외로 보내 치료하기 시작했는데 아나운서 월급으론 외국 생활을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랑용춘은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가정의 특수한 사정 때문에 그만두는 것”이라고 동료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中 간판 아나운서들 잇따라 퇴사
외부행사 금지·수입 감소에 기업行
이에 앞서 지난 7월에는 또 다른 아나운서 리샤오멍(42)이 사직서를 냈다. 1996년 입사한 뒤 ‘24시’ 등의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한 그녀도 최고 아나운서에게 주어지는 상을 수상하는 등 간판 앵커로 활약해왔다.
중국을 대표하는 방송사에서 간판급 아나운서들이 잇따라 사직한 것은 결국 경제적인 동기로 풀이된다. 다른 정부기관과 마찬가지로 관영 CCTV도 지난 2013년 본격화된 반부패 개혁 이후 외부 행사 진행 등 ‘과외소득’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직에 대한 급여와 복지도 축소돼 내부 동요가 일었다.
게다가 CCTV에 대한 이미지도 최근 몇 년간 크게 나빠졌다. 신중국 건국 이후 상무위원급으론 처음 사법처리된 저우융캉 정법위 서기가 CCTV 미녀 아나운서와 기자 20여명을 정부로 뒀다는 루머가 끊이지 않았고 실제로 이름이 거론된 몇 명은 회사를 그만두기까지 했다. 배우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 인기 남성 앵커 루이청강(38)은 올 들어 링지화 전 통전부장이 비리로 체포된 뒤 링지화의 부인 구리핑(58)과의 치정 행각이 드러나고 결국 CCTV에서 퇴사했다. 구리핑을 비롯해 고관들 십여 명이 루이청강을 공동의 정부로 뒀다는 루머가 SNS를 통해 확산되기도 했다.
사실 아나운서들의 대량 이직 사태는 CCTV뿐 아니라 전체 중국 언론이 처한 과도기적 위기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 볼 수 있다. 방송이건 신문이건 인터넷과 모바일에 뉴스 공급 주도권을 빼앗긴 뒤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보상마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관영 매체들도 중견급 기자들이 회사를 그만두고 알리바바와 텐센트 같은 인터넷기업으로 옮기는 사례가 빈번하다. 주류 관영 매체에서 10~15년 경력을 쌓은 기자나 아나운서가 민간 기업으로 이직할 때 연봉이 최소 5배 이상 뛰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영 언론에 대한 공산당과 정부의 통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인터넷과 모바일에 자리를 내준 중국 언론인들의 이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wonny@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25호 (2015.09.16~09.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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