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창용 "난 창욜, 제공권 좋은 단신 센터백이란 뜻이죠"

[풋볼리스트=부산] 허인회 기자= 이창용(성남FC)이 센터백으로서 키가 크지 않더라도 프로 무대에서 뛸 수 있다며 본보기가 되기를 자처했다.
이창용은 성남에서 센터백 자원으로 중용되고 있다. 180cm로 센터백치고 다소 작은 키인데도 불구하고 12라운드 베스트 11에 선정되는 등 좋은 기량을 선보였다. 어린 시절 키 때문에 겪은 어려움도 존재했다. 포지션 변경까지 고민했지만 카를레스 푸욜, 칸나바로 등 세계적인 단신 센터백들의 플레이를 보고 꿈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지난 시즌 코너킥 상황에서 3골을 기록하는 득점력까지 선보였다. 베스트 11에 뽑힌 12라운드 수원전에선 후반 36분 헤딩 결승골로 승점 3점을 가져갔다. 이창용은 작은 키를 보완할 수 있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밝히며 키가 작은 어린 센터백들도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 지난 시즌 주로 스리백의 오른쪽 스토퍼 자리로 출전했다. 2차 전지훈련을 진행하고 있는데 올해 역할도 같을 것으로 보나?
아마 그럴 것 같다. 현재 새로운 선수들이 많고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 중이다. 스리백 조합이 어떻게 구성될지가 중요하다. 감독님께선 수비에서 중심 잘 잡아두고 빌드업하는 공격 전개를 강조하신다. 수비가 빌드업의 시작이기 때문에 어떤 패스로 누구에게 뿌리는지 선택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코칭스태프 쪽에선 여러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 경기장에선 개인의 역량이 중요하다.
- 성남 빌드업 패턴은 복잡하고 다양하다. 리차드처럼 새로 온 선수들은 익히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나도 익숙해지는데 어려웠다. 지금 2년 차인데 3년은 해야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1년 차가 끝날 때쯤 어느 정도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올해 동계훈련을 해보니 아직 미숙한 부분이 많더라. 리차드는 울산현대에서 같이 뛴 적 있다. 그때 내가 리차드를 보며 수비수로서 많이 배웠다. 처음에는 헷갈릴 수도 있지만 선수의 퀄리티를 봤을 땐 무리 없이 수행할 수 있을 것 같다.
- 평소 인터뷰와 SNS를 보면 감사한 게 아주 많은 것 같다. 일부러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하기 위해 감사하며 사는 건가?
맞다. 대답이 길어질 것 같지만 설명해드리겠다. 프로에 온 뒤 제일 힘들었을 때가 1년 차였다. 신인 선수들 모아두고 진행한 오리엔테이션에서 프로는 정글의 세계라고 들었다. 당시 강자는 살고 약자는 퇴보하며 죽는다고 이해했다. 한 마디로 호랑이가 돼야 했다. 6개월 정도 지나니까 매일 아침 일어나는 게 너무 두렵더라. 훈련하는 것, 경기장 나가는 것 모두 즐겁지 않았다. 정글 세계에서 나는 호랑이가 아닌 사슴인 것 같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당시 5년 계약을 했는데도 축구를 오래 못하겠다고 느껴졌다. 3년만 채워도 선방한 것으로 생각하며 서점에 가서 재테크를 공부했다. 다른 길을 미리 알아두려던 것이었다. 당시 아버지께서 벌써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 없다며 내 마인드를 바꿔주셨다. 아버지께서 하셨던 말씀을 써먹었다. 실력과 관계없이 '나는 잘 하고 있다'고 계속 주문을 걸었다. 힘든 일이 찾아왔을 때 되받아치는 힘이 생기더라. 지금도 마찬가지다. 부상을 당했을 때나 경기를 뛰지 못했을 때 '나는 몇 년 전에 이미 그만뒀어야 했어. 하지만 아직까지 축구를 하고 있잖아'라고 스스로 이야기한다. 실제로는 사슴인데, 생각을 호랑이로 바꾼 게 지금까지 내가 축구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 지금 당장 감사한 것 3가지를 꼽아 볼 수 있나?
하루에 감사한 것 3가지를 꼭 생각한다. 부상 없이 축구할 수 있는 것, 임신한 아내가 딸까지 키우느라 고생하고 있는 것, 성남에서 축구를 하고 있는 것. 오늘은 이 3가지로 정했다. (작년 7월 수원전이 끝나고 김남일 감독에게 감사하다고 한 적 있다. 딸 출산할 때 보내줘서 감사드린다고.) 기억난다. 곧 태어나는 아기를 위해 또 그런 감사함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 인물사전을 보니 이창용 선수의 여성팬이 유독 많은데, 누군가 이유를 모르겠다고 적어뒀더라. 나도 궁금하다.
봤다. 인스타그램에 해당 글을 캡처해 올린 적도 있다. 이유 모르겠다고 쓰신 분 소환사의 협곡(인기 게임 LOL 맵 이름)에서 만나자고 했다. 근데 이렇게 한 게 또 설명으로 달리더라. 누가 지켜보고 있는 건가? 재미있어서 좋았다. 다른 것보다 팬들과 만나면 대화를 많이 했던 게 좋게 작용한 것 같다. 처음에는 사인하는 것도 창피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감사한 마음이 커지더라. 누가 날 알아보시면 몇 마디라도 꼭 나누려고 한다. 사실 결혼하고 나선 여성팬이 많이 줄어들었다. 선물도 훨씬 적다.
- 딸을 '쏘니'라고 부르더라. 태몽이 손흥민이라 태명을 그렇게 지은 걸로 알고 있다.
아내가 임신하기 전 일면식도 없는 손흥민과 대화하는 꿈을 꿨다. 근데 아내 배가 나오기 시작했다. 아내는 임신 아니라고 했는데 내가 봤을 땐 무조건 임신 같았다. 확인해보니 임신을 한 게 맞았다. 주장 서보민한테 말했더니 '쏘니'라고 부르더라. 마음에 들어서 그렇게 정했다. (미래의 국가대표 선수를 기대해도 되는 건가?) 좋아하면 시켜 볼 계획이다. 일단 운동신경은 좋다. 또래 아기들과 달리 무려 8개월부터 걷기 시작했다. 힘도 센 편이다. 축구 아니면 배구도 시켜보고 싶다.
- 해피 바이러스 느낌이다. 관련된 별명이 있을 것 같은데.
'긍정 창용' 등 비슷한 별명이 있다. 팀을 옮길 때마다 별명이 달라진다. 용인대 시절에는 머리를 짧게 하고 웨이트 운동을 많이 했다. 그땐 '왕기춘'이었다. 내가 프로 7~8년까지 자동차 니로를 타고 다녔다. 최근에는 딸이 생겼기 때문에 GV80을 장만했다. 이제 'GV창용'이다. 또 있다. 내 인스타그램 아이디에 푸욜이 있는데 이거 때문에 '창욜'이라고도 불린다. 어릴 때부터 키가 작은데 센터백을 봤다. 그 시절에는 수비수의 피지컬이 워낙 중요했기 때문에 보고 배울 사람이 푸욜, 칸나바로 정도였다. 단신인데 세계적으로 알려준 선수였기 때문에 닮고 싶었다.
- 키가 작은데도 센터백으로서 프로까지 진출했다.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어린 센터백들에게 해줄 말이 있을 것 같다.
내가 푸욜을 보고 축구를 계속할 수 있었다. 푸욜이 없었다면 포지션을 변경하려고 했을 텐데. 학창 시절 코치님들이 나를 꼭 수비수로만 세우셨다. 프로에 처음 왔을 땐 나랑 비슷한 키의 센터백이 종종 보였다. 이젠 잘 없다. 평균 신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런 애들이 발밑도 좋다. 하지만 키가 작아도 해낼 수 있다. 내가 했던 고민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면 나를 한번 봤으면 좋겠다. 나를 따라 하라는 말이 아니다. '쟤도 하는데 나라고 못하겠어?' 정도로만 생각해 줘도 좋다.
- 단신인 것치고 헤딩을 잘 한다. 수비 시 제공권도 상당히 안정적인 편이고, 헤딩골도 많다. 노하우를 전수해 줄 수 있나?
제공권 통계지표를 보면 항상 70% 정도 성공한다. 제공권 성공률이 낮다면 내가 할 말이 없을 것 같은데 그게 아니다. 크로스 상황의 실점도 거의 없다. 키가 큰 공격수가 와도 항상 경합을 시도한다. 그냥 뛰면 안 되니까 몸으로 비빈다. 수원전 득점도 그렇게 했다. 상대 선수의 몸을 이용해 추진력을 받아 더 높이 뜬다. 푸욜, 칸나바로가 하는 걸 보고 배웠다. 그들도 항상 그렇게 헤딩 경합을 하더라. 아, 울산 시절 관련된 일화가 하나 있다. 리차드도 키가 작은 편이다. 근데 경기를 잘 하고 있다가도 제리치 같은 장신 공격수가 출전하면 키 때문에 교체 아웃될 때가 있었다. 그때 엄청 화내곤 했다. 상대 편 입장에선 계속 파고들 수도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해는 한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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