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위해..특수공작 중 사망한 '이름없는 별' 19명
①국가정보원 요원의 현실
첩보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임무

2018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을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중앙 현관에 있는 ‘이름 없는 별’ 조형물이었다. 당시 검은 돌 위에는 18개의 별이 새겨져 있었다. 이 별은 1961년 중앙정보부 창설 이후 대북 임무 등을 수행하다 숨진 요원 수를 가리키는 것이다.
이들이 ‘이름 없는 별’로 새겨지는 이유는 국정원 임무의 특수성 때문이다. 이름이 공개되면 이 요원이 하던 임무가 공개될 수밖에 없다. 순직 요원에 대해선 국정원 내부적으로 지원이 이뤄진다. 업무 성격상 성공해도 자랑할 수 없고 실패해도 변명할 수 없어 요원들끼리는 “실패한 스파이는 화려하고, 성공한 스파이는 따분하다”는 자조 섞인 얘기를 나눈다고 한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에도 작전 중 숨진 요원을 별로 새겨 기리는 ‘추모의 벽’이 있다.

희생요원 중 유일하게 실명이 공개된 케이스가 최덕근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다. 현지에서 북한의 달러 위조와 마약 밀매를 추적하던 최 영사는 1996년 10월 북한 공작원으로 추정되는 괴한에게 피살됐다. 당시 몸에선 북한 공작원들이 만년필 독침에 주로 사용하던 독극물이 검출됐다. 희생된 요원들은 최 영사처럼 북한 관련 임무 도중 습격을 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무 도중 순직한 국정원 요원 수는 당초 50여명으로 알려졌었지만 이병호 전 원장이 “공적을 제대로 평가하라”는 지시에 따라 심사를 받았다. 실제 임무공작을 하거나 특별공작을 하다가 숨진 것이 맞는지 엄격하게 판단하라는 취지다. 지금도 숨진 요원들은 일정한 심사를 거쳐야 순직을 인정받을 수 있다.
북한에서 남파한 간첩도 고도의 훈련을 받은 인물들이다. 따라서 이들을 잡는 데 엄청난 시간과 정보가 필요하다. 물리적인 검거 과정도 쉽지 않다. 1995년 ‘부여간첩’ 김동식 검거 작전에 투입됐던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30일 “사람이 시간당 이동할 수 있는 거리 등을 계산해 포위망을 쳤는데, 지형이 산이었는데도 이미 포위망을 넘어 멀찌감치 이동해있었다”며 “다리에 총을 쏘지 않았으면 못 잡았을 것”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쫓던 간첩을 사살하면 모를까 놓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게 요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탈북자로 위장한 경우에는 탈북자로부터 축적해둔 정보를 활용한다. 황장엽 암살조 검거 당시가 그랬다. 일반 탈북자들과 함께 제3국을 거쳐 입국한 북한 정찰총국 소속 동명관과 김명호는 국정원 심문 과정에서 탈북자들이 제공했던 정보를 기반으로 출신 학교와 고향 등을 캐묻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해 간첩임이 탄로났다.

2018년 역대 최대 규모인 ‘필로폰 112㎏ 밀반입’ 적발도 국정원 첩보에 기반한 것이다. 철저하게 역할을 분담하고 현금만 사용하는 대만의 마약밀매조직 ‘죽련방’이 커피숍 등 서울 곳곳에 필로폰을 분산 보관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국정원은 이를 서울지방경찰청과 관세청에 전달했고, 용의자를 특정해 뒤를 쫓은 끝에 우리나라에 밀반입된 필로폰 112㎏을 찾아냈다. 112㎏은 370만여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임무 자체가 상대의 정보를 빼내는 것이다 보니 쫓고 쫓기는 일이 부지기수다. 해외에서 특수임무를 수행하다가 누군가로부터 추적당한 경험이 있는 한 요원은 그동안 임무를 수행하며 자신이 수집해온 모든 자료를 밤새 파기한 뒤 겨우 귀국했다. 한 국정원 관계자는 “요원들이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더티워크(더러운 일)’”라며 “국가안보를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 하나로 버틴다”고 말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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