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내는 리모델링..재건축보다 쉽지만 조합원 분담금 따져봐야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강화하면서 서울, 수도권 곳곳에서 아파트 리모델링이 속도를 내는 중이다. 주요 단지마다 리모델링 사업성을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는가 하면 건설사들도 리모델링 수주에 안간힘을 쓴다.

▶용산, 1기신도시 등 리모델링 추진단지 늘어
서울 강북권 부촌으로 꼽히는 용산구 이촌동에서는 리모델링 조합 설립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이촌한가람 리모델링추진위원회는 지난 3월 초 조합설립동의서 접수를 시작해 현재 동의율이 40%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하려면 주민 동의율이 3분의 2, 즉 66.7%를 넘어야 한다. 인근 이촌코오롱아파트도 조합설립동의서 접수를 시작해 동의율 40%를 넘어섰다. 강촌아파트 역시 리모델링 조합 설립에 나설 방침이다.
이들 단지 리모델링이 속도를 내면서 집값도 연일 상승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한가람 전용 114㎡는 지난 3월 22억5000만 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매매가가 20억 원에 못 미쳤지만 리모델링 기대에 시세가 급등했다.
마포구 일대에서도 리모델링 추진 단지가 적잖다. 2003년 말 준공한 마포구 상암월드컵파크2단지는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를 만들고 리모델링에 나섰다. 주민 동의율이 40%를 넘어 조합 설립, 시공사 선정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리모델링 호재에 상암월드컵파크2단지 전용 59㎡는 올 들어 11억1000만 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9억 원 안팎에 거래됐지만 올 들어 가격이 급등하는 분위기다.
재건축 추진 단지가 많은 강남권에도 리모델링 단지가 적잖다. 쌍용건설 컨소시엄(쌍용건설, 포스코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대우건설)은 최근 공사비 8000억 원에 달하는 서울 송파구 가락쌍용1차아파트 리모델링 공사를 수주했다. 이 단지는 24층, 14개동, 2064가구 규모로 리모델링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단지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거쳐 2373가구로 탈바꿈한다. 쌍용건설은 앞서 지난 3월 현대엔지니어링과 4500억 원 규모의 광명철산한신 리모델링도 수주했다.
수도권 1기 신도시에서도 리모델링 추진 단지가 꽤 많다. 성남시청에 따르면 야탑동 매화마을2단지는 최근 리모델링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구미동 무지개마을4단지 역시 리모델링 사업승인을 받았다.
군포 산본, 안양 평촌신도시에서도 리모델링 바람이 부는 중이다. DL이앤씨는 최근 산본 우륵아파트 리모델링 시공사로 선정됐다. 지하 1층~지상 25층, 15개 동, 1312가구인 이 단지가 리모델링을 통해 지하 3층~지상 25층, 17개 동, 총 1508가구로 탈바꿈한다.
리모델링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간단히 말하면 재건축보다 사업이 수월한 덕분이다. 재건축은 주민의 75%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리모델링은 동의율이 66.7% 이상이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추진 가능 연한도 준공 후 15년으로 재건축(30년)의 절반에 그친다.
게다가 재건축은 안전진단 D등급 이하라는 조건이 붙는다. 하지만 리모델링은 수직증축의 경우 B등급, 수평 별동증축은 C등급 이상이면 가능하다. 리모델링은 기부채납, 임대주택 의무비율 등 재건축에 적용되는 규제에서도 벗어나 있다. 이 때문에 용적률이 높거나 가구당 대지지분이 작아 재건축이 어려운 단지라면 리모델링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다만 리모델링은 재건축보다 사업성이 낮아 기대만큼 시세차익을 올리기 어렵다는 우려도 적잖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리모델링을 추진하면 재건축처럼 일반분양 물량을 늘리기 어려워 예상보다 조합원 분담금이 커질 수 있다. 재건축과 비교해 사업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리모델링이 재건축을 대신할 만능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의미다.
[글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 사진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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