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단 끝, 13일부터 하리라야 이드 알피뜨르 시작
[조마초 기자]
이슬람 국가에서 라마단을 열 차례 정도 지냈던 것 같다. 호텔에서 아침을 든든히 먹고 나와야 마그립 때까지 견딜 수 있다. 이방인이 드문 관광지가 아닌 곳에선 다들 굶고 있는 분위기에 나 혼자 무슬림이 아니라고 식사하기가 어색해 종종 낮 시간에 같이 금식도 해봤다.
라마단 때 이슬람국가는 매일 임삭(일출 기도)과 마그립(일몰 기도) 시간을 알려준다. 그래야 무슬림들이 임삭 전에 일어나 기도하고 아침을 먹으며 하루를 계획할 수 있다.
|
|
| ▲ 말레이시아 쿠알라 룸푸르에서는 마그립이 되자 사람들이 메르데카 광장에 모여 앉아 라마단 저녁 만찬을 즐기고 있다. |
| ⓒ Chong Voon Chung |
|
|
| ▲ 라마단 기간 중 백화점, 마트나 바자, 노점 등에서 가장 많이 파는 게 말린 대추야자다. 그런데 요즘은 가격도 그다지 싸지도 않다. |
| ⓒ Open Food Facts |
대추야자 나무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약 150년을 살며 해마다 40~70kg 정도의 열매를 맺는다. 열매를 말리면 달달한 대추야자가 된다. 이슬람권에서는 열매를 많이 맺는 나무 한 그루가 우리 돈 200만 원이 넘는다. 또, 급부상하는 천연자원으로 대추야자 나무에서 추출한 팜오일은 친환경 신생에너지다. 요즘은 동남아시아뿐 아니라 북아프리카 등 이슬람 국가의 대규모 플랜테이션 농장에서 수만 그루를 재배해 열매와 기름을 수출하고 있다. 이것도 석유처럼 '알라의 선물'이다.
대부분 식탁 위엔 주전자와 물받이가 놓여 있고, 식당 한편엔 손 씻는 공간이 있다. 오래 전부터 무슬림은 국수나 수프가 아니면 오른손으로 음식을 먹어 식사 전, 후 오른손만 물로 씻는다. 서양에서도 빵은 손으로 뜯어먹는다.
왼손은 배변에 사용한 후 물로 씻는다. 배변 후, 물이나 조약돌 등으로 닦아야 한다는 하디스(무함마드의 언행록) 27절을 무슬림들은 현대에도 대부분 따른다. 그래서, 이슬람권 호텔이나 화장실엔 휴지는 없어도 수도와 연결된 물 호스는 꼭 달려 있다. 요즘은 휴지도 많이 사용한다지만 아직도 이슬람권을 경유하는 여객기 화장실 바닥은 종종 물이 흥건해 진다.
이슬람 국가 길거리에 개들이 자주 보인다. 그러나, 무슬림은 원칙적으로 개를 기르거나 만지면 안된다. 첫 번째 이유는 무조건 예언자 무함마드의 가르침이다. 대천사 성 미카엘을 보고 개가 짖었다, 개의 침이 비위생적이다 등이 그밖의 이유다. 요즘은 시대가 변해서 무슬림 집에 반려견도 보이고, 농장을 하는 내 친구는 야생동물의 침입을 막기 위해 사냥개 몇 마리를 키운다.
|
|
| ▲ 오랜만에 모인 가족, 친인척, 이웃, 지인 등 가져온 음식을 다 같이 놓고 먹고 마시고 즐긴다. |
| ⓒ Zharif Azis |
전통적으로, 하리라야에는 오랜만에 온 가족이 집에 모여 밤늦게까지 음식을 만드니, 우리네 추석, 기독교의 부활절 같은 분위기다. 다음날, 가족, 친인척, 지인의 집을 찾아 서로 가지고 온 여러 음식을 뷔페식으로 차린다. 그래서, 하리라야에는 "빈손으로 오는 사람도 없고, 빈속으로 가는 사람도 없다"는 농담이 생겼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전문 음식공급업체가 가장 바쁠 때다. 다양한 규모의 식단과 집 앞마당에 천막과 식탁, 의자 등을 설치해주고 설거지 할 필요도 없으니 여성들이 좋아한다. 아침부터 온종일 열 곳 넘게 돌아야 하니 아주 조금씩만 먹어야 하는데, 내가 멋모르고 첫 집부터 막 먹어 대서 몇 집도 못 가 배가 불러 소화제 먹고 종일 고생한 적도 있다.
왕궁과 총리, 장·차관, 기업가, 유명인 등 평소 보기 힘든 이들의 집도 대문을 활짝 열고 손님을 맞는다. 브루나이 술탄은 모든 방문객에게 두잇 라야를 준다.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두잇 라야는 원래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이 하리라야 때라도 굶지 않게, 또 아이들이 예금과 돈 관리의 가치를 배우게 하는 기부문화다. 그래서, 하리라야 때 친인척, 지인의 집을 방문하면 제일 먼저 문을 열고 반기는 건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또 동네 집마다 돌며 두잇 라야를 챙긴다.
문제는 아이들에게 주는 돈의 단위가 점점 커져 부담도 커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부모는 많이 받았으니 주지 말라고 미리 손사래를 치면 아이들 입이 튀어나온다. 보통 가정 당 자녀가 네다섯이니 손님들도 몇 집 돌았더니 봉투가 바닥났다는 핑계가 통한다.
원래 무슬림은 자신 재산의 2.5%를 기부하는 이슬람의 자캇을 실천한다. 그런데, 중국인들이 새해에 붉은 봉투 홍빠오에 돈을 넣어 어린이, 노인 등에게 주는 풍습을 보고, 하리라야 때 돈을 넣은 녹색 봉투를 아이들과 노인들에게 줬다. 그러자, 인도인들도 힌두교 디왈리 축제 때 선호하는 노란색 봉투에 돈을 준비한다.
|
|
| ▲ 지금은 은행 등에서 나눠주는 봉투를 청색, 검은색 등으로 통일해 종교색 구분을 없앴다. |
| ⓒ 조마초 |
외국인인 나를 대접한다는 핑계로 같이 점심을 먹은 현지인 친구들과 헤어져 택시를 타니 포장 음식이 보인다. 종일 굶은 무슬림 기사는 마그립 때도 승객을 태워야해 미리 샀단다. 노점과 작은 식당 앞에는 포장 음식을 기다리는 고단한 얼굴의 긴 줄이 보인다. 어디서나 종교의 규율을 착실하게 따르고 지키며 고생하는 건 그저 서민들뿐이다.
하리라야 때는 보통 2주 정도 휴가를 보냈지만, 올해도 코로나 팬더믹 상황에 지난해와 같이 주 경계를 넘어 고향을 방문하거나 5인 이상 집합은 금지다. 많은 사람은 고향 방문, 가족과 해후, 어머니의 손맛도 참아야 한다.
"슬라맛 하리라야(행복한 축하의 날)"라며 집안 어른의 손등에 입을 맞추고 그 손을 자신의 이마에 대는 무슬림식 친밀한 인사도 못 한다. 그냥, 영상 통화로 인사하고, SNS 속의 라마단 식단 사진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해가 떨어지면 집 주위와 크고 작은 식당, 쇼핑몰, 빌딩 벽면, 가로수, 울타리 등 도시 전체에 형형색색 LED 전구들의 하리라야 불빛들이 밤새 화려하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고소득자 쥐어짜는 세금? '한국경제'가 감춘 진실
- 성범죄 저질러도 '군인'은 ○○ 면제? 기막힌 특혜 조항
-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 위한 '강서 어벤져스' 활약, 놀라워"
- "공매도 세력, 아직 날카로운 발톱 숨기고 있을 뿐"
- 다음 팬데믹은 아마존? 심상치 않은 징후들
- 50일의 약속... 문 대통령이 '일상회복' 호언장담한 이유
- 여자프로골퍼 KLPGA 212번, 농사 짓고 있습니다
- 김기현 "소통 아닌 분통의 장, 열린우리당 기시감"
- 이재정 교육감 "공수처 첫 수사대상이 조희연, 누가 이해할까?"
- 박완주 "중대재해법 시행령, 산업안전청에 속도낼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