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 차석용의 매직..M&A로 '프리미엄+디지털' 결실

김경민 2021. 5. 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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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석용 매직’은 코로나19 위기보다 훨씬 강했다. 차석용 부회장이 이끌어온 LG생활건강이 지난해에 이어 올 1분기에도 사상 최고 분기 실적을 경신하면서 비결에 관심이 쏠린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LG생활건강 실적 날개

▷영업이익 64분기째 성장

LG생활건강은 올 1분기 매출 2조367억원, 영업이익 3706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7.4%, 11% 늘어난 규모다. 매출은 2005년 3분기 이후 61분기째, 영업이익은 2005년 1분기 이후 64분기째 성장하면서 명실상부한 ‘차석용 매직’을 이어갔다.

LG생활건강 실적이 날개를 단 것은 뷰티, 생활용품, 음료 등 견고한 3대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데다 럭셔리 화장품 육성이 빛을 발한 덕분이다. 코로나19 위기에도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면서 ‘프리미엄’과 ‘디지털’의 투트랙 전략이 효과를 봤다.

실제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중국 화장품 소비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뷰티 부문 실적이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1분기 뷰티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한 1조1585억원, 영업이익은 14.8% 늘어난 2542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지난해 LG생활건강의 뷰티 사업 영업이익은 2019년 대비 8.3% 감소한 8228억원에 그쳤지만 올 들어 반전한 셈이다.

특히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후’의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해 화장품 실적 개선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국내 1위 화장품 브랜드 ‘후’는 지난해 2조6100억원 매출을 올려 2016년(1조2083억원) 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 ‘숨’과 ‘오휘’의 고가 라인인 ‘로시크숨마’ ‘더 퍼스트’도 1분기에 각각 40%, 64% 성장하면서 실적 상승세를 이끌었다. 중국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더페이스샵’ 역시 MZ세대 타깃의 마케팅 전략 덕분에 온라인 채널에서 인기다. 한유정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LG생활건강의 중국 화장품 시장 매출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38%에 달해 영업이익 증가세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생활용품 사업도 실적 상승세를 견인했다. 고가 소금 ‘히말라야 핑크솔트’, 탈모 샴푸 ‘닥터그루트’ 등 프리미엄 생활용품 브랜드 매출이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이커머스 직영몰을 확대하고 라이브방송 등 온라인 마케팅을 펼치는 등 디지털 채널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한 것이 주효했다. 덕분에 생활용품 사업 영업이익은 1년 새 1.4% 늘어난 662억원을 기록했다. 음료 사업 실적 역시 우상향곡선을 그렸다. 음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9% 증가한 501억원을 기록했다. 코카콜라, 몬스터 에너지 등 탄산음료 부문 매출이 성장세를 이끌었다.

1분기 실적이 날개를 달면서 올해 LG생활건강 전망도 밝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LG생활건강 매출이 8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앞서 지난해 매출 7조8445억원, 영업이익 1조2209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윤정한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프리미엄 화장품, 생활용품 등 수익성 높은 제품군 매출이 늘면서 올해 LG생활건강 영업이익은 1조4000억원으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차석용 매직’ 비결 들여다보니

▷공격적인 M&A와 ‘내진설계’ 주효

LG생활건강이 매 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차석용 부회장 경영 능력도 주목받는다.

차 부회장은 뉴욕주립대, 코넬대 MBA를 졸업하고 1985년 미국P&G에 입사했다. 한국P&G 사장, 해태제과 사장 등을 거쳐 2005년 LG생활건강 대표이사를 맡았다. 탁월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2012년 외부 인사 최초로 LG 계열사 부회장으로 승진해 ‘샐러리맨 신화’의 대표 주자로 떠올랐다. 무려 16년 이상 회사를 이끌어오면서 ‘직업이 CEO’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업계에서는 ‘차석용 매직’ 비결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한 수익 구조 다변화를 첫손에 꼽는다. 지금까지 LG생활건강이 진행한 M&A만 30여건에 달한다. 2005년 당시만 해도 LG생활건강 사업은 생활용품, 화장품뿐이었다. 그는 대표 취임 이후 2007년 코카콜라음료를 시작으로 다이아몬드샘물, 해태음료 등을 줄줄이 인수해 사업 구조를 생활용품, 뷰티, 음료 등 3대 축으로 바꿨다.

특히 M&A 전략을 활용해 매출 핵심인 화장품 부문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썼다. 색조 화장품 전문업체 바이올렛드림, 중저가 브랜드숍 더페이스샵, 코스메슈티컬(피부과 전문의가 만든 화장품) 브랜드 차앤박화장품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M&A에도 주력했다. 2019년 미국 화장품 회사 더에이본컴퍼니를 인수해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초석을 다졌다. 지난해에는 유럽 더마 화장품 대표 브랜드인 피지오겔의 아시아, 북미 사업권도 사들였다. 최근에는 프랑스 화장품 회사 코티와 함께 영국 명품 브랜드 버버리화장품을 수입, 판매하기로 했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칸타월드패널에 따르면 LG생활건강 화장품의 국내 럭셔리 시장점유율은 2018년 24.1%, 2019년 26%, 2020년 29.7%로 매년 증가해왔다.

보통 M&A를 많이 하다 보면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사례도 적잖지만 LG생건은 달랐다. 적자에 허덕이는 코카콜라음료뿐 아니라 사모펀드를 거치며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던 더페이스샵 등을 인수해 보란 듯이 기업가치를 높였다.

“기존 브랜드 이상의 수익성을 낼 수 있는 회사를 적정 가격에 인수하는 것”이 차 부회장의 M&A 철칙이다. 일단 검토 단계부터 인수팀을 구성해 회사의 문제점부터 파악한다. 인수 이후에도 3개월 내 미리 세워둔 정상화 과제의 80%를 이행해 신사업이 조기에 정착하도록 힘썼다. 그는 “내실 없이 몸집만 불리는 M&A는 위험하다. 큰 그림을 먼저 그리고 퍼즐을 맞추듯 꼭 필요한 분야의 회사를 인수해야 한다. 큰 그림에 대한 이해와 이를 실현할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덕분에 차 부회장은 ‘M&A의 귀재’ ‘미다스의 손’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차 부회장은 유연한 기업 문화 조성에도 힘썼다. 출퇴근 시간을 개인별로 조절하는 유연근무제를 일찌감치 도입하는가 하면 부회장 집무실 문을 항상 열어놓도록 했다. 임원이나 팀장이 아니더라도 누구든 필요하면 거리낌 없이 들어가 보고하는 것이 일상적인 풍경이 됐다. 또한 회의 횟수를 대폭 줄이고 필요한 회의는 모두 1시간 이내에 끝내는 등 간결한 회의 문화를 확산시켰다. 불필요한 회의 대신 그 시간에 ‘고객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자는 취지다.

특히 2007년부터는 ‘CEO 메시지’를 직접 작성해 직원들과 경영 목표를 공유해온 것이 화제다. 일례로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도쿄 시내에서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은 건물이었던 임페리얼호텔을 예로 들며 “외부의 충격에 대비해 내진설계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회사도 내진설계를 하려면 사업 흥망과 상관없이 발생되는 고정비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위에서 아래까지 커뮤니케이션을 간소화하고 핵심을 찌르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배양해 경영 스피드를 높여야 한다. 사업 포트폴리오가 합리적으로 조화를 이뤄야 외부 환경 변화 리스크를 완충할 수 있다.” 차석용 부회장의 지론이다. “100인 제품을 마치 150인인 것처럼 광고해 소비자를 기만하는 경우가 있다. 과장된 표현을 과감히 빼면 당장은 경쟁에서 밀릴 수도 있겠지만, 결국 소비자들이 진심을 알고 신뢰한다면 이보다 더 큰 미래를 위한 투자는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도 장수 CEO의 경영 비결로 새겨들을 만하다. 차 부회장의 ‘CEO 메시지’를 SNS에 소개한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는 “차 부회장은 술, 담배, 골프를 안 하고 업계 만년 2위를 1위로 키운 인물이다. 2005년부터 격주로 한 번도 미루지 않고 전 구성원에게 인사이트를 알리는 것은 힘든 일인데 그만큼 치열한 노력이 쌓였기에 지금의 LG생활건강이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07호 (2021.05.05~2021.05.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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