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나온 '설탕세'(Sugar Tax) 도입.."비만·성인병 막자"
설탕(당류)이 많이 들어 있어 비만 위험을 높이는 식품·음료 등에 세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설탕세’(Sugar Tax) 도입 논의가 한국에서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그간 학계에서 갑론을박이 이뤄졌던 이슈가 이제 정치권에서도 논의되기 시작해서다.
16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강병원·김두관·이수진(비례)·홍영표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9명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지난달 당류가 들어있는 음료를 제조·가공·수입하는 회사에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당(糖)이 100L당 20㎏을 초과하면 100L당 2만8000원, 16~20㎏이면 100L당 2만원 등 설탕 함량이 많을수록 더 많은 부담금을 물리는 식이다.

이들 의원은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이 1일 총칼로리 섭취량의 10%를 초과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비만은 39%, 고혈압은 66%, 당뇨병은 41% 높은 발병 위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세계보건기구(WHO)는 설탕의 과다섭취가 비만·당뇨병·충치 등의 주요 원인이며, 건강한 식품 및 음료의 소비를 목표로 보조금 등의 재정정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 바 있다”고 제안이유를 밝혔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설탕 섭취를 줄이는 것은 국민의 실천만으로는 어려우며 제조사들이 협조를 해줘야 한다”며 “가당(加糖) 음료에 대한 부담금 정도는 제조사들도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데 충분히 동참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에서는 “늘어나는 당류 섭취 추세 및 비만율 증가 추이를 감안할 때 국민의 식습관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 대안으로 설탕세의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설탕세 과세동향과 시사점')를 내놓았다.
사실 설탕세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이미 40여 개국에서 각종 성인병을 초래하는 비만을 줄이기 위해 시행 중이다. 노르웨이가 1922년 고율의 초콜릿 및 설탕제품세를 만들었고, 2010년대부터 영국·프랑스·핀란드 등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설탕세 도입이 확산됐다. 태국·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와 미국 일부 주에서도 시행 중이다.

정책 효과도 어느 정도 입증됐다. 노르웨이는 2018년 사탕·초콜릿 등에 물리는 세금을 전년 대비 무려 83%나 올렸는데, 그다음 해 설탕 섭취량이 10년 전과 비교해 27% 줄었다. 설탕세 인상의 효과라는 게 당시 노르웨이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영국도 설탕세 도입 발표 후 청량음료 기업의 절반 이상이 설탕 함량을 줄였다. 세금으로 조성된 기금은 학교 스포츠 시설 확충 등에 사용돼 아동 및 청소년의 비만 예방에 기여했다.
하지만 시장경제를 왜곡하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나왔다. 노르웨이에서는 설탕세 인상으로 사탕류의 가격이 오르자, 국경을 넘어 스웨덴으로 쇼핑하러 가는 노르웨이인들이 늘었다. 덴마크에서도 이와 유사한 비만세를 도입했지만 저소득층 부담이 늘면서 결국 폐지했다. 일반적으로 설탕 제품의 소비는 가격에 비탄력적이기 때문이다.
설탕세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많은 나라에서 도입을 주저하고 있는 이유다. 송민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보고서에서 “설탕세는 찬반 의견 및 그 효과에 대한 논란이 첨예하게 대립한다”며 “설탕세는 국민 부담 증가로 인한 조세저항 및 음료 산업계의 반발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이해당사자·전문가 등을 포함한 국민의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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