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의 축구환상곡] 라모스에서 알라바로, 레알의 거대한 변화

한준 기자 2021. 6. 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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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알라바. 라리가 사무국 제공

[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레알 마드리드가 2021년 여름을 기점으로 전면쇄신한다. 지네딘 지단 감독이 물러나고,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돌아온 것도 중요한 변화지만 무엇보다 2005년 세비야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뒤 무려 16시즌동안 수비의 버팀목으로 활약해온 현 주장 세르히오 라모스가 떠날 가능성이 크다. 


라모스는 레알 마드리드 선수단의 정신적, 전술적 구심점이다. 경력 초기 라이트백으로 각광 받았다가, 세계 최고의 중앙 수비수 반열에 오른 라모스는 경력의 황혼기에도 건재한 운동 능력과 공격 가담 능력을 자랑하며 스페인 축구 역사상 최고 수비수라는 칭호를 받았다. 


◼︎ 알라바 영입, 레알이 라모스와 이별할 수 있는 이유


지난 2019-2020시즌에는 라리가에서만 11골을 넣어 스트라이커보다 골 잘 넣는 센터백으로 활약했다. 라모스는 올해 만 35세로 레알 마드리드와 신규 계약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타격으로 레알 마드리드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가운데 계약 기간 및 연봉을 두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레알 마드리드에 라모스에게 줄 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스쿼드 리빌딩을 위한 자금 투자 과정에 라모스에게 팀 내 최고 대우나 장기 계약을 보장하기 어려운 게 문제다. 라모스는 2년 계약, 레알 마드리드는 1년 계약을 고수하고 있는데, 라모스가 1000만 유로 연봉 보장을 원하기에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라모스는 파리생제르맹,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관심을 받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는 라모스와 협상에 급할 것이 없다. 이미 라모스의 완벽한 대체 선수를 영입했기 때문이다. 라모스가 자유 계약 선수로 올 여름 떠날 수 있는 것처럼, 바이에른 뮌헨과 계약이 만료된 전천후 수비수 데이비드 알라바(28)를 품었다. 알라바가 유럽 축구 무대에서 존재감을 알린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20대 후반에 불과하다는 점은 레알 마드리드에 큰 메리트다.


다비드 알라바. 사진=라리가 사무국 제공.

◼︎ 알라바, 레알 마드리드로 오기까지의 여정


1992년 6월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알라바는 나이지리아 부족 왕자 출신인 부친 아래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부친 조지 알라바는 오스트리아에 경제학을 공부하기 위해 유학을 왔다가 정착했다. 오스트리아 최초의 흑인 경비병으로 복무했고, 이후 음악가의 길에 접어들어 정착했다. 모친 지나는 필리핀 출신이다. 여동생 로즈 메이 알라바도 오스트리아 대중음악 차트 1위를 달리는 음악인이다.


알라바는 어려서부터 축구 선수의 길을 걸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소년 경력을 보내던 알라바는 오스트리아 청소년 대표팀에서 두각을 보였고, 2008년 바이에른 뮌헨 유소년 팀으로 스카우트되었다. 바이에른 뮌헨 17세, 19세, 2군 팀을 거쳐 1군에 겨우 만 17세 7개월 17일의 나이로 데뷔해 최연소 기록을 세웠다.


오스트리아 성인 대표팀에 발탁되어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것도 만 17세 3개월 20일에 불과한 어린 나이였다. 2009년 프랑스와 월드컵 예선전을 통해 데뷔해 지금까지 무려 80회 A매치를 소화했다. 베테랑 중의 베테랑 라모스가 떠나더라도 레알 마드리드 수비진의 구심점 역할을 하기에 충분한 경험을 갖춘 선수다.


알라바는 현재 센터백으로 뛰고 있지만 본래 레프트백으로 전성시대를 처음 열었고, 오스트리아 대표팀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뛴 적이 있을 정도로 공수 양면에 걸쳐 다재다능하다. 경기 운영 능력에 운동 능력, 득점 창출 능력을 고루 갖췄다. 전천후 선수라는 점에서는 오히려 라모스 이상의 범위를 갖고 있다.


알라바는 레알 마드리드에 아픔을 안긴 선수이기도 하다. 2011-2012시즌 레알 마드리드를 만난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 당시 승부차기 키커로 나서 어린 나이에 이케르 카시야스가 지킨 골망을 침착하게 흔들었다. 2010-2011시즌 호펜하임 임대로 경기 경험을 쌓고 바이에른으로 돌아온 직후였다. 


◼︎ 레알 마드리드의 4기 갈락티코, 수비 중심 알라바


알라바는 2012-2013시즌 바이에른의 독일 클럽 사상 첫 트레블 멤버로 활약했고, 그 뒤로 줄곧 바이에른 수비 라인을 상징하는 선수로 활약해왔다. 그리고 이제 프로 경력 전성기의 후반부를 레알 마드리드에서 보내기로 결정했다. 라모스가 전성기 기량을 유지한 기간을 고려하면 앞으로 6,7년은 충분히 활약할 수 있다.


레알 마드리드는 또 다른 주전 수비수 라파엘 바란이 잔여 계약 기간 1년을 남긴 가운데 이적을 추진하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가 재계약 제안을 했으나 구단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내걸어 이적 리스트에 올랐다. 프랑스 출신 바란의 잔류를 설득할 수 있었던 인물인 지단 감독을 내보내면서 레알 마드리드는 챔피언스리그 3연속 우승 시대의 유산을 정리하고 새 시대를 준비한다.


바란의 역할을 브라질 대표 수비수 에데르 밀리탕에게 맡길 레알 마드리드는 카림 벤제마의 장기적 대체자로 엘링 홀란을 점찍었고, 오랜 영입 목표였던 킬리안 음바페를 데려와 '누에보 베르나베우' 시대의 새로운 7번으로 기용할 생각이다. 자금 문제로 홀란과 음바페를 데려올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성적을 내기 위한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수비라인의 개편을 이뤘다는 점은 좋은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라리가 사무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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