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도쿄엔 혼자 간다, 무거운 형제
그랜드슬램 대회서 나란히 은·동
열세살 차 선후배, 동지이자 적수
올림픽 티켓 놓고 양보없는 대결

8일(한국시각)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휴모 아레나에서 열린 2021년 국제유도연맹(IJF) 타슈켄트 그랜드슬램 남자 100㎏ 이상급(무제한급) 시상식. 도복 왼쪽 가슴에 태극마크를 단 우람한 체격의 사내 두 명이 시상대에 올랐다. 김성민(34·세계 15위)과 김민종(21·11위)이다. 김성민이 은메달, 김민종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가 메이저 유도 대회 무제한급에서 나란히 입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도 무제한급은 유럽이 압도적 강세다. 유럽 선수 중엔 2m급 거구들이 즐비하다. 일명 유도 ‘끝판왕’이다. 이들과 맞붙는 아시아 선수는 더없이 왜소하다. 세계 최강인 유도 종주국 일본도 기를 못 편다. 한국도 사정은 비슷했다. 전통적으로 강한 66㎏급(최민호), 73㎏급(이원희), 81㎏급(김재범) 등은 3~4년 주기로 꾸준히 스타가 등장했다. 반면 무제한급은 김성민을 빼면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가 없었다.
김성민은 2007년부터 현재까지, 14년째 태극마크를 지키고 있다. 금호연 남자 유도대표팀 감독은 “아시아에서 무제한급은 노력만으로는 될 수 없는 체급이다. 국내 정상급이라도 세계 무대에서 밀리지 않을 체격과 체력을 가지는 게 쉽지 않아서다. 세계 무대에서 통하는 두 무제한급 선수는 최고의 파트너이자, 라이벌”이라고 설명했다.
팬들은 김성민과 김민종을 ‘무거운 형제들’이라고 부른다. 성씨가 같고 닮은 구석이 많아서다. 두 사람 다 체중이 130㎏으로 같다. 취미도 똑같이 영화 보기와 요리하기다. 성격은 정반대다. 김성민은 대표팀 최고참, 김민종은 막내로 13살 차다. 김성민은 진중한 편인데, 김민종은 ‘밀레니얼 세대’답게 끼가 넘친다. 김민종은 이기고 포효하거나 양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는 세리머니를 한다. 이런 모습이 천하장사 시절 강호동을 연상케 한다고 해서 별명도 ‘강호동’이다.

시상대에서 함께 웃은 김성민과 김민종은 귀국하면 곧바로 ‘라이벌 모드’로 들어간다. 7월 도쿄올림픽의 국내 무제한급 출전권은 한 장이다. 김성민은 대표팀에서 괴력의 소유자다. 코어 근력의 지표인 데드리프트가 300㎏이다. 웬만한 선수보다 50㎏ 더 든다. 주특기도 허리 기술인 허리후리기다. 여기에 한국 유도의 강점인 체력을 더했다. 서른이 지나면서 노련미까지 갖췄다. 아시안게임(2018년)과 아시아선수권(2008, 17, 19년) 금메달, 세계선수권(2011년) 동메달을 땄다. 올림픽만 메달이 없다. 김성민은 “(김)민종이가 등장해 기쁘다. 언젠가 나를 대체하겠지만, 이번 올림픽은 양보 못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민종은 19세였던 2019년 말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이다. 태극마크를 단 첫 시즌이던 2019년 도쿄 세계선수권에서 깜짝 동메달을 땄다. 경기 운영은 김성민과 정반대다. 순발력과 유연성이 강점이다. 쉴 새 없이 공격을 몰아친다. 주특기도 무제한급에선 보기 드문 업어치기다. 상대를 파고들고 몸 전체를 구부려야 하는 기술이라 덩치 큰 선수는 시도하기 힘들다. 김민종은 이번 대회 준결승에서 김성민에게 졌다. 급하게 공격하다 되치기 한판으로 패했다. 패자부활전을 통해 동메달을 땄다. 김민종은 “(김)성민이 형과 국제대회에서 첫 대결이었다. 조급했다. 두 번은 안 진다. 올림픽 출전권을 따낼 것”이라고 말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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