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시트 타봤니? 발상의 전환, 세계의 이색 자동차 시트 구조


자동차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동’을 하는 것이다. 이 ‘이동’을 하기 위해서는 운전하기 전에 ‘시트’에 앉아야 한다. 앉지 않고는 자동차의 주 기능인 이동을 하기 힘들어진다.

최초의 시트는 마차와 동일하게 앉을 수 있는 의자 정도의 역할만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소비자들이 보다 편하고 고급스러운 시트를 찾기 시작했다. 여기에 사고 발생 시 시트가 탑승자를 보호해 주는 역할까지 하게 되면서 다양한 안전 기능이 추가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자동차 시트에 대한 새로운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자율 주행 기술이 발전하면 운전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결국 보다 편하고 여유로운 자세를 추구하게 될 것에 대비하는 중이다.

하지만 꼭 자동차 시트가 현재 혹은 미래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가끔은 엉뚱한 시트 구조를 도입하는가 하면 법에 의해 억지로 만든 시트가 추가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보기 힘든 자동차 시트들을 모았다.

맥라렌 F1 & 스피드테일, 고든 머레이 T.50 : 중앙 운전석 시트


스포츠카에 시트가 가로로 3개 놓여 있다. 이중 운전석은 가운데에 자리한다. 왼쪽도 아니고 오른쪽도 아닌 완전한 중앙에서 차량을 통제하기 위함이다. 보다 정확한 좌우 무게 배분을 통해 주행성능을 높일 수도 있다.

운전석을 중앙에 위치시킨 아이디어는 맥라렌 F1을 탄생시킨 고든 머레이(Gordon Murray)에 의해 시작됐다. 운전자가 특별함을 느끼기를 원했고, 이를 위해 F1 레이스카처럼 중앙에 앉는 방식을 도입했다는 것. 특별함을 추구한 것 이외에 좌 핸들과 우 핸들 버전을 따로 만들지 않아도 되는 생각지도 못한 편리함도 있었다고 한다.

스코다 펠리시아 펀(Skoda Felicia Fun) : 트럭 베드 2열 시트

1999년 등장한 스코다 펠리시아는 스코다에서 만든 소형 픽업트럭이다. 이중 ‘Fun’ 모델은 트럭베드에 2개의 시트를 추가시킨 구성을 갖는다. 픽업트럭에서 오픈 에어링을 즐길 수 있는 독특한 아이디어인 것이다. 롤오버바, 헤드레스트, 안전벨트 등 뒷좌석 탑승자를 위한 안전 사양도 갖췄다.

르노 트위지 : 전후 2인승

트위지는 도심형 전기차다. 도심 근거리 이동을 위한 이동 수단으로, 국내에서는 고속 전기차에 해당되지 않아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없다. 사실상 1인용 운송수단이라고 봐야 하지만 형식적이나마 뒷좌석을 갖추고 있다. 물론 매우 좁기 때문에 다리를 벌려 앉아야 하며, 전방 시야는 앞 좌석에 탑승한 사람에게 양보해야 한다.

시트로엥 CX 파밀리알(Citroën CX Familiale) : 3열 왜건

1976년 등장한 CX 파밀리알은 3열 시트를 갖춘 왜건형 모델이라는 독특한 구성을 가졌다. 당시 유럽에서 출시된 모델 중 가장 큰 크기를 자랑하기도 했다. 3열 시트를 갖춘 만큼 최대 8명까지 탑승할 수 있었다. 같은 3열 구성이지만 미국이 대형 SUV 형태로 발전해 현재에 이르렀다면 유럽은 왜건형 모델을 확장시킨 개념으로 접근했다는 부분이 흥미롭다. CX 파밀리알을 통해 유럽에서는 다인 장거리 여행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증가했다.

스타우트 스캐럽(Stout Scarab) : 마음대로 이동시키는 시트


1935년 등장한 스타우트의 스캐럽은 ‘MPV의 조상’에 해당한다. 제한된 환경에서 내부 공간을 최대로 넓혔는데, 심지어 앞 좌석과 뒷좌석 간 구분이 아예 없을 정도다. 시트 구성은 더욱 독특하다. 오직 운전석 시트만 고정됐으며, 나머지는 마음대로 옮길 수 있다. 시트 대신 소파를 넣어도 되며, 침대를 넣을 수도 있었다.

토요타 iQ : 어떻게든 추가한 2열 시트


극단적으로 작은 사이즈를 추구한 토요타 iQ. 차량의 전체 길이가 3m도 안되는 크기(2985mm)를 가져 사실상 2인승 차량으로 봐야 하지만 뒷좌석을 어떻게든 넣는데 성공했다. 앞 좌석을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면 2열 시트 무릎 공간은 사실상 사라진다. 뒷좌석에 탑승을 하기 위해서는 앞 좌석 시트는 앞으로 밀어야 하는데, 이때 무릎이 불편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 센터페시아 하단 부분을 깎아내 추가 공간을 만들었다.

지리 GE(Geely GE) : 혼자만을 위한 1인승 시트


2008년 중국 최고급 세단 자리를 노리며 등장한 지리 자동차의 GE. 하지만 롤스로이스 팬텀과 너무나도 닮은 외모로 인해 실제 양산까지는 이뤄지지 않았다. 

전체 길이가 5.4m에 이를 정도로 크지만 이 차는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이동 수단으로 개발됐다. 뒷좌석이 1인승이기 때문이다. 앞 좌석은 운전자와 비서가 탑승하며, 2열 공간은 1열과 완벽히 차단된 공간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했다.

일본 케이카(kei car) : 풀-플랫 시트

협소한 도로 사정과 각종 세금 및 보험, 여기에 주차와 관련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일본의 경차 케이카. 일본의 경차는 국내 경차보다 작은 크기를 갖는다. 이 때문에 공간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트 배치 기능을 지원한다. 대표적으로 앞 좌석부터 뒷좌석까지 평평하게 눕혀 침대처럼 만들 수 있는 기능이 꼽힌다. 국내 경차 중에서는 기아 레이가 비슷한 개념으로 공간 활용성을 높였으며, 조수석까지 평평하게 접는 것이 가능하다.

애스턴마틴 DBS V8 by 오글(Ogle) : 세로형 소파 시트


애스턴마틴은 과거부터 다양한 디자인 업체와 협업을 통해 색다른 시도를 해왔다. 1972년 몬트리얼 모터쇼를 통해 공개된 DBS V8 오글은 롱노즈 숏데크 스타일에 쐐기 형식의 디자인, 22개에 이르는 리어램프가 특징이다. 오글 디자인은 1954년 데이비드 오글(David Ogle)이 설립한 영국의 자동차 디자인 업체다.

DBS V8 오글은 디자인과 함께 실내 시트 구조도 독특한 것으로 꼽힌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일반적이지만 2열 시트가 소파 형태로 만들어진 덕분이다. 옆으로 앉거나 기대 누울 수도 있다. 팔걸이도 옆을 향해 있다. 미국 리무진 차량의 시트 구성을 연상시킨다.

볼보 라운지 : 조수석 없는 3인승 구조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만 판매되는 사양이다. S90과 XC90에서만 선택할 수 있으며, 조수석은 뒷좌석 VIP를 위한 발판으로 변경된다. 2열 시트는 앞 좌석과 동일한 거의 모든 기능이 탑재된다. 쿠션 익스텐션과 사이드볼스터, 안마, 등받이 각도 조절과 슬라이드까지 지원한다. 발을 편하게 기댈 수 있도록 바닥에는 신발 수납공간도 추가된다.

쌍용 무쏘 & 카이런, 현대 1세대 싼타페, 기아 크레도스 파크타운 外 다수 : 세금 혜택 노린 억지 3열 시트
2005년 쌍용 카이런의 억지 3열 시트에서 내리는 김기태 PD

현재 승합차는 11인승 이상부터 해당되지만 1990년대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은 7인승 이상 차량부터 승합차로 분류했다. 승합차로 분류되면 배기량에 관계없이 연간 6만 5천 원의 세금만 내면서 차량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에 많은 매력을 느낀 소비자들이 7인승 이상 모델을 찾기 시작했고, 제조사들은 어떻게든 시트를 추가해 법적으로 7인승 기준을 만족시킨 차량을 내놓았다.

하지만 제한된 크기에서 3열 시트를 추가하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3열 시트 추가를 위해 실내 전체를 개조할 수는 없는 노릇. 이 때문에 트렁크 부분에 작은 시트 2개를 뒤를 향하게 배치하는 아이디어가 등장했다. 사실상 거의 쓰이지 않았기 때문에 법적으로만 승합차 인증을 받으면 됐고, 실제 소비자들도 세금 감면 혜택이 목적이지 3열 시트를 위해 차량을 구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쌍용 무쏘와 카이런, 현대 1세대 싼타페와 같은 모델이 이처럼 뒤를 보고 앉아야 하는 3열 시트를 갖추고 있었다. 그나마 이들은 SUV이기 때문에 머리 공간은 넉넉했다. 기아 크레도스 파크타운은 왜건형 모델이면서 뒤를 보는 3열 시트를 갖추고 있었다.

오토뷰 | 김선웅 기자 (startmotor@autoview.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