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뷰 즐기며 우리끼리 물장구..가족·연인 홀린 '독채 풀빌라'

#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희영 씨(가명·31)는 지난 주말 친구 2명과 함께 전남 여수로 2박 3일 ‘우정 여행’을 다녀왔다. 최근 TV 프로그램 ‘윤식당’ 촬영지로 유명해진 전남 구례 쌍산재 고택을 둘러본 뒤 여수 밤바다를 바라보며 1박, 순천만을 즐기며 또 1박을 했다. 숙소로 선택한 곳은 둘 다 스파나 수영장이 달린 풀빌라. 김 씨는 “코로나19 사태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아 인파가 많은 호텔 수영장도 가기 불안하더라. 남도의 따뜻한 봄기운을 코로나19 걱정 없이 만끽하고 올 수 있어 매우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주말여행을 계획 중인 지인 커플에게도 우리가 묵었던 독채 풀빌라를 추천해줬다”고 말했다.
꽃샘추위가 물러가고 봄기운이 완연해지며 주말여행객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 대신 국내 여행족이 늘어난 가운데, 외부인과 접촉 없이 단독으로 ‘풀캉스(Pool+Vacance)’를 즐길 수 있는 독채 풀빌라가 각광받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적고 전망이 좋은 데다, 수영장 외에도 온수풀(스파)이 있어 사계절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기존 펜션들도 잇따라 풀빌라로 개조에 나설 만큼 코로나19 시대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떠올랐다.

▶‘독채 풀빌라’ 떴다
▷타인 접촉 적고 숙박·레저 동시에
최근 숙박앱 야놀자는 ‘독채 풀빌라’ 카테고리를 신설했다. 지난해 이용 건수가 전년 대비 162% 급증하며 숙박 시장에서 새로운 장르를 형성하기 시작했다는 판단에서다. 야놀자가 숙소 카테고리를 추가한 것은 차박 열풍이 뜨거웠던 지난해 6월 ‘글램핑·캠핑’ 이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풀빌라 카테고리에는 럭셔리·오션뷰·키즈 전용 등 타입별 상품을 세분화했다.
전성은 야놀자 숙박마케팅팀장은 “풀빌라는 비교적 타인과의 접촉 가능성이 낮고, 객실 내에 부대시설을 갖춰 숙박과 레저를 동시에 즐길 수 있어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개인화된 숙소를 찾는 여행객의 니즈가 높아 전용 카테고리를 새로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다른 숙박앱도 상황이 비슷하다. 여기어때는 1~3월 ‘펜션·풀빌라’ 카테고리의 전년 동기 대비 거래 건수 증가율이 지난해 25%에 이어, 올해는 53%에 달했다. 조영란 데일리호텔 마케팅팀장은 “코로나19 이후 풀빌라를 포함한 독채형 펜션의 인기가 지속 상승하고 있다. 통상 개학 시즌이라 비수기인 3월에도 주말 예약은 거의 다 찬 상황”이라고 전했다.
보통 겨울철에는 스키장 인근에 위치한 펜션이나 리조트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다. 그러나 지난겨울에는 방을 ‘땡처리’로 팔아야 할 정도로 이용객이 거의 없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스키장 영업과 5인 이상 사적 모임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곤지암 리조트 인근에서 스키 장비 렌털숍과 펜션을 함께 운영 중인 박 모 씨는 “스키장은 단체 이용객이 많아 방 13개 중 8개를 대형룸으로 설치했다. 그런데 정부의 영업 제한 조치 탓에 예약이 급감, 땡처리로 팔아도 방이 남아돌았다”며 울상을 지었다.
반면 커플이나 가족 단위 고객이 많은 독채 풀빌라는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는 모습이다. 한겨울에도 성수기 못잖은 예약이 밀려들었다는 후문이다.
“풀빌라는 여름 휴가철이 성수기이고 겨울은 비수기다. 그런데 올해는 겨울철인 1~3월에도 성수기 못지않게 예약이 꽉 찼다. 인근 풀빌라도 주말에는 만실이다. 펜션은 보통 족구장, 바비큐장 등 부대시설을 다른 팀과 공유하는데, 이마저도 기피하는 이들이 적잖은 것 같다. 앞으로 국내 여행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창업 문의도 종종 들어온다.”
전남 순천에서 독채 풀빌라 ‘프라이빗하우스 헤이42’를 3년째 운영 중인 김화연 대표의 전언이다.
펜션뿐 아니라 호텔 업계에서도 럭셔리 독채 풀빌라 인기가 뜨겁다.
파라다이스시티의 ‘풀빌라 인 파라다이스(Pool Villa in Paradise)’가 대표적이다. 디럭스 풀빌라 가격은 700만원(성인 2인, 어린이 2인 기준, VAT 별도), 그랜드 디럭스 풀빌라는 1100만원(성인 4인, 어린이 2인 기준)부터임에도 올 1~3월 예약 문의가 지난해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인기 비결은 역시 ‘완벽한 독립성’이다. 별채에 마련된 최대 325평에 달하는 독립 공간에 투숙객 전용 입구와 엘리베이터도 갖춰 타인과 마주칠 일이 없다. 사계절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전용 프라이빗 수영장은 해외 휴양지에 온 듯한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객실당 1:1 전담 버틀러(집사)가 배정돼 사전 고객 니즈 파악부터 환대, 룸서비스, 부대시설 예약, 여행 코스 안내까지 투숙 전 과정을 관리해준다. 각종 부대시설과 레스토랑에서 현금처럼 사용 가능한 100만원 상당의 ‘리조트 머니’도 제공한다.
파리 날리던 기존 펜션들도 리모델링을 통해 풀빌라 시장에 속속 뛰어드는 모양새다. 객실 내 온수풀이 있는지에 따라 같은 크기의 방이라도 예약 단가가 15만원 이상 벌어지기 때문이다.
“총 30개 객실 중 풀빌라 방이 5개인데, 가장 먼저 예약이 찬다. 약 50평 규모 큰 방은 1박에 정가 57만원, 할인하면 40만원 안팎인데, 주말에는 지금 예약해도 6월에나 이용 가능할 만큼 인기가 높다. 업계에서는 이제 펜션에 수영장은 무조건 있어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직계 가족이면 4인 이상도 사적 모임이 가능해지면서 최대 8명의 가족 단위 고객들이 찾기도 했다. 물론 가족관계증명서까지 확인해서 예약을 받고 있다.”
전남 여수에서 풀빌라가 있는 펜션 ‘웨스트힐스’를 운영하는 박문수 차장 얘기다. 엄지연 여기어때 펜션·게하영업팀장은 “독채 풀빌라 인기가 높아지며 기존 펜션도 풀빌라로 리모델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올여름 휴가 체크 포인트는
▷‘맛집 가까운 오션뷰 풀빌라’ 인기 짱
독채 풀빌라를 찾는다면 어떤 점을 챙겨봐야 할까.
먼저 수영장이나 온수풀에서 ‘오션뷰(바다 전망)’나 ‘리버뷰(강 전망)’를 감상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기존 펜션은 주로 숲속이나 전원 한복판에 지어져 속이 뻥 뚫리는 오션뷰를 감상하기 힘들었다. 반면 풀빌라는 일반적으로 해안가에 위치해 있다. 동해안에서는 눈부신 일출을, 남해안과 서해안에서는 아름다운 석양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풀빌라는 호텔 루프톱에 설치된 인피니트풀과 비슷한 전망과 경험을 선사하면서도 호텔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독채여서 훨씬 가성비가 좋다. 특히 수영장에서 바다를 보면 마치 내가 바다와 연결돼 있는 듯한 환상적인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노을빛 자연 조명 속에서 인생 사진을 건질 수도 있다. 초등학생 이하 어린 자녀를 둔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는 오랫동안 간직될 강렬한 추억을 만들 수 있어 반응이 좋다”고 귀띔했다.
식도락가라면 맛집과 가까운지도 따져보자. 박문수 차장은 “여행 와서 음주를 즐기려면 운전을 할 수 없으니 풀빌라로 배달이 되거나 도보로 이동할 만한 가까운 거리에 맛집이 있는지도 중요한 체크 포인트다. 이런 수요를 노리고 풀빌라 인근에 배달이 되는 음식점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수영장만 당일치기로 이용할 수도 있다. 초여름 더위가 시작되는 5월부터는 밤늦게 와서 숙박 후 오전에 야외 수영장만 이용하거나, 예약된 방이 갑자기 취소됐을 때 당일 오후에 수영하러 오는 이들도 있다고. 물론 야외 수영장은 공용이지만 피크타임만 아니면 적당히 거리를 두고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개성 있으면 해외여행 풀려도 유지
풀빌라 인기가 언제까지 지속될까.
일단 해외여행이 언제 해금될 것인가에 달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신혼부부도 풀빌라를 즐겨 찾는다. 해외여행을 못 가서 대신 왔다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해외여행이 가능해지면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풀빌라 여행이 새로운 여행 테마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김화연 대표는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여행과 풀빌라 이용 경험이 많이 쌓였다고 본다. 해외여행이 가능해져도 해외로 나가기에 일정, 비용 등 여건이 안 맞는 이들은 국내 풀빌라 여행을 계속할 것이다. 단, 펜션도 테마나 개성이 뚜렷해야 살아남는 만큼, 포화돼가는 풀빌라 시장에서도 콘셉트와 볼거리 등 차별화 포인트가 있어야 지속 생존이 가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 엄지연 여기어때 펜션·게하영업팀장
펜션도 풀빌라로 개조…가족·연인 단기 여행 많아

A 그렇다. ‘펜션·풀빌라’ 카테고리 거래가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타인과의 접촉을 피해 소수가 모이는 안전한 공간에서 휴식을 즐기려는 여행객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풀빌라는 가족이나 연인 등 소수가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프라이빗’이 주요 테마인 만큼 단체 방문객은 적은 편이다. 특히 단기 방문을 하는 고객 비중이 굉장히 높은 편이다. 올해 초부터 3월 22일까지 예약 데이터를 확인했을 때, 1박 2일로 방문하는 수요가 90%에 달했다.
Q.기존 펜션 붐과 다른, 풀빌라 붐의 인기 비결은 무엇인가.
A 펜션은 주로 전원 지역 숙박 시설을 지칭한다. 이 중 단독 수영장을 보유했는지에 따라 독채 풀빌라, 럭셔리 풀빌라 형태가 새롭게 등장했다. 기존 펜션은 공용 수영장만을 보유한 곳이 많았다면, 최근 주목받는 독채 풀빌라나 럭셔리 풀빌라는 객실마다 풀을 보유한 형태로 업그레이드됐다. 럭셔리 풀빌라의 경우 독채로 각 방이 분리돼 있지는 않지만 객실 내 작은 풀이 있는 곳이 많다. 또, 인테리어가 뛰어나거나 인피니티풀과 루프톱 등을 추가로 보유한 숙소도 럭셔리 풀빌라로 분류된다.
Q.독채 풀빌라 시장 전망은.
A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여행 니즈는 프라이빗, 언택트 그리고 국내 고급 숙소로 집중될 것이다. 풀빌라 수요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어 전망은 밝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고객의 취향 중심 여행을 지원하기 위해 여기어때도 전국 650여개의 풀빌라 상품을 확보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02호 (2021.03.31~2021.04.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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