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싸를 만나다] 부유진 KT 팀장 "백종원 솔루션이 폰 안으로..'대박 맛집' 꿈 아니죠"
소상공인 위해 무료로 서비스
전문가의 사업 성공 팁도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전국 자영업자가 전년보다 7만5000명이 줄었다. 창업보다 폐업한 사례가 훨씬 많았다는 것인데, 이럴 때일수록 '사장님'들은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하다.
특히 식당을 운영하면 SBS 예능 프로그램 '골목식당'에 출연해 대박이 나는 꿈을 한 번쯤 꾼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날카로운 일침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하지만 높은 경쟁률 때문에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KT는 오랜 기간 연구한 끝에 사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상권 분석 서비스 '잘나가게'를 탄생시켰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장사가 잘되는 지역, 자주 오는 성별·연령대의 손님 등 꿀팁을 한 데 모았다.
소상공인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싶은 부유진(45) KT 데이터융합서비스팀 팀장을 지난달 25일 KT 서울 광화문 이스트 사옥에서 만났다.

현장 목소리도 담아…예상 매출 오차 10% 안팎
잘나가게는 포털에서 검색해 들어가면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예비 창업자도 가입 없이 지역만 선택하면 추천 업종과 월평균 매출, 유동·상주 인구 등 유용한 정보를 무료로 얻을 수 있다.
서비스의 핵심에는 KT가 다년간 축적한 '데이터'가 있다.
부유진 팀장은 "2016년부터 전국 상업용 건물에 대한 데이터를 모았다. 특정 건물에 있는 사람들이 한 시간 전에 어디에 있었는지, 특정 시간대에 어디로 주로 이동하는지 등 속성 정보를 결합해 적절한 창업 전략을 짤 수 있도록 서비스를 구현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무런 사전조사 없이 돈만 들고 대형 프렌차이즈를 찾아가 덜컥 계약하는 사례가 많다. 미리 데이터로 꼼꼼하게 사업 환경을 살펴볼 수 있게끔 하기 위해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잘나가게는 전국 130만곳에 달하는 상업용 건물 데이터가 경쟁력이다. 개인정보를 제외한 휴대전화 위치정보 등을 더해 서비스를 고도화했다.
부 팀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신발이 닳도록 뛰었다. 그 결과 예상 매출 정확도는 오차 범위 10% 내외로 줄이는 성과를 냈지만, 여전히 과제는 남아있었다.
부 팀장은 "사장님들도 데이터가 좋은 건 다 알고 계신다. 하지만 워낙 바빠 장사하는 방식을 바꾸기 힘든 경우가 대다수다"며 "많은 인터뷰를 거쳐 최대한 쉽게 서비스를 만들어 아예 떠먹여 줘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장님의 상권은 거주 인구보다 직장 인구가 많아요. 여성 유동 인구가 많아 시각적으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디저트류 세트를 판매하는 것이 좋아요.'
잘나가게에서 종각역 근처 상권을 선택하면 나오는 팁이다.
부동산 전문가인 김종율 보보스부동산연구소 대표 등의 입에서 나온 돈 주고도 못 사는 정보를 조건에 맞춰 노출한다.
무턱대고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이 서비스가 제공하는 정보와 전문가 팁만 따라가도 허탈하게 가게 문을 닫는 일은 없을 것이다. 매출 타격을 최소화하는 휴무일까지 추천받을 수 있다.

풍부한 데이터와 정교한 알고리즘, 현장 검증으로 완성된 만큼 잘나가게를 이용하기 위해서 적지 않은 비용이 들 것이라고 대부분 생각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모든 서비스가 무료다.
이는 경영진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다. 구현모 KT 대표는 잘나가게 출시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모두 좋아지자고 만들었으면 여러 사람 쓰라고 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요? 전부 무료로 해서 볼 수 있게 합시다"며 힘을 실어줬다.
회사의 응원에 힘입어 잘나가게는 올해 100만 가입자를 목표로 달린다. 이를 위해 코로나19로 최근 수요가 폭등한 배달 앱 데이터도 추가할 방침이다.
또 대형 프렌차이즈와 손잡고 POS(현장 결제시스템) 데이터를 연계해 품목별 판매량을 예측하는 B2B(기업 간 거래) 모델도 만든다. 검증 결과에 따르면 단순 경험치(80%)보다 정확도가 5%포인트 높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부유진 팀장은 "특정 시간대에 잘 나가는 메뉴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배달 수요가 높은 곳에서 마케팅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더 나아가 POS 데이터를 분석해 어느 시점에 무슨 품목이 잘 팔릴 것이라는 데이터를 제공할 예정이다"며 "매출 증대는 물론 원재료 공급에 중요한 요소다"고 했다.

올해 100만 가입자 목표…"옆에 두고 쓰는 도우미될 것"
이처럼 데이터로 움직이는 잘나가게에는 KT 입사 후 줄곧 신사업에 매진한 부 팀장의 노하우가 담겨있다.
전자공학을 전공한 그는 빅데이터사업본부에 발령된 이후 외국계 컨설팅 회사의 영역이었던 상업용 부동산 평가 모델 설계에 참여했다. 시작은 부동산이었지만,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유통까지 전문성을 넓혔다.
부 팀장은 "43개 업종의 트렌드를 계속해서 모니터링한다. 입지가 중요한 자영업의 특성을 벗어나 예약제가 자리 잡은 미용업계처럼 변화하는 영역이 있다"며 "이런 트렌드를 콘텐트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쌓인 방대한 데이터 속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흥미로운 데이터를 살펴봤다.
여전히 인구가 많은 지역이 잠재 소비 수요가 높지만,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모바일 미디어의 대중화로 보행인구가 없어도 장사가 잘되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
대형식당이 몰려있어 주말에 차를 이용해 외식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은 경기 고양시 서오릉이 대표적이다.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근처 골목에는 간판도 없는데 젊은 손님들이 줄을 길게 선 가게들이 숨어있다.


부 팀장은 "결국 장사를 잘하기 위해서는 임대료 대비 좋은 입지 조건, 주변 요건을 고려한 창업 전략(메뉴·인테리어 등), 타깃 마케팅의 요소가 잘 맞물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작년 말에 출시한 잘나가게는 더 많은 자영업자에 날개를 달아주기 위해 본격적인 홍보에 나선다. 국가와 국민의 삶에 기여한다는 회사의 방향성에 맞춰 그들의 디지털 전환을 뒷받침한다.
부유진 팀장은 "결국 서비스는 콘텐트다"며 "가게를 운영하면서 옆에 두고 쓸 수 있는 도우미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신사업이 초기 반응이 좋을 때가 많지 않은데, 잘나가게는 만나는 사장님마다 호응을 얻는다"며 "최대한 많은 분께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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