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과외하고 방패 나섰다..'암브로시오' 윤석열의 학맥

윤석열(61ㆍ사법연수원 23기) 전 검찰총장이 유력 대선주자로 급부상하면서 그의 주변 인맥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잠행 중인 윤 전 총장의 행보가 간혹 언론에 노출될 때마다 그의 곁엔 학창시절 친구들이 함께 하곤 했다. 사회 각계에 포진된 윤 전 총장의 오랜 친구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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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과외교사’ 나선 대광초 친구들
윤 전 총장은 서울 대광초-중랑중-충암고-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이 가운데 최근 대광초등학교 출신 친구들이 주목받고 있다. 성북구 보문동 7가에 위치한 대광초는 1966년 개교한 사립학교다.

윤 전 총장의 초등학교 친구 중 대표적인 인물은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그는 윤 전 총장과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입학 당시 이 교수는 키가 1m가 채 되지 않은 왜소한 체격이었던 반면, 윤 전 총장은 당시에도 또래 중에 가장 덩치가 컸다고 한다. 이 교수는 “우리 어머니가 1학년 때 윤 전 총장에게 ‘철우를 잘 보살펴 달라’며 사실상 나를 의탁했던 게 인연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각자의 집에도 왕래가 잦았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 사퇴 이후인 지난달 22일 이 교수 자택을 찾아 그의 부친인 이종찬 전 국정원장에게 인사했다. 윤 전 총장 측 인사는 “윤 전 총장의 아버지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네가 날 보러 오지 않을 때도 철우는 우리 집에 종종 들러 나한테 인사하고 갔다’며 윤 전 총장에게 인사를 당부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윤 전 총장이 지난 11일 노동문제전문가인 정승국 중앙승가대 교수를 만날 때 동행했던 사람도 이 교수였다. 그는 윤 전 총장이 2013년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하며 항명 논란에 휩싸이고 징계를 받을 당시 특별 변호인으로 나서기도 했다. 이런 두 사람과 가장 친했던 사람은 한승한 세브란스 안과병원장이다. 윤 전 총장의 한 대광초 친구는 “석열이와 승한이, 철우 이렇게 셋이서 ‘3인방’으로 불릴 정도로 제일 친했다”고 전했다.

최근 윤 전 총장과 외교ㆍ안보 분야 토론을 나눈 것으로 전해진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대광초 출신이다. 외교부 2차관 출신의 김 교수와 윤 전 총장은 지난달 중순부터 영상통화 등으로 이른바 ‘언택트’ 외교ㆍ안보 분야 토론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김 교수는 “대광초는 한 학년에 3개 반, 150명 정도의 소규모 학교라 6년을 다니면 누구 집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도 알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장 출신의 박도준 서울대 의대 교수에게선 코로나19 등 보건·복지 분야에 대한 자문도 구한다고 한다. 박 교수도 윤 전 총장의 대광초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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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 79학번은 ‘일수회’ ‘세수회’ 오프라인 모임
윤 전 총장과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생들과의 관계도 끈끈한 편이다. 이들이 재학 시절 ‘가짜 서울대 법대생’을 밝혀낸 건 유명한 일화다. 1983년 초 서울대 법대 졸업 앨범 제작 책임자였던 석동현 전 서울동부지검장이 평소 친하게 지내던 ‘찬경이 형’의 이름이 보이지 않자 대학 학적과에 사실관계를 문의했고, 찬경이 형의 법대생 사칭을 밝혀냈다.
이 사실을 알고 격분한 윤 전 총장과 남기춘 전 서울서부지검장이 ‘찬경이 형’을 잡으러 서울 신림동을 뒤졌다는 얘기는 아직도 법조계에 회자되고 있다. ‘찬경이 형’은 수천억 원대 부실대출 비리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이다. 가짜 서울대 법대생이던 김 전 회장은 법대 엠티와 동기생들의 결혼식 등에도 대부분 빠지지 않고 참석했었다고 한다.
법대 79학번 동기들은 코로나 19 확산 전엔 매월 한 차례씩 정기 모임을 가졌다고 한다. 서울 강남 지역에서 활동 중인 동기들의 모임은 일명 ‘일수회’, 강북 지역에서 활동하는 동기들의 모임은 ‘세수회’라고 한다. 각각 매월 첫째 주 수요일, 셋째 주 수요일에 만난다는 의미다.
법대 79학번 출신의 한 인사는 “동기끼리 모인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원래 정치 이야기는 금기 사항이었지만, 석열이 사퇴 이후엔 이젠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다만 윤 전 총장은 이 모임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한다.

윤 전 총장 징계 소송의 대리인을 맡았던 이완규 변호사는 법대 79학번이자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생이다. 그는 검찰 재직 당시 대표적인 형사법 전문가로 꼽혔다. 최근 근무하던 로펌을 떠난 이 변호사는 5월 초 개소를 목표로 ‘논정(論正ㆍ정의를 논한다) 법치 문화 연구소’를 준비 중인데, 이를 두고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윤 전 총장의 ‘싱크탱크’ 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 변호사는 “지난해 5월 사업자 등록을 마쳤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재직 시절인 지난 2015년부터 구상한 이름”이라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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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브로시오’ 尹, 대부는 죽마고우와 사돈지간
윤 전 총장과 충암고를 함께 다닌 윤기원 법무법인 원 대표 변호사도 윤 전 총장과 절친한 사이다. 지난해 12월 테슬라 사고로 숨진 고(故) 윤홍근 변호사를 포함한 세 사람은 모두 생일이 12월(윤기원 6일, 윤홍근 12일, 윤석열 18일)로, 충암고 ‘3尹’으로 불릴 정도로 가까웠다. 이들은 충암고 졸업 후 함께 서울대 법대로 진학했다.

대학 재학 시절 천주교 세례를 받은 ‘암브로시오’ 윤 전 총장의 대부(代父)는 법대 1년 선배인 백윤재 율촌 변호사다. 백 변호사는 윤 전 총장의 죽마고우인 이철우 교수와는 사돈지간이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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