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스타] ③ 덴마크 : 왕년의 'FM 본좌' 키예르, 돌고 돌아 지금이 전성기

조효종 수습기자 2021. 6. 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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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 키예르(덴마크).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유로 2020이 오는 13일(한국시간) 드디어 개막한다. '풋볼리스트'는 나라마다 한 명씩,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선수들을 찾아 소개하기로 했다.


덴마크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위의 강팀이다. 유로 2020 참가 국가 중 7번째로 높은 순위고, 12위인 독일보다도 두 계단 위에 있다. 국제 대회에서는 늘 '복병' 정도로 거론되는데, 실제 전력은 더 탄탄한 편이다. 선수 개개인 인지도가 낮은 편인 것이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 비슷한 순위인 이탈리아(7위), 독일(12위)에 비해 유럽 빅 클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지 않다. 토트넘홋스퍼에서 손흥민과 함께 뛰면서 알려진 크리스티안 에릭센,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 정도가 가장 유명한 축에 속한다.


에릭센, 호이비에르와 함께 선수단의 중심을 잡는 시몬 키예르도 낯익은 이름이다. 이탈리아 세리에A 팬들에겐 유명 인사고, 축구 게임을 꽤나 해본 팬들도 들어봤을 법한 선수다. 키예르는 과거 축구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손꼽히는 센터백 유망주였다. 대형 구단 소속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저렴하게 영입할 수 있는, 흔히 말하는 '가성비'가 좋은 선수로 유명했다.


어느덧 32세인 키예르는 실제로도 어려서부터 유럽 전역에 이름을 알렸다. 2007년 덴마크 수페르리가 미트윌란에서 데뷔해 2008년 이탈리아 세리에A 팔레르모를 거치면서 레알마드리드를 비롯해 빅 클럽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때가 게임에서 한창 높은 평가를 받았던 시기다. 팔레르모 시절 갓 20대에 접어들었던 키예르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빅 리그 주전 센터백으로 자리 잡았다. 2009-2010시즌 리그 35경기에 출전하며 팀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진출을 이끌었고, 2009년 덴마크 올해의 선수로도 선정됐다.


화려하게 선수 생활을 시작했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2010년 여름 당시 덴마크 선수 최고 이적료인 1,200만 유로(약 162억 원)로 독일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에 입단한 것이 시작이었다. 독일 무대 적응에 실패한 키예르는 이후 한 구단에 좀처럼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녔다. 2년 이상 머무르는 법이 없었다. 2020년 AC밀란 입단 전까지 AS로마, 릴, 페네르바흐체, 세비야, 아탈란타를 거쳤다. 릴, 페네르바흐체, 세비야 시절에는 좋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개인의 우승 열망, 구단의 리빌딩 추진 등 자의반 타의반 팀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저니맨' 키예르는 2020년 1월 임대 신분으로 밀란에 합류했다. 이 이적은 구단과 선수 모두 '신의 한 수'였다. 키예르는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리그로 돌아오자마자 맹활약하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 합류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주목을 독차지했지만, 좀 더 심도 있는 현지 분석에서는 키예르의 비중도 못지 않다는 걸 인정 받았다. 전반기를 10위로 마친 밀란은 후반기 동안 키예르가 출장한 15경기에서 16실점 만을 허용하며 12승 2무 1패를 거뒀다. 키예르가 없는 23경기에서 30골을 내준 것과 확연한 차이였다. 키예르 효과를 확인한 밀란은 지난해 여름 키예르를 완전 영입했다.


키예르는 최후방에서 든든한 저지선 역할을 한다. 웬만해선 뚫기 쉽지 않은 유형이다. 191cm의 큰 키를 활용한 공중볼 경합에 능하다. 상대 공격수와 부딪혀도 쉽게 밀리지 않는다. 여유 있게 상대 공격을 걷어내면서도, 결정적 순간에는 몸을 사리지 않는다. 2020-2021시즌 경기당 걷어내기 기록은 리그 전체 2위에 해당하는 4.3회였고, 몸으로 막아낸 횟수는 0.9회로 11위였다.


공을 다루는 기술이 뛰어나 공격적인 기여도 높다. 긴 패스를 뿌리며 후방 빌드업의 시작점 역할을 한다. 지난 시즌 팀 내 필드 플레이어 중 경기당 롱패스 횟수가 4.2회로 가장 많았다. 패스 성공률도 88%로 높은 편이다.


밀란에서의 활약으로 마침내 유망주 시절 기대치에 준하는 인정을 받고 있다. 이탈리아 매체 '가체타 델로 스포르트'는 지난달 2020-2021시즌 세리에A TOP100을 선정했는데, 키예르는 20위에 올랐다. 19위를 차지한 스테판 더프라이(인테르밀란)에 이어 센터백 2위다.


대표팀 내 존재감도 최고 수준이다. 2009년 A대표팀에 처음 승선한 키예르는 유로 2020 덴마크 선수단 가운데 최고참이다. 나이는 카스페르 슈마이켈이 3살 더 많지만 키예르의 대표팀 데뷔가 4년 빠르다. 연차뿐만 아니라 A매치 경험도 압도적이다. 107경기에 출전한 에릭센보다 한 경기 부족한 2위다. 슈마이켈이 64경기로 뒤를 잇는다. 무엇보다 주장을 맡고 있다. 함께 호흡을 맞췄던 다니엘 아게르에게 주장직을 물려받았다.


여러모로 책임감이 크다. 덴마크는 에릭센(36골)을 제외하면 A매치 10골 이상을 기록한 선수가 없다. 공격진의 리그 활약도 저조하다. 유수프 포울센(RB라이프치히), 마르틴 브레이스웨이트(바르셀로나)는 각각 리그 5골, 2골에 그쳤다. 확실한 득점원이 없다 보니 수비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키예르는 밀란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번 대회 동안 덴마크를 지탱하는 중책을 수행할 예정이다.


▲ 시몬 키예르(Simon Kjær) / 1989년 3월 26일생 / 191cm / AC밀란 / A매치 106경기 3골


▲ 덴마크 조별리그 일정 : 13일 대 핀란드, 18일 대 벨기에, 22일 대 러시아(B조)


글= 조효종 수습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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