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54번 버스의 비극, 길 옆 5층건물이 덮쳤다
정류장서 승객 태우던 버스 매몰
최소 9명 숨지고 8명은 중상
"붕괴 징후 보이자 작업자는 대피"
장사 반찬 만든다고 시장 갔다 참변
코로나 직전 식당 개업 온갖 고생
사망자 대다수 버스 뒷좌석서 나와
"건물 휘청휘청 와르르, 전쟁 난 줄"
광주광역시에서 철거 중인 건물이 무너지면서 왕복 6차선 도로 정류장에 정차중이던 54번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쟁 나는 소리가 들려서 나와 보니 5층짜리 건물의 파편이 순식간에 도로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9일 오후 철거 중인 건물 붕괴로 시내버스가 매몰된 광주광역시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사고로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했다. [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106/10/joongang/20210610000507019ozdr.jpg)
9일 오후 4시22분쯤 광주시 동구 학동의 주택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던 철거 공사 현장. 이곳에서 5층짜리 건물이 무너지던 상황을 봤던 인근 주민이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주민은 “굉음이 울리더니 순식간에 건물이 무너졌고 먼지와 건물 파편으로 도로를 제대로 볼 수도 없었다”고 했다. 건물 붕괴 당시 반대편 차선에 있던 또 다른 목격자 A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건물이 휘청휘청하더니 갑자기 무너지며 그대로 버스를 덮쳤다”고 말했다. 건물이 무너진 직후 차량들이 건물 잔해를 피해 아슬아슬한 곡예 운전을 했다.
![건물이 무너지면서 버스를 덮치는 사고 순간 모습. [뉴시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106/10/joongang/20210610000507215dqzy.jpg)
건물이 무너진 도로 맞은편 버스 정류장도 날아온 파편과 진동 때문에 유리창 곳곳이 파손됐다. 당시 사고 현장이 담겨 있는 폐쇄회로(CC)TV를 보면 시내버스가 승객을 태우려고 정류장에 잠시 멈춘 사이 건물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도로를 주행 중이던 승용차 1대가 건물이 무너지는 순간 멈춰 서면서 참사를 피한 아찔한 상황도 담겼다.
시내버스는 매몰 충격으로 짓이겨져 노란색 형체 일부만 외형을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다. 소방대원들은 시내버스 운전석 쪽을 통해 승객들을 구조했다. 이 사고로 9명이 사망했고, 구조된 8명은 모두 중상을 입고 광주 기독병원과 조선대병원 등으로 긴급 후송됐다.
60대 승객 “엄마 곧 도착하니 만나자” 아들과 마지막 통화

이날 사고로 숨진 강모(65·여)씨의 유족은 “코로나19 때문에 손님이 줄어 온갖 고생만 하더니 내일 장사할 반찬을 만든다고 시장에 나갔다가 이리 황망하게 떠났다”며 오열했다. 강씨는 지난해 초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기 직전 친척으로부터 식당을 넘겨받아 장사를 해왔다고 한다.
![붕괴 건물의 사고 전날 모습. [뉴시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106/10/joongang/20210610000508608dkhc.jpg)
강씨는 이날도 다음 날 점심 장사 때 내놓을 반찬거리를 사려고 나섰다고 한다. 그는 오후 4시8분 말바우 시장을 떠나는 54번 시내버스를 타고 자택인 동구 학동으로 돌아가는 길에 사고를 당했다. 유족은 “버스를 타고 아들에게 곧 도착하니 만나서 같이 가자는 전화까지 했다”면서 “그런데 마지막으로 얼굴도 못 보고 떠나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소방당국은 건물이 무너지기 전 철거 공사장 내부에 있던 작업자들은 붕괴 직전 사고 현장을 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사망자와 부상자는 모두 시내버스 승객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사망자 대다수가 버스 뒷좌석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매몰 사고 전담수사팀을 꾸려 10일 오후 1시 사고 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현장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5층 건물 붕괴 사고가 발생한 ‘학동 4구역 재개발 구역’은 광주의 대표적인 노후 주택 밀집지역이다. 이곳 공사 현장은 이번에 붕괴한 건물을 제외하고 인접한 건물 대부분이 모두 철거된 상황이었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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