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제주수학여행? 하지만 장소는 학교 운동장
[윤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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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 안 제주수학여행. 이날 구로중 교사들은 여행가이드 겸 사진사가 되었다. |
| ⓒ 윤근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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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수학여행 인증샷에 나선 구로중 학생. |
| ⓒ 윤근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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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몸뻬 바지 입은 서울 구로중 학생들의 학교 안 제주수학여행. |
| ⓒ 윤근혁 |
구절초 꽃무늬가 송송이 박힌 몸뻬 바지와 몸뻬 치마를 입은 중학생 20여 명이 운동장에 뛰어나왔다. 조금 더 기다리니, 노란색 기린 옷을 입은 학생 20여 명도 운동장으로 따라 나왔다.
몸뻬 바지와 기린 옷 입고 뛰어나온 학생들
제주 4.3 추념일을 하루 앞둔 2일 오후, 서울 구로구에 있는 구로중학교 3학년 7개 반 학생 140여 명이 제주 수학여행 행사에 참여했다. 그런데 제주 수학여행 장소는 제주가 아닌 구로중 운동장과 교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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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도 땅콩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구로중 교장과 교감. |
| ⓒ 윤근혁 |
그리고 이 학교 교장실은 제주도에 있는 유명한 섬인 우도가 되었다. 우도에서는 '우도땅콩'을 먹지 않을 수는 없는 일. 이 학교 송일민 교장과 임춘희 교감은 교장실에서 아이스크림에 우도땅콩 부스러기를 뿌리고 있다. 제주 수학여행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선물하기 위해서다. 송 교장은 '교장하르방(할아버지)'이란 글귀가 적힌 어깨띠도 둘렀다.
"코로나19 때문에 우리학교 중3 학생들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갈 수 없게 됐어요. 그래서 제주도를 학교로 불러보자! 이런 생각으로 3학년 선생님들이 지난 3월 초부터 제주 수학여행 프로젝트 학습을 준비해왔습니다."
김미예 3학년 부장의 설명이다.
땅콩 가루를 뿌려가며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나눠주던 송 교장은 "3월 중순에 선생님들의 수학여행 계획을 듣고, 코로나 시대에 신나는 일, 힘나게 하는 행사란 생각에 적극 동의했다"면서 "선생님들이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열정 없이는 이런 행사를 준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 3학년 교사들은 수학여행일 2주 전부터 제주 계기수업을 벌여왔다. 사회와 역사 시간엔 제주 4.3 사건에 대해 학습했다. 영어 시간엔 소설 <순이삼촌> 영문판 단락읽기를 했다. 기술-가정시간엔 수학여행 때 입을 의상을 구상하고 토의하는 학습을 벌였다.
이렇게 준비한 뒤 드디어 수학여행 당일인 2일 오후 12시쯤부터 4시까지 6개 교시에 걸쳐 수학여행 행사를 벌인 것이다.
우선 학생들은 점심으로 제주도 바다 분위기가 나는 해물뚝배기를 먹고, 교실에서 제주 온라인 여행과 제주방언퀴즈대회를 벌인 뒤 운동장에 나왔다.
운동장에서는 제주노래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학생들이 제주 문화유적지를 반별로 돌았다.
"얘들아. 여기 강요배 화백 작품 봐봐. 이거 장난 아니지?"
"지금은 중문해수욕장입니다. 먼저 단체 사진 찍고 개인 사진 찍겠습니다."
교사들은 손 마이크를 들고 문화유적지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계속 사진기 단추를 눌렀다. 이날만큼은 교사만이 아니라 제주 여행가이드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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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 안 제주수학여행에 나선 구로중 학생들을 위해 한 교사가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
| ⓒ 윤근혁 |
가장 멋있는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선 학생들
이번 행사를 기획한 한채민 교사는 "3학년이 조금만 있으면 졸업인데 수학여행도 못 가니 이렇게라도 해서 추억을 쌓게 해주고 싶었다"면서 "또한 제주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4.3에 대해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는 기회를 갖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학생들은 누구랄 것 없이 가장 멋있는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코로나 속에서 학생들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한편, 구로중은 3월부터 전교생이 모두 등교수업을 하고 있다. 교직원과 학부모가 협의해 결정한 것이다. 교육부의 '1/3 학교 밀집도' 원칙을 어기지 않기 위해 오전-오후 수업을 벌이고 있다. 서울에 있는 중학교가 전면 등교수업을 벌이는 것은 사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이 학교 석혜정 교무부장은 "오전, 오후 나눠서 수업하더라도 우리 교사들이 결정한 것이기에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고 말했다. 정말 그럴까? 최근 이 학교가 조사한 등교수업 만족도는 학부모와 학생이 각각 86%와 71%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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