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용기로 같이 일하실 분" 이들은 모여 보험사기단 꾸렸다

정진호 2021. 3. 24.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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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연락한 뒤 사고를 사전에 모의하고 신고해 보험금을 챙긴 일당이 검거됐다. [중앙포토]

온라인 카페에서 만나 집단으로 보험사기를 저지른 일당 모두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재판에 넘겨진 이모(30)씨 등 5명은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거나 사고가 난 것처럼 꾸며 보험금을 부정 수령한 혐의가 인정됐다.

2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5단독 하세용 판사는 지난 19일 이씨 등 5명에게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으로 벌금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씨 등 2명에게는 벌금 500만원을, 김모(39)씨 등 2명에게는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고의 사고로 보험금 수령을 하려고 했으나 미수에 그친 장모(31)씨에게는 벌금 300만원이 선고됐다.


'밑바닥 모여라' 인터넷서 만나
판결문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죽을 용기로 같이 일하실 분. 밑바닥인 분들 오세요’라는 이름의 인터넷 카페를 통해 주범인 A씨를 알게 됐다. A씨가 주도해 범행 수법 등을 기획했고, 보험사기를 위해 공범이 필요해 카페를 통해 모집했다고 한다. 고액의 일당을 지급한다거나 ‘ㄷㅋ’(뒷쿵·뒤에서 고의로 충돌한다는 의미)을 구한다는 글을 보고 연락을 하는 식이다.

이씨는 2019년 8월 9일 서울 강동구 도로에서 A씨가 운전하는 모닝 렌터카의 뒤 범퍼를 일부러 들이받고도 “과실로 교통사고가 났다”고 전국렌터카공제조합에 신고했다. 보험금으로 279만원이 지급됐다. A씨는 이 같은 방식으로 각각 다른 5명과 사고를 냈고, 그때마다 150~300만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무직 피고인들…法 "환경, 동기 고려"
벌금 500만원이 선고된 이씨는 직업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모(39)씨 역시 무직 상태로 일정한 소득이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재판부는 “보험사기 범죄는 사회와 타인에게 큰 비용과 피해를 발생시키므로 죄질이 좋지 못하다”면서도 “피고인의 환경, 범행 동기 등 모든 양형조건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들이 범행을 모의한 ‘죽을 용기로 같이 일하실 분’ 카페는 한때 회원수 1만명을 넘어서기도 한 온라인 커뮤니티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보험사기 등 불법·범죄 행위 공모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폐쇄하기 전까지 게시글이 10만개 이상 올라오기도 했다.

2019년 7월 4일 광주 북구의 한 아파트에 침입, 두 살배기를 인질로 잡고 금품을 강탈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일당. 연합뉴스



3인조 강도도 같은 카페서 만나
지난 2019년에 광주 북구의 한 아파트에 침입해 두 살배기 아이를 인질로 잡고 강도 범행을 저지른 3인조도 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이었다. 경찰에 붙잡힌 조모(32)씨 등 일당은 운영하던 사업이 망하거나 불법 스포츠 도박 등으로 빚을 져 돈을 벌기 위해 공모자를 찾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죽을 용기’ 커뮤니티는 폐쇄됐지만, 온라인을 통한 보험사기·보이스피싱 공범 모집은 계속되는 추세다. 실제 인터넷 포털에 보험사기나 보이스피싱 관련 은어를 검색하면 블로그와 SNS 등에 올라온 “일할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금전적으로 어려운 사람을 범죄와 ‘한탕주의’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24일 개인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해 불법적인 일을 함께 할 사람을 모집하는 글을 찾아 볼 수 있다. [블로거 캡처]



"사전 모의한 것만으론 처벌 어렵다"
한편 검사 출신의 김진영 변호사(진앤리 법률사무소)는 “사기 범죄의 경우 형법에 예비죄를 처벌하는 별도 규정이 없어 온라인에서 모의했다는 것만으로 처벌은 어렵다”며 “다만 실제 범죄를 실행했을 경우 모집책 등이 모두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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