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석탄 투자 관둔다는 정부..환경단체 "진정성 없다" 비판 왜

김정연 2021. 4. 27. 05: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상춘재에서 화상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처음으로 '해외 석탄발전 사업 신규 투자 중단'을 공언했지만, 시민사회단체들 사이에선 실효성 없는 선언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연합뉴스


지난 22일 열린 기후정상회의 연설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신규 해외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공적 금융지원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국내 환경단체들은 잇따라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입장을 내고 있다. 왜 그럴까.


환경단체 "공허한 선언" "실효성 없다" 비판
환경운동연합은 23일 논평에서 "해외 석탄투자 중단과 NDC 상향 약속 모두 탄소중립 달성을 기대할 수 없는 공허한 선언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또한 "대통령은 기후정상회의에 준비한 것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기후솔루션도 “이미 석탄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사양사업으로 접어든 상황에서 실효성 없는, 한계가 뚜렷한 선언"이라며 "정말 '탈석탄' 노력에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기존에 진행 중인 석탄 사업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의 ‘탈(脫)석탄’ 선언은 석탄 뿐 아니라 석유와 천연가스를 포함하는 ‘탈 화석연료’를 추진하는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늦었다는 비판이다. 유럽·미국 등에선 석탄 산업에 대한 투자 중단은 이미 논의가 끝났다. 최근엔 석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투자 중단도 논의되고 있다.


‘산업혁명 시초’ 영국이 '탈 화석연료' 선언 1등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가 지난 22일 기후정상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영국은 지난해 12월 존슨 총리가 낸 성명을 통해 '영국 수출금융기구를 통한 모든 화석연료 금융 지원 중단'을 선언했다. 공적 금융기관이 '화석연료 지원 중단'을 공언한 첫 사례다. AFP=연합뉴스


가장 먼저 '탈 화석연료'에 나선 건 석탄을 토대로 한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영국이다.

지난해 12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파리 기후협정 체결 5주년을 맞아 낸 성명을 통해 “영국 수출금융기구(UKEF)를 통한 모든 화석연료 금융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세계 최초로 석탄뿐 아니라 석유, 가스 등 ‘모든 화석연료에 대한 금융 중단’을 결정한 나라가 됐다. UKEF가 지난 5년간 영국의 석유, 가스 수출 사업에 금융 우대, 무역 진흥 등으로 지원한 금액은 50조원이 넘는다.


유럽투자은행 "가스는 끝났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이 공동 출자한 투자은행인 유럽투자은행(EIB)도 올해 안에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베르너 호이어 EIB 총재는 지난 1월 전년도 실적을 발표하면서 "가스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화석연료 사용을 멈추지 않는다면, 기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란 이유였다.

EIB는 지난해 발표한 로드맵에서 이미 '투자액 50%를 기후변화 대응 및 지속가능한 사업에 투자하고, 1조유로(한화 약 1346조원) 규모의 녹색금융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내세운 바 있다. 지난해 EIB는 브렉시트 등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전체 투자액의 34%였던 기후‧지속가능발전 분야 투자액이 40%까지 늘었다.

한국의 수출입은행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스웨덴의 수출신용보증청(EKN)은 2018년 석탄발전에 대한 투자를 중단한 데 이어, 지난해엔 석탄 광산에 대한 투자도 중단했다. EKN은 2022년까지 석유, 천연가스 탐사‧시추에 쓰이는 인프라와 기계설비에 대한 사업에도 금융 지원을 중단할 계획이다.

탈 화석연료를 위한 국가간 공동노력도 활발하다. 지난 14일 영국‧독일‧덴마크‧프랑스‧네덜란드‧스페인‧스웨덴 7개국은 ‘미래를 위한 수출금융(Export Finance for Future, E3F)’을 출범시켰다. 온실가스 다배출사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중단하고, 석탄발전에 대한 투자 전면중단,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 재검토 및 축소를 공동으로 추진하는 게 목표다.


"미국-유럽 주도권 경쟁, 한국도 따라가야"

지난 23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기후정상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오래 전부터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으로 임해온 유럽과, 올해 초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기후변화 대응에 공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미국이 현재 세계 기후변화 대응의 두 축을 이루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러나 이제야 ‘탈석탄금융’이 자리잡기 시작된 국내에선 ‘탈 화석연료’ 논의는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천연가스도 재생 에너지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에 불과하다는 점, 세계의 에너지 전환 속도를 볼 때 탈 화석연료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기업들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국내에서 탈석탄금융 프로젝트 등을 진행해온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이종오 국장은 "미국과 유럽이 각자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주도권을 잡으려고 경쟁하는 와중에 공적금융이 빠르게 따라가지 않는다면 블랙홀에 빠질 수 있다"며 "민간금융도 소비자들의 기후변화 인식 등을 고려하면 전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탈 화석연료 논의를 빨리 시작하는 게 이득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기후솔루션의 윤세종 변호사는 “국내 민간‧공공 가리지 않고 가스‧석유 사업 규모는 석탄보다 훨씬 더 크고, 더 늘어날 전망이라 '탈 화석연료'에 대한 검토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