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분배 논쟁, 정책실장은 왜 하필 지금 꺼냈을까
[이석구 기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직원들의 성과급이 연일 화제다. 또 치솟는 주가도 매일 언론의 주요 기사가 되고 있다. 해당 회사에 다니지 않는 직장인들이나 주식투자 타이밍을 놓친 사람들 사이에서는 배 아프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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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범 정책실장이 4월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날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면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우창 국가AI정책비서관, 김 정책실장, 박지연 수어통역사. |
| ⓒ 연합뉴스 |
청와대는 황급히 진화에 나섰다. "초과 세수 활용에 관한 논의였을 뿐, 사기업의 이익을 강제로 환수하자는 뜻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대통령도 직접 진화에 나서며 "가짜 뉴스"라고 선을 그었다. 실장 개인의 견해일 뿐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과연 정말 그랬을까? 김 실장은 해당 글에서 "초과이익 환수", "국민 배당금", "과실 공유" 같은 표현을 분명히 사용했다. 시장 입장에서는 이를 횡재(橫財) 세나 초과이익공유제 도입 신호로 읽을 여지가 충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평소 주장해온 기본소득론과도 맥이 닿아 있기 때문이다.
사실 김 실장이 제기한 문제의식 자체는 틀렸다고 할 수 없다. AI는 생산성을 폭발적으로 높이지만, 그 부와 소득이 소수 기업과 직원, 주주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AI가 인간을 대체할 여지도 크다 보니 일자리를 잃은 이들을 위한 기본소득, 사회 배당, AI 세 등이 논의될 수밖에 없다. '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도 논의되고 있는 사안이다. 따라서 AI 시대의 분배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은 필요하다. 다만 이 주제는 충분한 사회적 토론과 국민적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청와대 정책실장이 페이스북에서 불쑥 꺼낼 사안은 아니다.
또 삼성전자 이익이 일반 국민과 완전히 동떨어진 '그들만의 돈잔치'라는 전제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지분 약 7.75%를 가지고 있다. 수많은 개인 투자자와 연기금도 연관돼 있다.
기업의 이익은 배당, 주가 상승, 법인세 형태로 국민경제로 돌아온다. 올해 법인세가 80조 원에서 120조 원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그 증거다. 이런 상황에서 "초과이익 환수"라는 말을 꺼내면, 사람들은 당연히 "성공한 기업의 이익을 정부가 빼앗으려는 것"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발언 시점도 적절치 않다.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고위 정책 당국자가 이런 발언을 하면, 실제 의도와 별개로 "대기업 초과이익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라는 정치적 메시지로 읽히기 십상이다. '국민 배당'이라는 단어 자체가 이재명 대통령의 기본소득 주장과 연결돼 해석되기도 한다. 시장이나 야당이 과도하게 반응한다고만 볼 일은 아니다.
게다가 김 실장은 초과 이익과 초과 세수를 구분 못 할 사도 아니다. 경제학 박사에 고시 출신 관료이자 금융 전문가다. 그렇기에 시장에서는 단순한 말실수라기보다, 정책 방향성에 대한 시험적 메시지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다. 여론을 떠보기 위한 '간보기'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정책실장의 발언은 학자나 시민단체의 주장과 그 무게가 다르다. 의도가 선하다 해도 표현이 잘 못되면 시장의 불안은 커진다. 김 실장은 AI 호황에 따른 초과 세수 활용방안을 얘기하면서 '초과 이익과 국민 배당금'이란 말을 섞어 써 논란을 자초했다. 정책 당국자의 발언은 신중해야 하고, 시장을 실험 대상으로 삼아서도 안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https://blog.naver.com/nyhyuna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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