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하고 명상하고..여행지에서 '웰니스' 한다
여행이 진화하고 있다. 더 이상 명소 관광이나 맛집 탐방, 쇼핑이 여행의 전부가 아니다. 최근 요가나 명상 등을 목적으로 하는 ‘웰니스 여행’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웰니스’란 ‘웰빙(well-being)’과 ‘행복(happiness)’ ‘운동(fitness)’의 합성어다.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의미하는데, 주로 요가나 명상, 필라테스, 스파처럼 정적이고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활동이 웰니스로 불린다.
과거 웰빙 트렌드는 먹거리에, 힐링 트렌드는 휴식에 집중돼 있었다면, 웰니스는 여기에 운동을 더해 총체적인 ‘건강함’에 초점을 둔다. 최근 세계적으로 글로벌 웰니스 데이 캠페인이 개최되고, 서울에서도 웰니스 주제의 페스티벌이 성황리에 열릴 정도로 웰니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이에 웰니스를 접목한 여행의 인기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워커힐·신라·조선 등
▷주요 호텔들 웰니스 상품 앞다퉈 출시
최근 부는 웰니스 여행 열풍에는 국내 주요 고급 호텔부터 앞장서고 있다.
워커힐호텔앤리조트(이하 워커힐)가 특히 웰니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워커힐이 서울에서 운영하는 세 곳의 호텔 중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비스타 워커힐이 웰니스의 핵심이다. 이곳은 ‘워커힐 웰니스 클럽’을 갖추고 있는데, 기본적인 헬스장과 수영장을 비롯해 자세 교정, 척추 통증 완화 등이 가능한 기구를 갖춘 스튜디오, 수중 치료장 등이 포함돼 있다.
웰니스 클럽을 기반으로 연계 상품도 속속 내놓는 중이다.
비스타 워커힐은 총 6박 7일 일정의 ‘웰니스 위크’ 기획전을 연말까지 진행하고 있다. 웰니스 위크는 워커힐 웰니스 클럽의 전문가가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일주일간 체험할 수 있는 패키지 상품이다. 숙박을 포함해 웰니스 클럽의 하이테크 프로그램, 웰니스 사우나, 스파 트리트먼트, 야외 액티비티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된다.
서울신라호텔은 플로팅 요가 프로그램을 내세운다. 플로팅 요가는 물 위의 패드에서 중심을 잡으며 하는 요가로, 일반 요가보다 3배 더 많은 칼로리가 소모되는 운동이다. 서울신라호텔의 마스코트 격인 야외 수영장 ‘어반 아일랜드’에서 운영시간 전에 진행되는 프로그램으로, 고요한 분위기 가운데 온전히 요가에만 집중할 수 있다. 신라호텔은 일부 리조트에서만 선보이던 플로팅 요가를 2020년부터 서울신라호텔에서 시작해, 올해 세 번째로 선보인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하루에 다섯 팀으로 참여를 제한해 진행하는 프로그램인데, 대부분 제한 인원을 꽉 채워 예약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조선호텔앤리조트도 각 지점에 맞는 웰니스 관련 패키지를 내놓고 있다. 그랜드 조선 제주에서는 싱잉볼 요가, 아로마 요가 등 다양한 요가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고, 부티크 호텔인 레스케이프에서는 호텔 피트니스 공간을 단독으로 이용할 수 있는 ‘비 헬시, 비 세이프’ 패키지를 내놨다.


▶웰니스 핫플 된 제주에
▷해외까지 “요가하러 가요”
코로나19 유행 이후 많은 여행객들의 선택을 받은 제주도. 서울에서는 주요 호텔 브랜드들이 ‘도심 속 웰니스’ 콘셉트의 상품을 내세운다면, 제주도에서는 크고 작은 기업들의 개성 있는 숙소나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아예 요가나 명상을 콘셉트로 한 리조트도 있을 정도다. 도 차원에서도 웰니스를 앞세운 관광 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요즘 제주도는 명실상부 ‘웰니스 핫플’이다.
제주 성산읍에 위치한 취다선 리조트는 휴식과 자기 몰입을 목적으로 하는 ‘웰니스 리조트’다. 모든 이용객에게 건강식과 함께 아침저녁으로 진행되는 명상, 요가, 다도 등의 원데이 클래스가 제공된다. 명상을 할 수 있는 명상실, 다도를 할 수 있는 차실 등도 개방돼 있다. 1인 여행자만 묵을 수 있는 ‘1인 여행자의 방’ 등의 상품도 눈에 띈다. 숙소 취지에 맞게 술자리나 파티, 소음 등을 일반적인 숙소보다 엄격하게 제한한다.
제주도에서는 ‘요가 스테이’도 곳곳에 보인다. 브리드인제주가 대표적이다. 2018년 요가를 취미로 하던 최수란 대표가 공간 브랜딩 기업 지랩과 손잡고 처음 문을 연 이곳은 독채 펜션과 요가실로 구성돼 있다. 2박 이상 묵는 투숙객에게 아침 요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하루에 한 팀만 묵을 수 있는 만큼, 요가 프로그램도 다른 수강생 없이 투숙객 일행끼리만 진행한다. 이 밖에 WE호텔, 베드라디오 도두봉점, 아가스트스테이 등이 요가 등 웰니스 프로그램과 연계한 숙소로 주목받는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웰니스 관광지로서 홍보에 앞장서고 있다. 제주도는 취미 여가 플랫폼 프립과 손잡고 ‘제주 웰니스 힐링 여행 상품 기획전’을 지난 7월부터 진행했다.
‘오션뷰 요가클래스’ ‘숲속 프라이빗 요가’ ‘그림 명상’ 등 제주의 특색을 살린 70여개의 웰니스 여행 상품을 선보였다. 제주도에 따르면 기획전 오픈 이후 한 달간 총 800여건의 상품이 판매됐다.
웰니스 여행 열풍은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비대면 요가 강의 플랫폼 ‘웰리’를 운영하는 더라피스는 지난해부터 해외 웰니스 여행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괌이나 다낭 등에서 매일 바다를 보며 요가를 하고, 식사는 비건식 등으로 건강하게 먹는 것이 주 일정이다.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았는데도 매번 금세 ‘완판’이 된다는 게 더라피스 측 설명이다.
▶웰니스 열풍 왜일까
▷경험이 중요해진 여행 트렌드
웰니스 여행은 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걸까.
우선 건강을 챙기는 웰니스 자체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2010년대의 웰빙, 힐링 트렌드를 시작으로 코로나19까지 거치면서 개인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한 ‘갓생’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같은 트렌드의 연장선상이라는 이야기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22’를 통해 올해 주요 트렌드 중 하나로 ‘헬시 플레저’를 꼽은 바 있다. 그는 “건강관리가 ‘힙’해지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가 건강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서 과정과 결과 모두 지속 가능한 건강관리가 대세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 업계에서는 여행 트렌드 자체가 장소 위주의 관광에서 ‘경험’으로 이동한 것이 한몫했다고 본다. 교통과 숙박을 따로 예약하는 자유여행이 대세가 되면서, 여행지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가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여행지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의 일환으로 웰니스 프로그램을 찾는다는 것.
‘여행을 바꾸는 여행 트렌드’를 쓴 김다영 작가는 “2030세대는 원하는 경험을 직접 해보기 위해 여행지를 선택하는, 액티비티 중심의 여행 시장을 주도하는 소비자층”이라면서 “앞으로는 관광지마다 ‘로컬’의 매력을 부각시킬 수 있는 창의적인 액티비티 개발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 배재호 더라피스 대표
“고강도 지식 노동자 늘며 정적인 ‘쉼’ 수요 커져”
더라피스는 비대면 요가 강의 플랫폼 ‘웰리’를 주력으로 하는 스타트업이다. 원래는 줌을 통한 요가 강의를 운영하다, 지난해 말부터 웰니스 여행 서비스 ‘웰리트립’을 통해 여행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가능성을 인정한 현대해상 등이 더라피스에 투자를 단행했다.

Q 웰리트립에 대해 소개하면.
A 지난해 10월부터 선보이기 시작한 웰니스 여행 상품이다.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사업을 확장하자는 취지였다. 지금까지 5회의 여행을 진행했다. 코로나19 우려에도 ‘완판’으로 인원을 꽉 채워 매번 진행됐다. 첫 번째 여행이었던 괌 요가 여행에 참여한 25명의 고객 중 5명이 올해 다낭 여행을 재결제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 최근 진행한 다낭 요가 여행도 절반 이상 참여자가 재구매 의사를 보여 이들 수요를 파악해 다음 여행 상품을 기획 중이다.
Q 웰니스 여행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A 건강한 라이프 사이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일상생활에서는 이를 만들기가 어렵다. 여행에서는 오히려 가능하다. 내가 꿈꾸는 건강한 모습을 여행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고 본다. 관광에서 경험으로 넘어가고 있는 여행 트렌드와 이런 욕구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Q 웰니스 여행 시장이 어떤 점에서 잠재력이 있다고 봤나.
A 생활체육과 레저, 그리고 여행 시장 사이 경계가 없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 소비자가 그렇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흐릿해진 시장의 소비자들이 두 가지 방향으로 나아갈 거라고 봤다. 첫 번째로는 매일 똑같은 업무를 하는 ‘루틴한’ 노동자들은 더욱 자극적이고 극적인 경험을 원할 것이다. 두 번째로 고강도 지식 노동자는 이와 반대로 요가나 명상 같은 정적인 경험을 더 찾게 될 거라고 봤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는 이런 고강도 지식 노동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사람에 치이는 관리직이나 높은 창의성을 요구하는 크리에이티브 직종, 개발자 등이 대표적이다. 더라피스가 타깃으로 하는 시장은 후자다.
Q 향후 계획은.
A 지금은 요가 여행을 주로 진행하고 있지만, 다양한 종류의 웰니스 여행 프로그램을 확대해 선보일 예정이다. 다도, 프리다이빙, 사이클, 료칸, 요가원 투어 등을 계획 중이다. 여행 사업이 안정화되면 그다음은 워케이션을 콘셉트로 한 숙박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윤은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3호 (2022.08.24~2022.08.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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