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에게 “왜 결혼 안 하니?” 묻기 전, 한 번 더 생각해야 할 것

전종보 기자 2024. 9. 1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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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후반 남성 A씨는 올해 설날에 이어 추석에도 고향에 가지 않았다.

가족들은 그에게 "만나는 사람은 있니?" "OO이는 아이가 벌써 둘이라더라" "멀쩡한데 왜 장가를 안 갈까" 등 결혼 관련 이야기를 쏟아냈다.

'우리 아이만 대세를 따르지 못하는 건 아닌지'하는 일종의 불안 심리가 작용한다.

한 마디 한 마디를 주의 깊게 듣지는 않더라도, 왜 그렇게 결혼을 원하는지 생각해보고, 그 잔소리에 여러 불안과 자녀를 생각하는 마음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아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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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청문회도 아니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결혼 계획을 물어요. 가고 싶겠습니까?”

30대 후반 남성 A씨는 올해 설날에 이어 추석에도 고향에 가지 않았다. 명목상 ‘일이 바빠서’였지만, 실상은 ‘결혼 잔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다. 작년 추석에 부모와 친척들로부터 한바탕 ‘결혼 청문회’를 겪은 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가족들은 그에게 “만나는 사람은 있니?” “OO이는 아이가 벌써 둘이라더라” “멀쩡한데 왜 장가를 안 갈까” 등 결혼 관련 이야기를 쏟아냈다. ‘너 생각해서 그런다’고 하지만, 진정 생각한다면 그러지 말았으면 하는 게 A씨의 마음이다.

◇‘우리 아이만 못하면 어쩌나’ 불안한 마음에서 비롯
대부분 잔소리는 불안에서 비롯된다. 결혼 잔소리도 마찬가지다. ‘이러다 우리 아이만 결혼을 못하는 건 아닌지’ ‘부모나 가정 환경 때문에 결혼을 못하는 건지’ ‘혼자 사는 자녀가 외롭진 않을지’ 등과 같은 불안이다. 이 같은 생각과 마음은 나이가 들고 부모 또는 자녀의 경제적·사회적·개인적 상황이 불안정할수록 커진다. 갈수록 결혼 잔소리가 심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랫동안 이어진 관습을 따르려는 성향과도 관련이 있다. 특히 학업, 취업, 결혼, 자녀 양육 등 일련의 과정을 차례대로 거친 부모라면 더욱 그럴 수 있다. ‘우리 아이만 대세를 따르지 못하는 건 아닌지’하는 일종의 불안 심리가 작용한다.

◇갈등 피하려면 서로 한 발 물러나야
부모 입장에서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그로 인한 재촉이 부모 자녀 간 갈들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사례로 소개한 A씨처럼 말이다.

불안한 마음에 시작한 이야기가 갈등으로 번지지 않기 위해서는 서로 한 발씩 물러날 필요가 있다. 우선 부모는 자녀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성인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의견을 존중해줘야 한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합리, 소신, 의사결정권 등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일방적인 재촉은 반감만 키우기 십상이다. 그때와 지금의 세상, 가치관 등이 다르다는 점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결혼 이야기를 꼭 하고 싶다면 횟수라도 줄여보도록 한다.

자녀에게는 잘 듣는 노력이 요구된다. 한 마디 한 마디를 주의 깊게 듣지는 않더라도, 왜 그렇게 결혼을 원하는지 생각해보고, 그 잔소리에 여러 불안과 자녀를 생각하는 마음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아줄 필요가 있다. 부모의 결혼 잔소리가 자녀를 비난하거나 스트레스를 주려는 목적은 분명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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