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 연하 아내와 아이먼저 낳고 그 다음 결혼식 올린 톱스타
(Feel터뷰!) 디즈니+ '강매강'의 박지환 배우를 만나다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강매강>은 전국 꼴찌 강력반이 어린이집으로 유배를 당한다는 유니크한 설정으로 시작한다. 송원서 강력 2반의 팀워크는 남다르지만, 잡으라는 범인은 못 참고 반장만 줄줄이 잡아먹는 문제적 형사 집단이다. 초엘리트 신임반장의 부임으로 수사에 활력이 붙어 최강의 원-팀으로 거듭나는 코믹 수사물이기도 하다.
이중에서 금메달리스트 권투 선수 출신 ‘무중력’ 역의 박지환을 10월 24일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트콤의 부활, 향수와 낯섬 사이
현재는 찾아보기 힘든 시트콤의 전성기를 누렸던 <하이킥> 시리즈의 이영철 작가와 <감자별 2013QR3>, <너의 등짝에 스매싱>을 공동 집필한 이광재 작가가 또 한 번 뭉쳐 쓴 <강매강>은 두 작가의 호흡과 <라켓소년단>의 안종연 감독의 연출로 완성되었다.
“<하이킥>을 본 적 없었지만 알고는 있었다. 대본을 읽으면서 신박했고 계속 킥킥거렸다. 워낙 잘 쓰는 작가님들이니까 최선을 다하셨다는 게 보였다. 말맛을 살리는 건 배우의 몫이라 의도 파악에 치중했다”고 말했다.
2000년대를 풍미했던 시트콤을 보고 자란 80,90년대 생과 그 시기에 태어난 00년 생 이후 Z세대까지 아우르는 독특한 장르성을 품고 있다. 날것의 투박함과 펄떡이는 말맛, 감동의 미덕이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톤 앤 매너에 익숙해지기 위해 버퍼링이 필요한 장르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을 만족할 수 없으니, 제 몫의 최선만 다하면 된다. 믿고 의지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뭐가 나와도 나온다. 부족한 건 알아서 채워 주리라고 생각했다”라며 전적인 믿음과 신뢰를 강조했다.
이어 “애드리브나 편집 방향 논의를 많이 했다. 리허설 때 서로 대본도 바꿔서 읽어보면서 대사를 주기도 하고 가져오기도 했다. 대사를 추가하고 빼면서 건강한 소통과 토론의 장이었다. 문제가 생기면 대화로 도와주자고 이야기 나눴다. 그 신의 주인공을 유머로 몰아주기도 했다.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것도 없이 상대 능력을 버무리려고 했다. 신나게 놀기 바빴다. 빨리 밥 먹고 나가서 놀고 싶은 마음이 컸고 마음 맞는 친구들과 놀다 보니 집에 가기 싫을 정도였다”며 화기애애했던 현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겉바속촉 옴므파탈 ‘무중력’
무중력의 수사는 감과 주먹으로 마무리하는 베테랑 똥촉 형사다. <범죄도시>의 인장이 강한 탓에 늘 도망 다니느라 힘들었지만 이번에는 나쁜 놈들을 쫓기 위해 뛰느라 힘들면서도 즐거웠다고 털어놨다.
“언덕도 많다 보니까 뜀박질이 쉽지 않았다. 당시 <우씨왕후>와 후반부 촬영과 물려서 벌크업하려고 증량한 게 (잘 못돼서) 살크업이 돼버려서 더 힘들었다”며 “복싱은 예전에 취미로 6개월 배운 경험을 토대로 동영상 보고 따라 했다. 정통성을 갖춘 복싱 액션은 아니고 코믹한 상황과 연결되는 터라 액션 팀도 그냥 현장에서 가르쳐 주더라. (웃음) 안된다고 생각하면 안 되지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되게 마련이다”라고 답했다.
경험치 높은 코미디 장르, 인간미 넘치는 아저씨와 다른 ‘카사노바’ 설정에 부담감은 없었을까. 산적 같은 외모와 달리 무수한 여성의 마음을 훔치는 마성의 소유자로 설정되어 있다. “인기 많은 무중력을 스스로도 못 참겠더라. 대체 왜 넘어오지? 싶었는데, 감독님이 그냥 그렇다고 생각하고 해보라는 말에 용기 얻어 연기했다. 하면서도 못 참고 혼자 많이 웃었다”고 고백했다.
경찰 역할을 연이어 선보인다. <범죄 도시 4>에서 그토록 염원하던 FDA(폴리스 다크 아미)로 맛을 보고, <핸섬가이즈>로 시골 경찰로 분해 본격 웃음을 주었다. 드디어 <강매강>에서는 강력반 형사로 변신해 볼수록 매력적인 페로몬을 풍긴다.
“촬영 순서와 상관없이 운 좋게 공개 시점의 우연이다. 팬데믹 때 힘들었던 업계를 버티고 하나씩 한 게 연이어 나온 거다. 코믹 연기의 부담을 가지면 연기가 잘 나오지 않는다. 무거운 마음으로 도망 다니지 않아도 되고 활기차게 잡으러만 다니면 되니까 좋긴 했다. 진지한 형사 역할이 들어온다면 나름대로 신나게 해보고 싶다”고 설명했다.
흔히 코미디는 어려움을 토로하는 장르로 인식된다. 자신만의 방법을 묻자 박지환은 기막힌 현답을 내놓았다. “무중력은 복싱 하다가 힘들어서 그만두고 경찰이 된 인물이다. 말은 잘 안 통하지만 나쁘지 않은 삼촌 같다. 마성, 기쁨, 실수를 보여주는 코미디 장르일수록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고 해야지 정의를 내리면 어렵다. 스스로 행동 하나까지 족쇄 걸고 진지하게 다가간다. 흔히 병맛, B급 장르라고 철학이 없는 건 아니다. 생각은 가볍게, 준비는 완벽하게 하면 된다”고 답했다.
“상대방의 능력에 기생하면 어렵지 않다. 코미디가 어렵다는 편견은 장벽일 뿐이다. 달리기에는 순위가 있지만 연기는 수준, 순위가 없다. 무경험도 빛나 보일 때가 있다. 순위를 매길 수 없는 유일한 분야가 연기 같다. 재미있게 놀다 오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무엇을 준비했을지 생각해 보는 거다. 혼자 준비하면 혼자만 완벽하지만 둘이 만나면 남의 것이 좋아 보여 같이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다”라고 대답했다.
현장은 놀이터,
신나게 놀다 올 생각만 가득
강력반 형사답게 위장 수사도 자주 펼친다. 중국집 오픈 전단을 나눠주는 아르바이트생, 노숙인, 클러버, 일본 회장, MZ 조직폭력배 등등 변장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위장도 궁금했다.
“고바야시 회장이다. 끝을 봐도 되니까 생각한 대로 변장, 분장을 해달라고 했다. 극 중에서도 많은 변장을 하잖냐. 드디어 역할 놀이하는 걸 받아들였던 단계라 참을 수 없이 웃겼다”고 말했다.
시리즈는 개성 강한 다섯 배우의 조합이 앙상블을 이룬다. 처음에는 삐걱거리고 낯설게 느껴지는 웃음케미가 인간미 넘치는 숨은 서사와 맞붙어 시너지를 올린다.
“각 장면마다, 배우마다 호흡이 달랐다. 현우랑 동욱은 아저씨니까 고리타분하지만, 그 친구들과 더 좋은 건 분명히 있긴 하다. 세완이와 첫 만남인데 ‘쾌’한 배우더라. 상쾌 유쾌 통쾌한 에너지가 가물치 같았다. 푸드득하고 흔드는데 그저 (시청자처럼) 보는 재미가 있었다. 승우는 순수한 면이 드러날 때, 보고 있으면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라며 강매강팀의 호흡을 언급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각자의 사연이 공개된다. 웃음, 감동, 눈물을 짓게 만드는 개인 서사가 촘촘하게 연결된다. 배우가 아닌 캐릭터로서 마음에 둔 원픽을 묻자 “아마 중력은 정환을 꼽을 거다. 예전부터 오래 만난 사이라 마음이 좀 더 쓰였을 거다. 얄미워도, 측은해도 왜 그런 거 있잖나. 떡 하나 더 주는 마음이다” 무중력과 정정환의 쫀쫀한 인연을 곱씹었다.
<강매강>도 다채로운 변장도 압권이지만 앞서 SNL의 6세대 아이돌 ‘제이환’을 두고 박지환의 숨은 내공에 감탄했다는 후문이다. 능청스러운 아이돌을 완성해 충격을 안겼다.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하는 편인데 제이환은 끝나고 힘들어서 한 시간을 울었다. 갖은 이유를 대면서 이것 때문에 제대로 못했다고 말하는 게 싫었다”며 연기 노하우를 설명했다.
“그 순간 모든 것을 쏟아내야 하고 깨끗하게 비워 최소한의 상태로 임해야 한다. 10년 된 매니저의 한 마디로 자신감을 얻어 최선을 다했다. 호스트를 위해 다 던져주는 SNL 크루들의 도움을 받아 촬영했다. 다음날 새살이 돋아나는 것처럼 무엇이라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선보인 영화 <메소드연기>의 악질 토크쇼 캐릭터도 인상적이다. 초반 몰입을 유도하는 데 일조했다. “동휘가 배우로서 고민이 많아 보였다. 그때 도움 주겠다고 했더니 시나리오가 왔다. 오프닝을 이끄는 캐릭터라 과한 색상과 스타일을 해석해서 준비했다. 막연히 미국 토크쇼서 볼 법한 과장된 친절과 불쾌함이 섞인 인물 보여주었다"라고 말했다.
시대에 맞는 쓰임새를 갖춘 배우
박지환은 20대 시절부터 연극 무대에서 경험을 쌓으며 오랜 무명을 겪었다. <범죄도시> 장이수로 한 방에 인지도를 올려 지금에 이르렀다. 그동안의 쌓아 온 경험은 어떤 역할과 장르에도 변함없는 집중력을 발산한다. “연기 방향은 그때마다 다르다. 진리라고 믿었던 게 어느새 달라지기도 하잖냐. 일단 가보는 거다. 새로운 걸 즐기기도 하고 옛날 것을 다시 보기도 한다. 좋은 책과 공간, 사람을 발견하려고 한다”라 말했다.
<한산>, [우리들의 블루스], [경성크리처] 등 캐릭터와 장르를 넘나드는 믿고 보는 배우로 거듭났다. 스스로 인기를 실감하냐 묻자 “꿈이 크다거나 저에게 야박한 게 아니라 객관적인 편이다. 예전과 똑같은 저인데 시대의 쓰임에 맞은 것뿐이다. 그 모습을 예쁘고 귀엽게 봐주시는 것 같다”며 겸손하게 답했다.
“대세라는 말은 감사하고 좋지만 큰 관심이 없어 반응은 찾아보지 않는다. 배우는 최선을 다해 현장에서 연기를 만들면 그만인 사람이다. 모니터링도 안 한다. 다시 보고 다시 찍으면 좋은 장면이 나오지 않더라. 제가 이 장면에서는 부족했지만 상대 배우는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거다. 괜히 나 때문에 상대의 연기를 망칠까 봐 신이 좋았다면 넘어간다. 그 이후는 관객, 시청자의 몫이다”라고 답했다.
“결과에 크게 관심 두지 않는 편이다. 그보다는 다음 작품, 내일 촬영 신만 생각한다. 요즘 스스로 부족하고 잘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차분히 답했다. “매너리즘이 왔다. 괴로운 마음도 있지만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즐거운 과제가 떨어진 거라고 믿고 있다. 할 수 있는 건 노력뿐이라, 더 잘하고 싶고 내적 질문이 많다. 어떻게 하면 건강하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나 선배 조언도 듣고 사숙하면서 잊히지 않는 배우가 되려고 노력한다”고 심사숙고했다.
지금까지 오래 연기할 수 있는 원동력을 묻자 “밖에서 에너지를 많이 쓰고 들어오니까 집에 오면 배터리가 방전된다. 유튜브 강의를 들으면서 채운다. 마스터 클래스, 역사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등 자연 풍경, 문화제, 여행 소재를 자주 본다. 앉아서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안목도 기를 수 있다. 휴차 때는 진선미에 관련된 책도 읽고 차를 끌고 즉흥적 여행도 간다. 최대한 많은 것을 알고 싶은데 보는 법을 알면 작품에 대한 고민이 늘고 연기가 좋아지는 기분이 든다”라고 답했다.
또한 “끊임없이 신선한 상태로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한다. 쓸 데 없는 관계성에 목메지 않으려 한다. 물론 이름값이 중요하고 클래스는 영원하지만 유명 축구, 농구 선수를 보면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경기를 좌지우지하는 것과 비슷하다. 세리머니에는 관심 없고 더 성장하고 싶다. 현혹되기 딱 좋은 세상에 살고 있어 정신 차리고 싶다”며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삶의 태도를 설명했다.
한편, 참신한 시리즈의 탄생을 알린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강매강>은 총 20화 중 매주 수요일 2화씩 16화까지 공개되었으며 현재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배우 박지환은 추창민 감독의 가상역사극 <탁류>로 만날 수 있다.
글: 장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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