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검사들이 바라본 이재명 수사 전망… "배임 혐의는 안전판"
선거자금 관련 직접 증거 없어도 간접사실 증명해 기소 가능해
소환조사·기소 시기 관련해선 관측 엇갈려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대장동 사건 관련자들의 추가 폭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법조계 일각에서 검찰이 이 대표를 배임 및 선거자금 관련 혐의로 기소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22일 검사 출신 법조계 인사들은 "검찰 입장에서는 배임 혐의가 이번 수사에서 일종의 '안전판'이라 할 수 있다"면서 "선거자금 관련 혐의의 경우 이 대표에 대한 직접 증거가 없어도 여러 가지 간접사실들을 통해 입증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선거자금 수사 경험이 풍부한 전직 검사장 A씨는 "검찰이 정진상이나 김용의 이 대표 관련 진술을 기대하면서 수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이미 정진상은 물론 이 대표에 대해서도 기소가 가능할 정도의 충분한 수사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A씨는 "검찰이 공소장에 써놓은 건 무조건 수사하겠다는 얘기다. 그건 미니멈이고 거기에 더해 추가 수사를 하는 과정"이라며 "다만 두 사람이 묵비하는 상황에서 검찰은 증거를 절대 공개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 관련해서 묻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대장동 사건의 경우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 대표가 직접 승인하고 결재한 문서 같은 것들이 있기 때문에 이 대표가 돈을 받은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배임은 확실히 된다고 수사팀은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며 "개발이익을 다 회수하지 않고 민간 사업자들이 나눠갖게 하면 시에 손해가 발생한다는 것은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안전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진술이나 증거가 나오지 않아도 배임 혐의는 기소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인 2014년 3월 성남도시개발공사만 수행할 수 있었던 대장동 사업에 민간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지시한 것이나 2015년 공모지침서나 사업협약서에서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삭제하는 것을 승인 또는 묵인한 것, 2016년 대장동과 제1공단을 분리하도록 개발계획을 변경한 행위 등이 배임에 해당하는지 수사해왔다.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공소장에 적시된 불법 대선 경선자금 수수 혐의에 대해서도 전직 검사들은 이 대표에게 공동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A씨는 "진술로 입증하기는 어렵겠지만 자금의 흐름을 확인해 경선 때 사용됐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이 대표가 몰랐을리 없다'는 점을 뒷받침할 여러 가지 간접증거들을 통해 혐의 입증이 가능하다"며 "실제 선거 사건 수사에서는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직 검사장 B씨는 "김 부원장이 선거를 위한 조직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만난 인물, 지출내역 등이 이 대표에게 보고가 됐는지, 이 대표가 선거 비용을 내려줬는지 등 당시의 내부 프로세스를 보고 판단해야겠지만 억대의 선거자금이 들어온 걸 후보자가 몰랐다는 건 솔직히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김 부원장이나 정진상 실장이 자신들의 혐의를 전부 부인하는 입장이면 관련 진술을 안 하겠지만, 가령 예를 들어 대장동 일당에게 돈을 받은 사실은 입증이 돼서 그 돈을 선거가 아니라 다른 곳에 썼다고 진술을 했는데 장부나 실제 통장에서 나간 돈이 그렇게 사용되지 않았다는 게 확인되면 진술의 신빙성이 무너지고 간접적으로 검찰이 입증하는 효과가 생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전직 검사 C씨는 "공직선거 후보자가 선거자금에 대해 명확하게 확인하지 않는다는 건 믿기가 어렵기 때문에 회계책임자가 선거범죄로 처벌을 받으면 당선 무효를 시키는 것"이라며 "뒤집어 말하면 금권선거를 배제하기 위해 공직선거 후보자는 회계를 직접 챙기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C씨는 "미국의 사베인-옥슬리법은 회계 재무제표에 대해서 최고경영자(CEO)가 모른다는 주장을 할 수 없도록, 책임지게 돼 있다"며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선거 비용에 관한 보고서를 후보자 명의로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선거자금의 출처를 모른다는 말을 할 수 있는지, 이걸 상식적으로 판단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이 이 대표의 '오른팔'로 불리는 정진상 실장의 신병까지 확보한 이후에도 이 대표와 민주당은 '야당 탄압', '조작수사'라는 주장을 계속 이어가고 있지만 검찰의 이 대표 기소는 정해진 수순이라는 게 법조계와 정치권의 관측이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도 정 실장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지난 15일 한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대표 기소까지는 무조건 갈 것 같다"고 얘기했다.
다만 이 대표의 소환조사나 사법처리 시기에 대해서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A씨는 "이 대표를 불러도 (어차피 진술을 안 해) 의미가 없으니까, 최대한 다 써놓고, 모든 걸 다 조율한 뒤에 마지막으로 소환할 것"이라면서도 "들리는 소문은 (이 대표 사건을) 연내 처리한다는 얘기가 많은데, 한 번에 안 끝내고 서서히 부르고, 또 나오라고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 대표는 현재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인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사업 비리 의혹 외에도 '성남FC 후원금' 의혹(수원지검 성남지청), 쌍방울 변호사비 대납 의혹(수원지검) 등으로도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이 이 대표가 제1야당 대표인 점을 배려해 이들 복수의 사건에 대한 기본적인 수사를 마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한 뒤 한꺼번에 조사를 진행할 수도 있지만, 조사할 내용이 많을 경우 여러 차례 소환하거나 각 사건을 분리해서 조사한 뒤 기소 여부를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전날 새벽 구속기간 만료로 출소한 대장동 민간사업자 남욱 변호사는 대장동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기존 진술을 뒤집고 배당액이 가장 큰 '천화동인 1호'가 이재명 시장 측 몫이라는 점을 2015년 초부터 알았으며 이 대표의 성남시장 재선 당시 4억원 이상을 전달했다고 폭로했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 부원장이 구소기소된 데 이어 정 실장마저 대장동 일당에게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되고, 이 대표와 관련된 추가 폭로가 이어지면서 민주당 내에서도 친문계 내지 친이낙연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사법 리스크'를 떠안고 있는 이 대표가 계속 야당 대표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이 대표에 대한 사법처리가 최대한 늦춰지는 것이 여당에 유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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