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 속 실로시빈, 항우울제보다 더 나은 효과 보여

- 실로시빈,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s)보다 장기적으로 더 나은 효과 보여
- SSRIs에서 나타나는 잠재적 부작용도 없어... 단, 대규모 연구로 재확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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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종류의 버섯에서 발견되는 환각 물질 ‘실로시빈(Psilocybin)’이 항우울제로 사용되는 약물과 유사한 증상 개선 효과를 제공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제 학술지인 「란셋 e클리니컬 메디신(Lancet eClinical Medicine)」에 발표된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연구팀의 발표 내용에 따르면, 실로시빈은 우울증 치료 목적으로 처방되는 약물 중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s)’와 유사한 수준의 효과를 제공한다. SSRIs 복용 시 나타날 수 있는 불안, 두통, 메스꺼움, 구강 건조, 수면 문제, 성욕 감소 등의 잠재적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다.

실로시빈, 기존 항우울제와 유사한 치료 효과

연구팀은 중증 우울증 진단을 받은 성인 59명을 모집해 연구를 진행했다. 이중 30명의 참가자는 실로시빈을 25mg씩 두 번 복용하게 했고, 나머지 29명의 참가자는 SSRI의 한 종류인 ‘에스시탈로프람(escitalopram)’을 6주 동안 복용하게 했다. 모든 참가자는 공통적으로 약 20시간의 심리 상담도 받았다.

연구 종료 시점에서 두 그룹은 모두 우울증 증상에서 눈에 띄는 개선을 보였다. 이러한 효과는 6개월 후에도 지속됐다. 즉, 실로시빈을 복용해도 기존의 항우울제와 유사한 수준의 치료 효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신경정신약리학 교수인 데이비드 넛 박사는 ‘메디컬뉴스 투데이’를 통해 “실로시빈은 부정적 사고가 반복되는 고리를 방해한다”라고 이야기했다.

더 적은 양으로 동등한 치료 효과 + 삶의 질 개선

여기에 더해, 실로시빈을 복용한 30명의 참가자는 6개월 후 사회적 기능 및 심리적 연결성에서 더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이번 연구를 함께 주도한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이비드 에리초 박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 연구는 실로시빈이 우울증 증상 및 전반적인 삶의 질을 함께 다룰 수 있는 치료법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라고 이야기했다.

데이비드 넛 박사는 “실로시빈은 특히 에스시탈로프람처럼 감정을 억제하지 않는다”라며 “단 두 번을 복용했음에도 6주에 걸친 항우울제 복용과 동등한 효과를 보였으며, 여기에 더해 6개월 동안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결과를 보였다”라고 강조했다.

표준 항우울제의 한계, 대안 필요할 것

SSRIs 계통의 약물은 우리나라에서도 항우울제로 사용되고 있다. 다만, 과거에 진행됐던 연구에 따르면 SSRIs를 복용해도 효과가 없는 경우가 약 30% 정도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울증으로 내원한 환자 수는 약 105만 명 정도다. 위의 30%라는 비율을 보편적인 수치로 받아들이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해당 비율을 적용해본다면 약 31~32만 명 정도는 기존 항우울제가 듣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이는 단순하게 숫자만 놓고 산출한 것이며, 실제 우울증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면 구체적인 수치는 달라질 수 있다.

또한, 항우울제가 효과가 있더라도, 복용을 중단했을 때 그 효과가 지속되지 않는 사례가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표준 치료법으로 사용되고 있는 SSRIs를 대신해 시도해볼 수 있는 치료 옵션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새로운 부작용 가능성 검토 필요

실로시빈이 새로운 치료제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아직 가야할 길은 멀다. 실제 실로시빈은 연구 용도로만 사용되고 있으며, 아직 미국 FDA와 유럽 EMA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마찬가지다.

기존 항우울제에서 보고되는 잠재적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 역시 실로시빈의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환각 물질인 만큼, 이외의 다른 부작용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이번 연구에 동원한 참가자 표본은 너무 적다. 이들의 결과만을 가지고 ‘치료 효과가 있다’라는 일반적 결론을 내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즉, 충분히 큰 규모의 임상시험을 통해 일반적인 효과를 확실하게 검증하고, 혹시 있을지 모를 부작용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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