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전철 타고 스키장까지… 용문~홍천 철도, 강원 100년 숙원 현실로

박상준 2025. 12. 2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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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4년 개통 목표... 서울에서 홍천까지 1시간 30분대로 단축

[박상준 기자]

스키 시즌만 되면 강원도로 향하는 도로는 어김없이 '주차장'이 된다. 서울에서 홍천 비발디파크 등 주요 스키장으로 가는 길은 주말이면 3~4시간이 훌쩍 걸리는 고통의 구간이었다. 하지만 머지않아 꽉 막힌 도로 대신, 따뜻한 전철 안에서 창밖의 설경을 감상하며 홍천으로 향하는 날이 현실이 될 전망이다.

강원도민의 100년 숙원이자 경기 동부권 주민들의 오랜 염원이었던 용문~홍천 광역철도 건설사업이 마침내 경제성이라는 높은 문턱을 넘었다.

경기도와 강원특별자치도는 지난 22일 열린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 심의에서 해당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최종 통과했다고 23일 밝혔다. 2007년 경제성 부족으로 고배를 마신 이후 18년 만의 재도전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번번이 좌절됐던 홍천군민들의 '100년 꿈'이 비로소 현실화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번 예타 통과로 사업은 2026년부터 본격적인 추진 단계에 들어가며, 2034년 개통을 목표로 속도를 낼 예정이다.

서울에서 홍천까지 1시간 30분... 수도권 전철 생활권 편입

용문~홍천 광역철도는 단순한 지역 연결을 넘어, 수도권과 강원 내륙을 잇는 첫 광역철도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주말마다 반복되던 교통체증을 구조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기대를 모은다.

노선은 경기도 양평군 용문역을 출발해 청운면을 거쳐 강원도 홍천군 양덕원과 홍천읍까지 이어진다. 총연장 32.7㎞의 단선 전철로, 총사업비는 1조 995억 원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 사업이다.

가장 큰 변화는 이동 시간이다. 현재 홍천에서 용문까지 시외버스로 약 45분이 걸리지만, 전철 개통 시에는 24분으로 대폭 단축된다. 서울 접근성도 눈에 띄게 개선된다. 청량리역 기준으로 홍천까지 1시간 30분대, 용산역에서는 1시간 50분대 이동이 가능해진다.

이는 경춘선 개통 이후 춘천이 수도권 생활권으로 편입된 것과 유사한 변화다. 홍천 역시 사실상 수도권 전철망에 포함되며, 생활 반경 자체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양양고속도로와 국도 6호선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대신 전철을 타고 홍천에 내려 스키를 즐기고 당일치기로 돌아오는 일정도 현실적인 선택지가 된다. 관광 수요 확대와 체류 방식의 변화가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18년의 기다림... 경제성 넘어 균형발전으로

이 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2007년 첫 예비타당성조사에서 경제성(B/C) 부족 판정을 받으며 장기간 표류했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면적이 가장 넓은 홍천군이 철도 교통에서 소외돼 있다는 점은 꾸준히 문제로 지적돼 왔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전환점은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2021~2030)에 신규 사업으로 반영되면서 마련됐다. 이후 경기도와 강원도, 양평군과 홍천군은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해 예타 통과를 준비했다.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9차례 전략회의를 열었고, 군부대 수요 반영 등 현실적인 논리를 보완하는 데 집중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수도권 동부지역이 더 이상 교통 소외지역이 아닌 균형발전을 이끄는 핵심 축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 역시 "18년 만의 재도전 끝에 얻어낸 값진 성과"라며 "홍천이 춘천과 유사한 수준의 수도권 접근성을 확보하게 됐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철도 개통의 효과는 교통에만 그치지 않는다. 홍천군은 2016년 전국 최초로 '귀농·귀촌 특구'로 지정된 후 8년간 약 1만 3천 명의 인구를 유입시킨 바 있다. 여기에 수도권 출퇴근이 가능한 교통 여건이 더해지면서 '5도 2촌(5일은 도시, 2일은 농촌)' 생활을 원하는 도시민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적 파급 효과도 주목된다. 홍천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와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돼 바이오·항체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광역철도 연결은 인력 수급과 물류 환경을 개선해, 수도권과 연계된 산업 생태계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는 이번 사업을 통해 약 1만 2천 명의 고용 유발 효과와 1조 8천억 원 규모의 생산 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34년 개통 목표, 이제부터가 시작

예타라는 관문은 넘었지만, 실제 개통까지는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다. 경기도와 강원도는 내년 초 기본계획 수립과 타당성조사 용역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미 2026년 정부 예산에 국비 5억 원이 반영된 상태다.

이후 기본·실시설계를 거쳐 공사에 들어가며, 전체 사업 기간은 약 8~10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양 지자체는 국토교통부 등 관계 기관과 협력해 절차가 지연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겨울철 고속도로 위에서 붉은 브레이크 등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던 기억은 이제 서서히 과거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홍천 가서 스키 타고, 막국수 먹고, 전철 타고 돌아온다"는 상상이 2034년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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