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인의 그 묘한 눈, 도움 됐다"…베테랑2로 돌아온 황정민
추석 연휴 유일한 한국 대작
"형사 서도철은 좋은 어른,
나이 들수록 닮고 싶죠"
" “남자가 봤을 때 되게 매력 있어요. 말은 걸걸한데 속정 깊고, 하고자 하는 일에 투철한 정신을 가졌죠. 주변에 한 명 있으면 든든하고 무조건 믿고 따를 것 같은 사람. 나이 들수록 저도 그런 좋은 선배, 좋은 어른이면 좋겠다고 생각하죠.” " 배우 황정민(54)이 흠뻑 반한 이 사람, 영화 ‘베테랑’ 시리즈(감독 류승완)에서 그가 연기한 강력반 형사 서도철이다. 1300만 관객을 동원한 ‘베테랑’이 9년 만에 2편(13일 개봉)으로 돌아왔다.
'서울의 봄'보다 어려웠다? "외줄 타듯 연기"
류승완(50) 감독도, 그도 영화 속편을 만든 건 처음이다. 10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황정민은 “‘베테랑’은 수많은 필모그래피 중에도 정말 아끼는 작품”이라며 “영화를 처음 하는 사람처럼 떨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에 반해 ‘베테랑2’는 “1편부터 류 감독과 우리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해보자고 만든 영화”다. “복에 겹게 많은 관객이 봐주셨고 그 에너지를 지금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그는 “저는 늙어도 서도철은 제 마음속에서 늙지 않는 정의로운 인물”이라며 “2편 첫 촬영 때 극 중 국과수(국립과학수사연구원) 복도를 걸어가며 명찰을 매는 그 느낌이 꼭 1편 때 같아서 기분이 묘했다”고 돌아봤다.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2022), ‘서울의 봄’ 등 최근 잇따른 악역보다 “선을 넘어도 안 되고 자칫 밋밋해지기 쉬운 서도철 같은 캐릭터 연기가 어렵다”며 “외줄 타듯 연기했다”고 돌아봤다.
"촬영 때 아들 고2…사과할 줄 아는 아버지 그려"
공동각본을 겸한 류 감독은 전날 언론 시사 후 간담회에서 “몇 가지 스토리 중 황(정민) 선배님과 상의 끝에 지금의 버전으로 진행하게 됐다”면서 “서도철이 곧 황정민이다. 자연인 황정민의 인간적이고 배려심 있는 모습, 성숙하고 지쳐가는 모습이 녹아있다”고 밝혔다.
2편에선 아버지로서 서도철의 성장통도 담긴다. “선배님이 조태오 잡는 걸 보고 경찰이 됐다”는 빼어난 전투력의 일명 ‘UFC 경찰’ 박선우(정해인)가 서도철의 사회적 아들이라면, 집에선 “애들은 싸우며 크는 것”이라고 그가 외면해온 고등학교 2학년생 아들이 학교폭력에 휘말린다. 공교롭게도 촬영 당시 황정민의 아들 역시 고교 2년이었다.
사적 복수 살인 소재에 대해선 “좋은 살인 있고 나쁜 살인이 있냐. 살인은 살인”이란 대사로 대신 답했다.
"정해인 묘한 눈, 저한테도 도움 돼"
Q : -류 감독이 2편 시나리오 단계부터 많이 의논했다고.
“1편의 통통 튀는 에너지라던가, 제가 만든 서도철에 대해 많이 물어보셨다. 서도철이 ‘베테랑’의 중심이고, 중심의 뿌리를 정확히 박지 않으면 빌런(악역)도 돋보이지 않으니까.”
Q : -정해인과 거울처럼 마주한 클로즈업 장면도 많다.
“(정)해인이가 나오면 모든 관객이 무장해제된다. ‘서울의 봄’에서도 느꼈잖나. 그 친구의 국화 같고 뽀송뽀송한 ‘엄친아’ 얼굴, 그 묘한 눈이 제 연기에도 도움이 됐다.”
Q : -액션 강도가 세졌다. ‘힘들다’ 대사가 여러 번 나오는데, 애드리브였다고.
“서도철 상황에서 나온 대사다. 술을 줄이고 몸을 만들었는데도, 더는 액션은 못 하겠다고 농담할 만큼 체력적으로도 좀 힘들었다. 류 감독이 정교하게 안무를 짠 덕에 액션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Q : -3편을 예고하는 쿠키 영상이 삽입됐는데.
“2편이 잘돼야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다.”
'리셀웨폰' 같은 시리즈 꿈…또 속편 한다면 이 영화
그런 그에게도 첫 속편 경험은 “영광이고 행복함”이었다. “‘베테랑’ 1편 때도 ‘리셀웨폰’ 시리즈처럼 찍으면 좋겠다고 그랬었다. ‘리셀웨폰4’(1998) 마지막에 같이 나이 먹어가는 스태프들이 단체 사진 찍는 모습이 근사했다. 배우가 영화 시리즈물을 갖는 건, 있을까 말까 한 일이다. 전작이 잘돼야 다음을 찍을 수 있으니까. 어릴 때 ‘에이리언’ ‘다이하드’ 시리즈를 보며 자랐고, 시리즈물을 꿈꿨는데 저한테는 ‘베테랑’이 시작”이라면서다.
Q : -다른 영화 속편에 도전한다면.
“영화 ‘구르믈버서난 달처럼’(2010)의 침술사 맹인 검객. 그 인물 스핀오프를 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
신작은 끊이지 않는다. ‘서울의 봄’ 흥행이 한창이던 올 초 나홍진 감독 영화 ‘호프’ 촬영을 마쳤다. 지난 7~8월엔 국립극장에서 셰익스피어 연극 ‘맥베스’ 타이틀롤을 맡아 “2시간 동안 감독의 ‘컷’ 없이 하고 싶은 대로 쏟아내는 카타르시스”를 흠뻑 느꼈다.
쉴 틈 없는 작품 활동 원동력을 묻자 “저는 광대다. 열심히 작품을 해서 관객한테 골라 먹는 재미를 주는 게 제 몫이다. 잘할 수 있는 게 이것 뿐이어서 열심히 한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올해 추석 연휴 한국 대작 영화 개봉은 ‘베테랑2’가 유일하다. 개인 통산 네 번째 천만 흥행 가능성을 묻자 황정민은 몸을 낮췄다. “너무 어려운 숫자고 원할 수도 없지요. 일단 손익분기점(400만 관객)만 넘으면 좋겠습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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