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인의 그 묘한 눈, 도움 됐다"…베테랑2로 돌아온 황정민

나원정, 왕준열, 김하나 2024. 9. 1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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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테랑2' 주연 황정민
추석 연휴 유일한 한국 대작
"형사 서도철은 좋은 어른,
나이 들수록 닮고 싶죠"
영화 '베테랑2' 주연 배우 황정민을 10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사진 CJ ENM

" “남자가 봤을 때 되게 매력 있어요. 말은 걸걸한데 속정 깊고, 하고자 하는 일에 투철한 정신을 가졌죠. 주변에 한 명 있으면 든든하고 무조건 믿고 따를 것 같은 사람. 나이 들수록 저도 그런 좋은 선배, 좋은 어른이면 좋겠다고 생각하죠.” " 배우 황정민(54)이 흠뻑 반한 이 사람, 영화 ‘베테랑’ 시리즈(감독 류승완)에서 그가 연기한 강력반 형사 서도철이다. 1300만 관객을 동원한 ‘베테랑’이 9년 만에 2편(13일 개봉)으로 돌아왔다.


'서울의 봄'보다 어려웠다? "외줄 타듯 연기"


류승완(50) 감독도, 그도 영화 속편을 만든 건 처음이다. 10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황정민은 “‘베테랑’은 수많은 필모그래피 중에도 정말 아끼는 작품”이라며 “영화를 처음 하는 사람처럼 떨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13일 개봉하는 영화 '베테랑2'(감독 류승완)는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 베테랑 서도철 형사(황정민)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가 합류하면서 영화 '베테랑'(2015) 한 장면. 사진 CJ ENM사적 보복을 내세운 연쇄살인범 '해치'를 쫓는 액션범죄수사극이다. 사진 CJ ENM
‘국제시장’(2014) ‘베테랑’을 잇는 3번째 천만 돌파작 ‘서울의 봄’(2023)으론 언론 인터뷰에 나서지 않은 그다. “워낙 말 실수를 많이 하는 제가 괜히 (실화 소재) 작품에 누가 될까 봐 조심스러웠다”고 설명했다.
그에 반해 ‘베테랑2’는 “1편부터 류 감독과 우리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해보자고 만든 영화”다. “복에 겹게 많은 관객이 봐주셨고 그 에너지를 지금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그는 “저는 늙어도 서도철은 제 마음속에서 늙지 않는 정의로운 인물”이라며 “2편 첫 촬영 때 극 중 국과수(국립과학수사연구원) 복도를 걸어가며 명찰을 매는 그 느낌이 꼭 1편 때 같아서 기분이 묘했다”고 돌아봤다.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2022), ‘서울의 봄’ 등 최근 잇따른 악역보다 “선을 넘어도 안 되고 자칫 밋밋해지기 쉬운 서도철 같은 캐릭터 연기가 어렵다”며 “외줄 타듯 연기했다”고 돌아봤다.

"촬영 때 아들 고2…사과할 줄 아는 아버지 그려"


1편이 “어이가 없네”라는 명대사의 안하무인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를 소탕하는 명확한 선악 구도라면, ‘베테랑2’는 사적 복수를 내세운 연쇄 살인마 ‘해치’ 캐릭터를 통해 “정의에 관한 속 시원한 해답보다 질문 거리를 던졌”(류승완)다. 1편의 가벼운 코미디를 다소 덜고, 사회에 만연한 폭력과 마약, 가짜 뉴스 등 고민은 깊어졌다. 올 5월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심야상영) 부문 초청 당시 “1편의 코미디 톤을 낮추고 더 날카로워진 후속작”(스크린데일리) “포퓰리즘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폭력을 엄중하게 다룬 긴장감 넘치는 롤러코스터”(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외신 평가를 받았다.
공동각본을 겸한 류 감독은 전날 언론 시사 후 간담회에서 “몇 가지 스토리 중 황(정민) 선배님과 상의 끝에 지금의 버전으로 진행하게 됐다”면서 “서도철이 곧 황정민이다. 자연인 황정민의 인간적이고 배려심 있는 모습, 성숙하고 지쳐가는 모습이 녹아있다”고 밝혔다.
2편에선 아버지로서 서도철의 성장통도 담긴다. “선배님이 조태오 잡는 걸 보고 경찰이 됐다”는 빼어난 전투력의 일명 ‘UFC 경찰’ 박선우(정해인)가 서도철의 사회적 아들이라면, 집에선 “애들은 싸우며 크는 것”이라고 그가 외면해온 고등학교 2학년생 아들이 학교폭력에 휘말린다. 공교롭게도 촬영 당시 황정민의 아들 역시 고교 2년이었다.
영화 '베테랑2'(감독 류승완)에는 강력범죄수사대에 새로 합류한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 왼쪽 두번째부터)와 베테랑 서도철 형사(황정민)가 거울처럼 서로를 비춘 장면도 많다. 사진 CJ ENM
실제 아들과 사이가 좋다는 황정민은 “극 중 아이들 학폭 사건보단 아들이니까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식이던 서도철이 마지막에 ‘내가 생각이 짧았다’고 사과하는 게 저한테는 중요했다”면서 “우리네 아버지 얘기”라고 덧붙였다. “저는 어릴 때 아버지하고 안 친했다. 아버지가 그저 무서웠다. 부모가 된 입장에선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서도철이 자기 잘못을 정확히 인정하는 어른, 사과할 줄 아는 어른이 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사적 복수 살인 소재에 대해선 “좋은 살인 있고 나쁜 살인이 있냐. 살인은 살인”이란 대사로 대신 답했다.

"정해인 묘한 눈, 저한테도 도움 돼"


영화 '베테랑2'(감독 류승완)에는 '서울의 봄'에서 황정민과 호흡 맞춘 정해인(사진)이 새로운 인물로 합류했다. 사진 CJ ENM

Q : -류 감독이 2편 시나리오 단계부터 많이 의논했다고.
“1편의 통통 튀는 에너지라던가, 제가 만든 서도철에 대해 많이 물어보셨다. 서도철이 ‘베테랑’의 중심이고, 중심의 뿌리를 정확히 박지 않으면 빌런(악역)도 돋보이지 않으니까.”

Q : -정해인과 거울처럼 마주한 클로즈업 장면도 많다.
“(정)해인이가 나오면 모든 관객이 무장해제된다. ‘서울의 봄’에서도 느꼈잖나. 그 친구의 국화 같고 뽀송뽀송한 ‘엄친아’ 얼굴, 그 묘한 눈이 제 연기에도 도움이 됐다.”

Q : -액션 강도가 세졌다. ‘힘들다’ 대사가 여러 번 나오는데, 애드리브였다고.
“서도철 상황에서 나온 대사다. 술을 줄이고 몸을 만들었는데도, 더는 액션은 못 하겠다고 농담할 만큼 체력적으로도 좀 힘들었다. 류 감독이 정교하게 안무를 짠 덕에 액션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Q : -3편을 예고하는 쿠키 영상이 삽입됐는데.
“2편이 잘돼야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다.”


'리셀웨폰' 같은 시리즈 꿈…또 속편 한다면 이 영화


배우 황정민이 지난 5월 20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7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베테랑2' 제작진과 함께 현지 외신 앞에 포즈를 취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촬영 후엔 “머리가 하얘지고 작품을 싹 잊는다”는 황정민. 후시녹음 때 촬영기간 연기했던 목소리 색깔이 낯설게 느껴져 애먹은 적이 있을 정도란다.
그런 그에게도 첫 속편 경험은 “영광이고 행복함”이었다. “‘베테랑’ 1편 때도 ‘리셀웨폰’ 시리즈처럼 찍으면 좋겠다고 그랬었다. ‘리셀웨폰4’(1998) 마지막에 같이 나이 먹어가는 스태프들이 단체 사진 찍는 모습이 근사했다. 배우가 영화 시리즈물을 갖는 건, 있을까 말까 한 일이다. 전작이 잘돼야 다음을 찍을 수 있으니까. 어릴 때 ‘에이리언’ ‘다이하드’ 시리즈를 보며 자랐고, 시리즈물을 꿈꿨는데 저한테는 ‘베테랑’이 시작”이라면서다.

Q : -다른 영화 속편에 도전한다면.
“영화 ‘구르믈버서난 달처럼’(2010)의 침술사 맹인 검객. 그 인물 스핀오프를 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

황정민은 영화 '베테랑2'(감독 류승완) 촬영 당시 어려웠던 점으로 한겨울 엄동설한에 야외, 빗속 촬영을 한 것을 들었다. 강도가 세진 액션 자체는 류승완 감독, 무술감독의 정교한 안무로 위험하지 않게 소화할 수 있었다고. 사진 CJ ENM

신작은 끊이지 않는다. ‘서울의 봄’ 흥행이 한창이던 올 초 나홍진 감독 영화 ‘호프’ 촬영을 마쳤다. 지난 7~8월엔 국립극장에서 셰익스피어 연극 ‘맥베스’ 타이틀롤을 맡아 “2시간 동안 감독의 ‘컷’ 없이 하고 싶은 대로 쏟아내는 카타르시스”를 흠뻑 느꼈다.
쉴 틈 없는 작품 활동 원동력을 묻자 “저는 광대다. 열심히 작품을 해서 관객한테 골라 먹는 재미를 주는 게 제 몫이다. 잘할 수 있는 게 이것 뿐이어서 열심히 한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올해 추석 연휴 한국 대작 영화 개봉은 ‘베테랑2’가 유일하다. 개인 통산 네 번째 천만 흥행 가능성을 묻자 황정민은 몸을 낮췄다. “너무 어려운 숫자고 원할 수도 없지요. 일단 손익분기점(400만 관객)만 넘으면 좋겠습니다.”

프랑스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된 '베테랑 2'의 제작진과 배우들이 5월 21일(현지시간) 세계 첫 영화 상영에 앞서 레드카펫에 입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제작사 '외유내강'의 조성민 부사장, 배우 정해인, 류승완 감독,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 배우 황정민. 사진 CJ ENM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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