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 맞는 전기차 충전기…LG전자의 10조 목표 시험
[한국경제TV 정재홍 기자]
LG전자 평택 디지털파크 안에는 수상한 공간이 하나 있다. 너비 약 15m, 높이는 10m. 넓은 공간이지만 위아래 벽면을 뾰족한 사각뿔이 모두 덮고 있어 낯설게 느껴진다. 방 안에는 안테나와 전기차 충전기 뿐이다.
이곳은 전기차 충전기 전자파 시험소다. 자체적으로 구축한 충전기를 북미 등 해외에 수출하기 위해선 일정기준 이하의 전자파만 배출한다는 증명이 필요하다. 기준 이상의 전자파는 인체는 물론 차량과 시스템에도 영향을 준다. 이곳의 정확한 명칭은 'EMI챔버'이다.
안테나가 1m~4m 높이로 움직이며 충전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를 측정한다. 낯선 사각뿔은 벽면에 반사되는 전자파를 흡수하는 흡수재로, 전자파 측정에 간섭을 막기 위한 장치다. 챔버는 글로벌 인증기관 공인시험소로 지정되어 CE 인증을 자체 부여할 수 있다.
전기차 충전기 시험은 전자파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챔버 바로 옆에는 EMS 쉴드룸이 있다. 여기선 낙뢰를 비롯해 과전압, 정전기 등 가혹한 환경에서의 충전기 내구성 측정이 이뤄진다. 평택 LG디지털파크에서는 실제 차량으로 화재 안정성을 점검하는 실차시험소도 마련돼 있다.
LG전자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을 신규 먹거리로 낙점했다. 국내 평택과 미국 텍사스 공장에서 충전기 생산이 시작됐고, 사업 영역도 조금씩 확대하고 있다. 올해 안에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350kW 초급속 충전기 생산을 하고, 유럽향 30kW, 7kW급 완속 충전기 2종도 출시한다.
전기차의 일시적 수요 정체를 뜻하는 '캐즘' 극복이 쉽지 않지만 LG전자는 오히려 후발주자로서 기회라는 입장이다. 장익환 LG전자 BS사업본부장 부사장은 10일 LG전자 평택 디지털캠퍼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늦게 시작했지만 한국과 북미 중심으로 사업을 넓혀가면 상황이 나쁘지 않다"면서 "오히려 전체적인 제품 라인업을 보강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라고 말했다.
장 부사장은 이날 2030년 BS사업 연매출 목표를 현재의 2배 수준인 10조 원으로 설정했다. 올해 상반기 BS사업본부의 성장률 8%를 토대로 2030년이면 연매출 10조 원 달성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영업이익률도 2030년 LG전자 전사 목표인 7%에 맞추겠다고 강조했다.
전기차 충전기와 더불어 차세대 마이크로 LED를 활용한 ID패널과 의료용 프리미엄 모니터 시장도 적극 공략한다.
ID(정보디스플레이) 사업은 LG전자 BS사업본부의 사업으로 대표적인 B2B 솔루션이다. LG전자는 ID패널의 기술 트렌드가 마이크로 LED와 투명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넘어간 것으로 보고 이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회의실용 올인원 타입, 버추얼 프로덕션(VP) 전용 등 마이크로 LED 'LG 매그니트'의 라인업을 지속 선보여, 지난 2020년부터 최근 4년간 매출 성장률이 연평균 두 배에 육박했다는 설명이다.
의료용 모니터에서도 임상용과 진단용, 수술용 등 총 14종, 디지털 엑스레이 검출기(DXD) 라인업 총 6종을 구성했다. 해당 사업도 집중 육성해 5년 내 글로벌 상위 3위 이내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의료용 모니터는 국가별 의료기기 규격, 의료용 영상 표시 규격인 '다이콤(DICOM) Part 14' 등을 충족하는 높은 화질 정확도와 신뢰성을 필요로 해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회사는 처음으로 의료용 모니터에 미니 LED를 적용하는 등 그간 쌓은 디스플레이 경쟁력을 바탕으로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실제 LG전자는 지난해 말 프랑스 공립 병원 구매자 연합(CAIH)과 4년간 1,000만 유로(한화 약 150억 원) 규모 의료용 모니터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성과도 내고 있다. 장 부사장은 "우리가 연관 사업을 가진 디스플레이부터 의료기기 사업을 진출했다"며 "추후 의료기기 제품 라인업을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재홍기자 jhjeo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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