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너도 걱정한 내 운동법, 후회막심입니다

박종원 2025. 10. 2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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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가 될 거야] 유산소만 한다고? 놀란 선생님의 말... '득근'의 기회를 놓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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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마른비만으로 살아온 멸치의 근성장 도전기. 운동하면서 접한 경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기자말>

[박종원 기자]

(이전 기사 : 충격 받은 뚱뚱한 멸치... 그게 바로 접니다)

무슨 일이든 오래 하면 안 보이던 게 보인다. 식당에서 11년 동안 일하니 손님들의 몸짓만 봐도 뭘 원하는지 보인다.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 키오스크 대신 메뉴판을 집어 든다면 조만간 나를 부를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주문에 아쉬움이 남는 손님은 주문한 메뉴의 페이지와 끝내 주문하지 않은 메뉴의 페이지를 번갈아 본다.

겪어보니 운동도 비슷하다. 3년 가까이 헬스장에 출입하니 회원들의 운동 목적이 조금씩 눈에 들어왔다. 덤벨과 맨몸 운동 위주로 운동하는 회원들은 다른 스포츠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데드리프트나 벤치프레스를 위주로 운동하는 사람들은 다들 다부진 체형인데, 그 장점을 최대한 키우려는 게 목적이다.

가장 많이 보이는 건 유산소 운동만 하는 회원들이다. 대부분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다. 관장님에게 물어보니 해당 연령층의 상당수는 건강검진에서 대사 증후군 진단을 받고 체육관에 오신 분들이많다고 한다. 대개 체지방 감량이 목적이다. 요즘 그 모습을 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지난해, 트레이너가 날 봤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싶어서.

피트니스 첫 날, 덤벨 몇 번 들었더니 '후덜덜'
 운동 시작 직후, 나는 체지방을 빼겠다며 이 악물고 트레드밀을 달렸다. 근데 그게 다가 아니더라. 해당 체육관은 기사와 관련 없음.
ⓒ 픽사베이
2023년 2월 운동을 처음 시작할 당시, 사실 내 관심사는 근성장이 아니었다. 일단은 체지방을 줄이는 게 목표였다. 평생 약을 먹을 수도 있다니까 괜히 다급했다. 집에 오자마자 식탁에 쌓인 과자들부터 치웠다. 그리고 새벽배송으로 닭가슴살과 토마토, 고구마를 주문했다.

다음 날, 유튜브에서 대강 기구 사용법을 익힌 뒤 체육관에 갔다. 우선 운동기구를 한 바퀴 다 돌아보기로 했다. 여기에 스쿼트 백 개를 한 뒤, 트레드밀 한 시간을 걷고 뛰어볼 생각이었다. 그럴듯한 계획이었다. 실행에 옮기기 전까지는 말이다.

첫째 날, 죽다 살았다. 스트레칭만 했을 뿐인데 땀이 줄줄 흘렀다. 5kg짜리 덤벨을 몇 번 들었다 놨더니 팔이 후들거렸다. 기구 한 바퀴를 다 돌기는커녕 당장 죽을 판이었다. 100개를 채우기로 다짐한 스쿼트는 다리가 후들거려 스무 개밖에 못 했다. 충격적이었다. 아무리 헬스와 담을 쌓아도 그렇지 5kg짜리 덤벨에 쩔쩔 맨다고? 대체 식당 일은 어떻게 한 거지?

그래도 꾸역꾸역 몇 개월 다니니 턱 선이 생기기 시작했다. 뱃살도 줄었다. 어딘가 근육도 좀 붙은 거 같다. 모임에 가면 '너 살 빠진 것 같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고무된 나는 지인들에게 '요즘에 피트니스를 한다'며 너스레를 떨고 다녔다.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 이렇게 먹어야 한다, 여기저기 허세를 부리며 떠들어댔다(대체 왜 그랬을까).

그것도 잠깐. 정체기가 오기 시작했다. 3개월 차를 기점으로 더 이상 발전이 없었다. 스쿼트 횟수도, 덤벨을 드는 횟수도 더 이상 늘지 않았다. 뭐가 문제일까 싶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원래 근력 향상이 목표는 아니었으니까. 웨이트가 안 늘면 그냥 달리기만 하지 뭐.'

그렇게 매일 트레드밀 위를 달렸다. 사실 트레드밀 달리기만 했다. 그것도 항상 같은 거리와 속도로만. 사실 주위에서 조언이 없었던 건 아니다. 지난해 4월 즈음, 아내가 유난히 근육 운동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던 때가 있었다. 그때 그녀는 내가 다니는 체육관에서 PT(전문가에게 개인적으로 받는 운동 지도)를 받고 있었다. 한 번은 같이 밥을 먹는데 아내가 헬스장 트레이너의 말을 전했다.

갑자기 찾아온 정체기 "그렇게 운동하면 안 되는데…"
 퇴근 시간이 되면 이 곳은 쇠가 부딪치는 소리와 땀 냄새로 가득하다.
ⓒ 박종원
"나 PT받는 거 알지? 담당 트레이너 선생이 오빠 운동하는 걸 좀 지켜봤대."

"아, 그래? 어떻대?"

"유산소 비중이 너무 높다던데?"

"그야 체지방 줄이는 게 목표니까."

"그러니까. 그래서 그 얘기를 했는데, 근육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유산소 위주로 체지방을 줄이는 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대. 결국 운동 능력은 근육에서 나온다고."

근성장은 잉여 칼로리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근육량이 증가하면 지방량도 따라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초급자는 근육량은 늘고 지방의 양이 줄어드는 경험을 한다). 반대로 체지방의 양이 줄면 근육량도 줄어든다. 그런데 근력이 부족한 내가 유산소 운동만 하며 저탄수화물 식단까지 하고 있다니 기가 찼을 것이다. 쉽게 말하면 스스로 배터리의 용량을 줄여가는 트레이닝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어떤 경우에도 운동은 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 백번 낫다. 누군가에게는 러닝도 훌륭한 근력 운동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움직임의 토대가 되는 건 결국 근육의 '기초적인 힘'이다. 근육은 몸을 지탱하고 관절의 충격을 줄여준다. 근육량이 많을수록 기초 대사량이 올라가고, 당을 분해하는 능력을 키워준다. 건강한 몸의 핵심은 균형이다. 유산소'만' 하는 몸과 유산소'도' 하는 몸은 분명 다르다.

문제는 고집이다. 정확히는 내 '똥고집'이 문제다. 논리의 타당함을 알고도 굳이 문제점을 바꾸려 하지 않는 그 고집 말이다. 꼭 그런 고집들이 인생에서 후회를 남긴다. 그때 트레이너 말을 들었으면 지금보다 더 '득근'했을 텐데. 아이고, 부질없다. 어쩌면 깨달음에는 다 그만한 대가가 필요한 게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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