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기억들이 "노태우 측서 SK에 300억 줬을 리 없다"는데…노소영 주장만 왜?
…"최태원-노소영 2심 판결, 논리와 경험에 어긋나는 판결"
윤석천 당시 靑 부속실장 "돈을 줬다면, SK가 노태우 측에 준 게 상식"
노소영, 2심서 특정 재판부 피하려 판사와 연고있는 변호사 선임…재판부 쇼핑 논란도
"재판부가 300억원을 노태우 비자금으로 인정하면서도 딸에게 1조3808억원의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게 해줬다? 이게 말이 되나. 흔히 비자금이라고 말하지만 이를 법률용어로 바꾸면 '범죄수익'이다. 즉 뇌물, 마약, 성매매 알선, 도박 등 범죄를 통해 벌어들인 돈이라는 뜻이다. 이걸로 본인은 물론, 대를 이어 잘살게 해주는 게 과연 맞는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에 앞서 '1조3808억원 재산분할 2심 판결이 잘못됐다'는 취지의 주장과 정황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단서를 처음 발견해 수사한 함승희 전 검사는 최근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재판부는 300억원을 노 전 대통령이 SK그룹 측에 준 것으로 봤는데, 이는 납득하기가 어렵다"며 "현금 300억원이면 당시 사과 궤짝으로 최소 200~300개 분량으로 현실적으로 이를 누가 옮기고 어디에 감추나. 수표라면 계좌에 300억 원이 있어야 하는데, 그 계좌번호가 뭔지, 적어도 누구 명의의 계좌였는지는 알아야 할 거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러모로 논리와 경험에 어긋나는 판결"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재판부는 이혼소송 중 재산분할이라는 미시적 문제에 중점을 두고 판결한 듯한데, '법에 의한 정의'라는 더 큰 대의를 생각해서 판결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 관장이 재산분할로 받게 된 돈의 씨앗이 비자금이라고 한다면, 이를 법이 인정해 주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다.
함 전 검사는 1993년 정·재계 거물급 인사들이 연루된 ‘동화은행 비자금사건’을 추적하며 전직 대통령 노태우, 전두환의 비자금 실체를 밝혀내 돈세탁 수사의 1인자로 꼽히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최 선대회장 쪽으로 흘러가 SK그룹의 성장 발판이 됐다는 이혼소송 2심 재판부 판단을 전면 부정하는 당시 관련자들의 증언도 쏟아지고 있다.
노태우 정부 당시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했던 윤석천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과 같은 기간 경제수석 등을 지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역시 이구동성으로 각종 언론매체 등을 통해 김옥숙 여사의 '300억원 비자금 메모'와 선경건설 명의로 발행한 '300억원치 약속어음'에 대해 "고 최종현 SK(당시 선경) 선대회장이 사돈인 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활동 자금 목적으로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심부름을 하던 이원조 경제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지낼 거처와 생활비 등을 요구해 일단 생활비 명목으로 매월 전달했다"며 "정권 말이 되니 퇴임 후에도 지속 제공하겠다는 증표를 달라고 요구해 어음으로 준 것"이라고 한 당시 SK 2인자였던 손길승 명예회장의 주장과도 같다.
이처럼 2심 재판부의 판단을 전면 부정하는 관련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의 출처 및 사용처와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제시된 김옥숙 여사의 포스트잇 메모·약속어음을 둘러싼 논란이 대법원에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 관장은 이번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재판을 지연시키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재판부로 변경하려는 목적으로 일부러 기존 재판부 판사의 출신 로펌이랑 같은 변호인을 선임하는 일명 '재판부 쇼핑'을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실제 노 관장은 항소심 초기인 지난해 1월 서울고법 가사3-1부 당시 재판장인 조영철 전 부장판사의 매제가 공동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클라스 대표변호사인 김기정 당시 대리인을 추가 선임해 재판부가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로 변경되기도 했다.
한편 군사정권범죄수익 국고환수추진위원회(환수위)는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김시철 서울고등법원 가사2부 부장판사를 탄핵해 달라"는 탄원서를 전달했다. 2008년부터 군사정권 핵심실세들의 검은돈을 추적해 사회에 고발해온 환수위는 탄원서에서 "대한민국 사법부가 범죄자 처벌에 앞장서지 않고 오히려 이들의 범죄수익을 개인 재산으로 인정한 것은 천인공노할 사건"이라며 "대한민국 법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불법으로 마련된 돈, 즉 불법원인급여는 개인재산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법이 분명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김시철 판사가 노태우 비자금을 노소영 재산이라고 인정한 것은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와 국민 눈높이를 무시한 것"이라며 "이는 노소영이 이혼소송을 통해 아버지 노태우의 비자금을 되찾도록 도운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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