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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물 건조 불량 이슈로 오늘도 10시가 다 되어서야 출발을 했다
다시 돌려보고, 다른 건조기에 돌려봐도 제대로 마를 기미가 안 보이길래 그냥 덜 말라서 살짝 서늘한 기운 있는 채로 입고 달렸음
겨울이라 건조하니까 입고 달리면 옷이 마르던가 내가 감기에 걸리던가 하겠지 뭐
그래도 어제 히로시마현 코 앞에서 멈춰서 잤기 때문에 금방 히로시마에 도착할 수는 있었다
히로시마현에 들어와서 첫 끼로, 삼각김밥을 반찬 삼아 밥을 먹는 모습이다
미식보다는 생존의 범주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겠네...
딱히 뭘 먹은 사진을 안 올리는 날에는 이따위로 먹고 달린다고 생각하면 됨
우선 볼 건 이츠쿠시마 섬의 이츠쿠시마 신사로, 일본 여행에 조금만 관심 있다면 한 번 쯤 들어봤거나 들러봤을 법한 스팟임
페리 선착장에 가까워질 수록 사람들도 북적거리고 스태프랑 경찰도 여기저기 배치되어 있길래 물어보니까 오늘 육상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고 하네
아무튼 페리를 타고 이츠쿠시마로 넘어가면
시슴... 시슴이 있다
이 새끼들 먹을 거 찾으려고 모래사장 뒤지다가 사람들 지나가면 먹을 거 달라고 즉시 들이대고는 한다
아무래도 이츠쿠시마보다는 나라 사슴이 더 유명하고 관광객도 많이 와서 그런가, 얘네는 나라 쪽 사슴들보다 사람을 더 좋아하고 앵겨 붙는 느낌이었다
나라 쪽 애들도 내가 봤는데 걔네는 배가 불렀어
한낱 미물도 짝이 있어 서로 챙겨주는 모습이다
나는...?
페리 터미널에서 더 들어가면 물에 잠겨있는 그 유명한 도리이가 나옴
더 예쁜 각도로 찍으려면 돈 내고 앞의 신사에 들어가야 했는데, 돈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사진 한 장 찍으려고 끝도 없이 줄 서 있는 거 보고 포기했다
사람 많은 거 너무 싫어
인당 1000엔에 15분 탑승이었나? 나룻배 타고 도리이 밑 통과하는 코스도 있었는데 이거 같은 경우엔 관심도 돈도 없어서 안 탔음
여긴 이츠쿠시마 중심상가로, 굴을 주로 취급한다
이 쪽이 굴로 유명한지 이렇게 굴 인형도 팔고, 가챠도 있었음
진주 공갈젖꼭지처럼 물고 있는 거 귀여워서 찍어 봄ㅋㅋ
유명하다는데 또 안 먹고 지나칠 수는 없지ㅋㅋ
굴 덮밥 바로 한 그릇 비워주고,
후식으로 굴 튀김까지 먹었는데, 보면 알겠지만 가열 조리한 굴만 먹었지?
물론 지금이 겨울이고, 또 일본의 식품 위생을 신뢰하는 편이긴 하지만... 혹시 몰라서 생굴은 입에도 안 댔음
달리다가 '뿌다다닷'해 버리면 어뜨케...
그 뒤로 달린 건 역시 너무 무난했으니 생략하고, 어찌저찌 히로시마에 도착해서는 자전거 세워두고 언제나처럼 넷카페에 들어갔다
와 근데 내가 이 가는 거, 코 고는 거, 뒤척이는 거 등등 잘 때 나는 각종 소음에 민감한 편이 아니거든? 잘만 잔단 말이야
근데 오늘은 옆 방에서 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코로사레...', '쿳소...!' 하는 불길한 중얼거림이 밤새 들려 오는 거 있지
이건 갑자기 훼까닥 돌아서 칼부림할까봐 좀 쫄리더라고
그래도 잘만 잤다ㅋ
기상.
일어나서는 개관 시간 맞춰서 바로 히로시마 평화기념자료관부터 들렀다
자료관 내부에는 이렇게 폭격 당시의 열과 압력에 의해 변형된 물건이 전시되어 있음
이건 녹아버린 불상임
평화와 불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종교가 불교잖아? 그 불교의 상징인 불상이 이렇게 전화에 불타 녹아있는 모습이 참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아무튼 보고 있자니 참 복잡한 생각이 들더라
전시 주최 측에서도 그런 의도로 가져다 둔 거겠지?
그 외에도 녹아버린, 불타버린 '사람들'의 사진도 여러 장 있었지만 그건 너무 끔찍해서 카메라에 담고 싶은 마음이 안 들었음
자료관을 다 둘러보고 나오면 이런 시계를 볼 수 있는데, 이 시계는 히로시마에 핵이 떨어졌던 날로부터 얼마나 지났는지, 또 마지막 핵실험으로부터 얼마나 지났는지를 알려주는 시계라고 하네
핵실험같은 경우에는 레드팀 블루팀을 가리지 않고 핵실험을 한 국가에 공식 항의 서한을 보내는 게 히로시마 시장의 공식 업무 중 하나라고 하고,
이때까지 보냈던 항의 서한을 좌르륵 붙여놓은 엄청 큰 벽도 있다던데 그건 찾지를 못 해서 사진에 담지는 못 했음
히로시마 평화공원의 포토스팟으로는 여기를 꼽을 수 있겠다
추도비의 아치형 구조물 사이로 '지구상에서 전쟁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절대 꺼지지 않는 불', 그리고 그 뒤로는 원폭돔을 한 번에 담을 수 있게끔 설치되어 있음
나는 해가 중천일 때 가서 불의 느낌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는데, 예쁘게 찍으려면 완전 어두운 밤이 찾아오기 전의 그 애매한 시간대, 박명 쯤에 가는 게 좋을 것 같음
그렇다고 완전 밤에 가버리면 뒤에 원폭 돔이 어둠에 가려서 안 보일 것 같구
히로시마에선 저 정도만 보고 바로 페리 타고 구레로 넘어 갔다
페리 타고 가다 보면 누가 봐도 '아 여기는 군항이구나' 싶어지는 곳이 나오는데, 대충 여기부터 구레라고 생각하면 된다
구레에서 볼 건 '해군'이 주제인 야마토 박물관과 '해자대'가 주제인 구레 사료관 이렇게 두 군데 정도 뿐이고, 두 곳 모두 페리 터미널 근처에 몰려 있음
뭐... 구레의 내륙 쪽으로 가면 신사랑 절도 몇 군데 있다고는 하는데 솔직히 거기 보려고 구레 오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난 잘 모르겠네
아무튼! 야마토 박물관이든 구레 사료관이든 당연히 눈 닿는 모든 곳에 '그 깃발'이 걸려있고, 나도 딱히 검열할 생각은 없기 때문에 정 불편하면 여기 밑으로는 안 읽는 걸 추천함
첫 번째로 들른 곳은 야마토 박물관임
입구부터 이렇게 야마토에 달려있던 것과 같은 크기의 앵커, 주포, 스크류를 세워 뒀는데 실제로 쓰던 건지 아니면 후대에 스케일만 맞춰서 제작한 건지는 모르겠네
와 존나 커
들어가자마자 1/10 사이즈의 야마토 모형을 볼 수 있는데, 이게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정밀한 야마토 모형이라고 한다
당연히 칸코레 스탠드도 있음ㅇㅇ
A~D관 중 A관은 페리 제독의 방일, 메이지 유신을 거쳐 2차대전 전후까지를 다루는 역사관임
물론 구레가 야마토의 진수부터 격침까지를 함께 했던 도시인 만큼 나머지 부분은 체면 상 끼워 넣은 정도였고 2차 대전, 그 중에서도 태평양 전쟁 쪽 서술이 가장 방대하고 세밀했음
나가토, 콩고, 아카기, 모가미, 코류, 아타고 등... 네임드 배의 모형과 그 승조원들의 물품을 하나하나 장황한 설명과 함께 전시해 둘 정도로 태평양 전쟁에 진심이었음
물론 한국어는 커녕 영어로도 설명이 써 있지 않아서 까막눈인 나는 대충 눈으로만 보고 넘어갈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배에 박을 수 있어서 좋았어...
A관은 역사대로 '고마워요 미군맨' 엔딩으로 끝이 난다
그 뒤로 60년대까지까지 해자대로의 재편, 해자대의 활약 등을 살짝 전시해 두기는 했는데 그 쪽은 관심도 없고, 관심이 있다 하더라도 옆에 있는 구레 사료관이 훨씬 잘 되어 있을테니 패스
B관은 어뢰(자살공격용)과 비행기(역시 자살공격용)의 실물이 전시되어 있고, 여기까지 봤으면 사실상 야마토 박물관에서 볼 건 다 본거임
D관 까지 있댔으면서 그럼 C, D관은 뭐냐고?
거긴 애들을 위한 곳이라 우리같이 털 부숭부숭 난 아저씨들이 갈 만한 곳이 아님... 꼬맹이들 볼풀장에서 놀고 있고, 이것저것 체험하고 있고, 아무튼 그런 곳이라 나도 딱히 안 들어가고 나왔음
기념품점은, 음...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딱히 거부감이 큰 건 아니지만 내 돈 주고 살 정도로 좋아하는 건 또 아닐 뿐더러, 설령 그 정도로 좋아한다고 해도 이거 사서 언제 어떻게 쓸 거야
다음은 구레 사료관으로, 사세보 사료관이 수상함 및 전투함, 가노야 사료관이 항공대를 다룬다면 구레 사료관은 잠수함과 지원함을 주제로 다루는 곳이다
실제로 지들이 쓰던 잠수함도 통째로 뭍에다 옮겨놨음
어케옮겼노
들어오면 해자대, 그 중에서도 소해전대의 약력을 볼 수 있는데 첫 작전이 2차대전 때 지들이 지들 앞바다에 깔아놨던 기뢰를 제거하는 것이었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더라ㅋㅋ
잠수함은 안에 들어와 볼 수 있음
리얼리티 살린다고 군함에서 쓰는 공조장치 그대로 돌리고 있던데... 군함 특유의 기름 쩐 공기 냄새, 녹색 우레탄 페인트의 푸르딩딩한 비쥬얼, 숨막혀 뒤질 것 같은 답답함 등 정말, 정말 디테일하게 재현해 놨더라
우욱
순서대로 화장실, 취사장, 승조원 침실이다
승조원 침실은 안에 직접 누울 수도 있음
잠수함 타는 친구들은 여기서 군생활을 어떻게 버티는 걸까...
여긴 함장실인데 함장의 특권으로 무려 '개인 침대'와 '개인 책상',
그리고 '개인 세면대'가 주어진다
해자대에서 공보정훈관까지 파견해 가면서 직접 운영하는 곳이라 그런가, 엄청 큰 입대 홍보 부스로 마지막을 장식해 뒀다
어째서 그런 선택을...
볼 거 다 보고 밥 먹으러 가는데
진짜 온 세상이
칸코레다
오와콘 주제에...
으흐흐 시마카제군은 일루와잇
오늘 저녁으로 먹었던 해자대 카레
메뉴판을 읽어보니 실제로 해자대에서 먹는 카레의 맛을 재현하기 위해 해자대 급양관의 맛 컨설팅까지 받았다고 하네
근데 배 타는 친구들 짬밥 치고는 건더기랑 양이 좀 부실하던데...
밥 먹고 다시 달렸는데... 밥 먹고 난 이후로 기분이 급격하게 나빠졌었다
그 나쁘다는 게 화가 난다, 짜증이 난다 이런 격렬한 기분 나쁨이 아니라 뭐랄까 뚱하고 꿀꿀한 그런 질척한 기분 나쁨이었음
사실 오전에 사슴 보고, 배 보고, 카레 먹고 할 땐 기분 엄청 좋았었거든? 왜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는지 글 쓰는 지금 시점에서 생각해 봐도 도통 모르겠음
오랫동안 제대로 된 인간관계 없이 자전거만 타서 조울증 같은 거라도 온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정 기복이 엄청 심한 날이었다
밥이나 먹으려고 편의점에 들렀는데, 편의점에서 만나 잠시 대화를 나눴던 일본 할머니가 1000엔이라는 거금을 용돈으로 쾌척하셨다
나눴던 얘기 앞뒤 다 자르고 '한일 젊은이들이 이렇게 서로 교류하는 게 결국 아시아 평화로 가는 길 아니겠니? 이걸로 일본을 즐기다가 돌아가렴' 하시며 손에 1000엔을 쥐어 주셨음
'지갑에서 1000엔 한 장 꺼내서 사진 찍어놓고 스토리 붙이는 거 아니냐?' 하면 뭐, 당장은 증명할 수 있는 게 없긴 하네...
그래도 유튜브에 영상일기 남긴다고 들고 온 액션캠으로는 당시 상황 전부 찍었으니까 지금은 일단 믿어 줘잉~
아무튼 1000엔 받아서 즉시 기분 좋아졌고, 그대로 싱글벙글 달렸다
이 새끼는 그냥 사람이 단순함ㅋㅋ
달리고 달리다 오늘도 또카페에서 잤다
오늘은 105.88km를 달렸고, 최장거리 기록을 갱신했다
낮에는 히로시마, 구레 관광한다고 해 져갈 때쯤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달렸던 거 생각하면 오늘은 진짜 빨리, 진짜 오래 달린 거지
친절한 분의 작으면서도 큰 친절 덕분에 기분이 나빠졌었던 것 만큼이나 빠르게 기분이 좋아졌었고, 그걸 동력 삼아 이렇게 달려올 수 있었던 것 같네
오늘 에피소드는 이걸로 끝이고, 다음에는 시코쿠 찍먹으로 돌아올 것 같음 오늘도 읽어줘서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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