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책은 절반, 100안타와 10홈런, 그리고 월간 MVP" 2년차 유격수 어준서, 대폭발 준비 됐습니다!

배지헌 기자 2026. 3. 20.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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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신인 유격수 116경기…KBO 역사상 희귀한 사례
-비시즌 수비 집중 훈련, 타격은 코치 조언으로 감 찾아
-"100안타·두 자릿수 홈런·월간 MVP" 야심
히어로즈의 유격수 어준서(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더게이트=수원]

KBO리그에서 갓 고교를 졸업한 신인이 데뷔 첫해 바로 풀타임 1군 기회를 잡는 건 아주 보기 드문 일이다. 특히 다른 포지션도 아닌 유격수라면 더 희귀하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19세 이하 신인이 데뷔 첫해 100경기와 300타수를 동시에 넘긴 사례는 단 15명뿐이다. 이 중 유격수로 좁히면 딱 두 명으로 압축된다. 2008년 김선빈(KIA 타이거즈)과 2025년 어준서(키움 히어로즈). 고졸 신인이 유격수 글러브를 끼고 풀시즌을 소화한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지 보여주는 숫자다.

물론 키움이라는 팀의 특수한 상황이 작용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키움은 다른 팀보다 신인들을 공격적으로 1군에 올리고 많은 기회를 주는 팀이다. 하지만 그 기회를 움켜쥐고 살아남는 건 결국 선수의 몫이다. 1군에서 경쟁력과 가능성을 어느 정도 보여주지 못했다면, 아무리 키움이라도 무한정 기회를 주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19살 신인 어준서는 데뷔 첫해 116경기에 출전해 타율 0.238, 77안타(6홈런) 27타점 48득점을 기록했다. 수비에서 성장통을 겪으면서도 뒤로 갈수록 안정감을 더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타석에서는 6개의 홈런으로 '거포 유격수'의 맹아를 틔웠다. 2년차 시즌인 올 시범경기에서는 팀이 치른 7경기에 전부 출전해 타율 0.267에 2홈런, OPS 1.122를 기록하며 예사롭지 않은 시즌을 예고하고 있다.
어준서의 수비 장면(사진=키움)

"그라운드 파악됐다…이젠 편하다"

19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만난 어준서에게선 신인 때의 불안한 표정은 사라지고 자신감과 여유가 묻어났다. 2년차가 돼서 달라진 점을 묻자 주저 없이 '편안함'을 꼽았다. "작년에 투수 공을 많이 보고 구장마다 그라운드 상태를 파악한 덕분에 올해는 긴장이 덜 돼요. 예전엔 낯선 구장에 가면 불안함이 컸는데, 이젠 어떤 환경인지 다 알고 들어가니 마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경기고 시절 어준서는 스카우트들이 하나같이 '수비 정말 잘한다'고 칭찬하던 선수였다. '수비 하나는 프로에서도 통한다'는 평이 따라다녔다. 그런 선수가 데뷔 첫해 실책 29개로 리그 최다를 기록한 건 의외의 결과였다. 어준서는 "작년에는 수비하러 나가면 긴장이 엄청 많이 됐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경기에 나가면서 긴장은 점점 줄어들었고, 비시즌 때 수비를 집중적으로 훈련해서 지금은 심적으로 편한 상태"라고 했다. 적응기는 끝났다. 이제 경기고 시절 최고 유격수의 진가를 다시 보여줄 시간이다.

29개나 되는 실책을 저지른 게 고교 최고 유격수로서 자존심이 상하진 않았을까. 어준서는 고개를 저으며 "그보다는 후회되는 게 있다"고 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프로 합류 전까지 두 달 정도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나 이제 프로 선수 됐다'는 생각에 자만했어요. 준비를 제대로 못 하고 들어온 게 너무 후회됩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더 노력했어야 했다는 성찰이다.

정신이 번쩍 든 계기가 있었다. 시즌 초 1군 합류 열흘 만에 받아 든 2군행 통보였다. "2군에서 훈련하며 보니 1군이라는 벽이 정말 높게 느껴지더라고요. 멀리 보자는 생각으로 버텼는데, 다행히 2주 만에 다시 부름을 받았죠. 그때 결심했어요. 절대 다시는 내려가지 않겠다고요. 전광판 라인업에 제 이름이 찍히는 순간부터, 그 이름이 지워지지 않게 하려고 죽기 살기로 매달렸습니다."

기회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은 어준서는 이번 오프시즌에도 부단히 땀을 흘렸다. "내가 오랫동안 야구를 잘할 수 있을까, 이번 비시즌 동안 계속해서 생각한 질문입니다." 체력 훈련 방향도 바꿨다. "고교 시절엔 무게를 드는 위주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는데, 프로에 와서 보니 순간 스피드가 중요하더라고요. 140km/h 넘는 공을 받아치기 위해서는 순간 스피드가 굉장히 중요한데, 웨이트를 통해 그 점을 강화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덕분에 스프링캠프 첫날부터 몸이 가볍게 느껴졌다고 했다. "잘 준비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즌 때 다치지만 않으면 되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어준서의 타격 훈련(사진=키움)

"누가 넘으려 하면 두 발짝 더 앞서간다"

시범경기 초반에는 생각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아 속앓이도 했다. 3경기 연속 무안타에 그친 어준서를 깨운 건 김태완 타격 코치의 한마디였다. "코치님이 시야 문제를 지적해 주셨어요. 타석에서 투수를 너무 불편한 시야로 보는 것 같다고, 다른 건 괜찮으니 시야만 편하게 가져보자고 하셨어요. 그 말을 듣고 정말 시야만 수정했는데, 신기하게 그때부터 감이 살아나더라고요.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후 4차례 시범경기에서 어준서의 방망이는 8타수 4안타 2홈런으로 폭발했다. 특히 15일 NC 다이노스전 멀티 홈런은 그간 히어로즈를 거쳐간 대형 유격수들의 향기가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어준서는 "누가 나를 넘으려고 하면 나는 두 발짝 더 앞서가겠다는 생각을 고등학교 때부터 해왔다"면서 "경쟁 자체에 스트레스받기보다 제가 잘하면 된다는 생각뿐"이라고 힘줘 말했다. 

어준서의 학교 선배 중에는 한국 최고의 유격수로 자리 잡은 오지환(LG 트윈스)이 있다. 같은 중학교(자양중)와 고등학교(경기고)를 다닌 직속 선배다. 오지환도 프로 데뷔 초기 고난의 시기를 통과해 리그를 대표하는 유격수로 성장했다. 어준서는 "선배님과 제 스토리가 비슷하다는 말씀을 해주시는 팬들이 많다"면서 "말씀만으로도 감사한 이야기"라고 했다. 중고교 선배 오지환처럼 어준서도 같은 길을 걸을 수 있을까.

2년차 어준서의 목표는 구체적이고 당차다. "작년보다 실책을 절반으로 줄이는 게 최우선이고요. 타격에서는 100안타와 두 자릿수 홈런을 꼭 달성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월간 MVP도 꼭 한번 타보고 싶어요." 라인업 한 자리를 지키려 죽기 살기로 매달렸던 그 신인이, 이제는 더 크고 높은 목표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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