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3세’ 신유열 경영능력 검증 여론…정기인사 앞두고 승계 문제 도마

김한나 2024. 10. 2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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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인사 앞둔 롯데…신유열 전무 승진 두고 경영능력 검증 여론
- 롯데 핵심 바이오사업 경영 참여…신사업의 실패 시 타격 후폭풍
- “재벌 3·4세 사외이사 적절…계열사 이사회 중심 독립경영 필요”
- ‘일본 정체성’ 논란도 과제…영국 출생 1998년 일본 귀국해 학업
- “전문 경영능력 담보 못한 경영권 승계, 성과로 경제 구조 허물어”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 롯데지주

롯데그룹이 올해 정기 임원 인사를 앞둔 가운데 오너 3세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롯데 인사에서 신 전무의 승진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그의 경영능력 입증이 선결과제로 꼽히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 전무는 명실상부 롯데그룹의 유력한 승계자다. 2020년 일본 롯데에 부장으로 입사하면서 그룹에 본격 합류했고, 지난 6월 일본 롯데홀딩스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한일 롯데 사이에서 핵심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사회 일원으로 그룹 전반의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영향력이 커졌다는 평가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 전무는 현장 경영을 확대하며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신 전무는 지난 24일 김상현 롯데 유통군HQ 총괄대표(부회장)와 함께 그랜드 오픈한 ‘타임빌라스 수원‘을 찾아 현장 점검에 나섰다. 신 전무는 이날 현장에서 쇼핑몰 사업이 그룹 차원에서 점찍은 ‘미래 먹거리’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1월 열린 상반기 VCM(옛 사장단회의) 멤버로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CES 2024, 미국 전기차 충전기 조립·생산 법인 설립 기념식, 인터배터리 유럽 2024, 롯데바이오로직스 송도 바이오캠퍼스 1공장 착공식 등 다양한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신 전무는 지난해 말 롯데케미칼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하며 롯데지주의 미래성장실을 맡았다. 동시에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직해 롯데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육성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롯데그룹 미래성장의 핵심으로 꼽히는 바이오사업 경영에 직접 참여해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안목을 넓혔다. 

그러나 아직 이렇다할 경영 성과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1년 만에 전무로 승진해 신사업을 발굴한다고 했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드러난 건 아직 없다”면서 “경험이 많지 않은데다 전면에서 경영을 이끈다고 했을 때 주주나 투자자들이 불안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규모가 큰 신사업의 경우 실패했을 때 미치는 타격이 크기 때문에 사전에 안전장치를 마련해놔야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 전무는 자사주 매입을 통해 지분도 늘려나가고 있다. 지난달 롯데지주 4255주를 장내 매수했으며 지난 6월, 9월 두달에 걸쳐 자사주 주식을 사들이면서, 전체의 0.01%인 총 1만1796주를 보유하게 됐다.

그래픽=윤기만 디자이너

신 전무가 본격적인 3세 경영에 나서기까지 갈 길은 멀다. 그가 경영 확대에 속도를 내면서 재계와 시민단체, 시장 전반에서는 한국적인 이해도나 정서 부족을 이유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신 전무는 일본어와 영어에 더 능통해 한국어 구사가 원활하지 못한 만큼 소통에 여전히 의구심을 품는 이들이 적잖다.

특히 롯데에서 이어져 온 후진적 지배구조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국내에 상장된 기업들의 가치가 낮게 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송운학 공익감시 민권회의 의장은 “기업 경영은 오래 전부터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글로벌 표준이 됐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우뚝 선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전근대적이고 후진적인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는 것은 코리안 디스카운트의 중대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계속 제기돼 온 지배구조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경제개혁연구소 부소장)는 자질 검증이 안 된 3·4세가 젊은 나이에 임원으로 고속 승진하는 것 자체가 기업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했다. 이 교수는 “재벌 3·4세의 경우 경영 전반에 참여를 하기보다 사외이사 정도가 적절하다”면서 “계열사는 이사회 중심으로 독립경영을 하게 만드는 지배구조를 가져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벌 기업은 신상필벌 강화를 명목으로 전문경영인을 물갈이하는 시스템이 대부분”이라며 “권력이 주는 경영상 ‘사적이익’을 총수들이 놓질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크다”고 언급했다.

승계를 위한 신 전무의 또 하나의 과제는 ‘일본 정체성’ 논란 잠재우기다.

1986년생으로 올해 만 38세인 신 전무의 일본 이름은 ‘시게미쓰 사토시’다.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그는 1998년 일본으로 귀국해 일본 게이오대 환경정보학을 졸업했다. 이후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MBA 과정을 거쳤다. 신동빈 회장도 노무라-컬럼비아 출신으로 부자가 동일한 학업 과정을 밟았다. 2008년부터 2018년까지 노무라 증권, 2018~2020년 노무라 싱가포르 유한회사에서 근무했다. 

2020년부터 롯데 경영을 맡게 된 신 전무는 일본 롯데 주식회사 영업본부장을 거쳐 2021년 일본 롯데홀딩스 기획부장을 역임했다. 2022년부터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동경지사 주재임원, 2023년에는 롯데 부동산 주식회사 대표이사, 일본 롯데 파이낸셜 주식회사 대표이사를 맡았다.

김선홍 행의정감시네트워크중앙회장은 총수 일가의 정서적 문제는 결국 기업 리스크로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김 회장은 “일본식 문화는 한국 기업 문화와는 상당히 다르다. 2·3세 경영수업을 받은 오너들도 3세에서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며 “한국 정서가 이해가 안되면 경영 리스크가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전무(가운데)가 지난 6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유럽 2024’의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롯데케미칼

롯데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는 경영 능력 검증과 상관 없이 관습처럼 이뤄지고 있다. 특히 롯데그룹은 한국적인 이해도나 정서가 깊지 못한 특수성을 가진 만큼, 경영 승계에 대한 리스크는 결국 그룹이 질 수 밖에 없다.  

이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정책적 제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기업의 전문적인 경영능력을 담보하지 못한 경영권 승계는 결국 실적이나 성과로 경제 구조 자체를 허물고 있다”면서 “이같은 문제를 계속 묵인하면서 기업 밸류업을 주장하는 정부 정책과의 괴리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세형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 부장도 “롯데에선 검증되지 않은 3·4세의 경영 능력을 증명하는 방식을 보여줘야 한다”며 재벌 세습 문제와 문어발식 지배구조 문제부터 정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영권 세습 비판을 피하기 위해선 롯데그룹 지배구조 내 신 전무의 입지 강화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부담감도 크다. 이와 관련해 롯데지주 측은 “신 전무가 그룹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경영 성과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분은 동의한다”면서도 아직 예단하는 건 시기상조라며 선을 그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전무 승진이) 1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해석을 내리긴 이르다”라며 “앞으로 어떤 능력과 성과를 보여주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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