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처방 나서는 환자들… 비수도권 24곳은 정신과 의사 ‘0’명

이정헌 2024. 10. 9.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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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와 우울증 진단을 받은 장모(28)씨는 2주에 한 번 약 처방을 받기 위해 다른 지역의 병원을 찾는 불편을 감수한다.

집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광주시의 한 병원은 외래 환자가 많아 진료 예약을 받지 않고 진료대기 시간도 최소 2시간에 달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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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DB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와 우울증 진단을 받은 장모(28)씨는 2주에 한 번 약 처방을 받기 위해 다른 지역의 병원을 찾는 불편을 감수한다. 집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광주시의 한 병원은 외래 환자가 많아 진료 예약을 받지 않고 진료대기 시간도 최소 2시간에 달한다고 한다. 장씨는 “주변의 정신의학과 병원도 4곳뿐이어서 진료받을 만한 곳을 찾기 어렵다. 병원 가는 날은 하루 반나절을 통으로 쓰는 사실상 원정 처방”이라고 하소연했다.

장씨처럼 비수도권 지역에서 살면서 정신과 상담·진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는 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진단하고 약을 처방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최근 10년간 서울·경기도 등 수도권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없는 지방자치단체도 24곳에 달했다.

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증가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165명 중 784명(67.3%)은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서울에서 활동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2014년 682명에서 지난 6월 1214명으로 배 가까이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강원도에선 98명에서 87명으로 11명 줄었다. 지난 6월 기준 전국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수는 4232명이다.

일부 비수도권에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전무한 상황이다. 지난 6월 기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없는 기초지자체는 경북 예천, 강원도 횡성, 전남 완도, 충남 계룡 등 24곳이었다. 최근 10년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전무했던 시·군·구는 강원도 고성, 경남 남해 등 19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기준 연령표준화자살률(인구 10만명 당 자살자 수)이 가장 높은 곳은 충남(27.4명), 강원(24.8명) 등 비수도권 지역이었다. 전 의원은 “지방은 사실상 정신건강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며 “우울증 등 정신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는 정신 건강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7월부터 정신 질환 사전 예방·조기 발견을 위해 ‘전국민 마음투자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9월 기준 서비스 신청자 수는 1만454명에 달한다. 정신건강정책혁신위원회 위원을 맡은 권준수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업 시행 이후 정신 질환에 관한 상담·진료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지역 내에서도 (정신 질환을) 진단·치료할 수 있는 의료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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