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기준은 통과, 현실은 오염... 농촌 환경관리의 모순

주간함양 김경민·곽영군 2025. 9. 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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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정화조 방류수와 축사 악취로 몸살 앓는 농촌, 인공습지와 바이오차 혼합깔짚이 대안될까

“시골이 도시보다 더럽다”는 말은 편견이 아니라 현실에서 비롯된다. 농촌은 공공 상·하수도 인프라가 취약하고 주거지 인근에 축사가 밀집해 악취와 수질오염이 발행하고 있다. 주간함양은 함양군과 유사한 조건의 국내외 지역을 취재해 농촌 환경문제의 해결책을 찾고,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기자말>

[주간함양 김경민·곽영군]

<글 싣는 순서>
① 국내 농촌 환경문제 개선 방안은?
② 상습 악취 지역에서 민원 0건으로
③ 더욱 엄격해진 제주도 개인하수처리시설
④ 일본은 이렇게 해결했다
⑤ 도심과 축사가 이렇게 가까운데, 냄새는?
⑥ 한국에 없는 악취 자격증

"법적 문제 없으면 허용"의 그늘

농촌지역의 개인 정화조 설치와 축사 운영은 흔히 "법적 문제가 없으면 허용"이라는 관행 속에서 별다른 환경영향 검토 없이 진행된다. 특히 개인 정화조는 '환경부 승인'이라는 이유로 설치가 이뤄지지만, 실제로는 충분히 처리되지 못한 오수가 하천으로 유입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정화조는 본질적으로 오수를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1차 처리 장치에 불과해, 전문가들은 "정화된 물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현장의 상황은 이를 뒷받침한다. 함양군 상류 지역인 서하면 일대 하천에서는 여름철 악취가 심각하고, 중류권인 안의면 농월정 인근 하천에는 거품이 흐르는 모습이 반복된다. 공공하수처리시설 확충이 근본 해법이라는 것에 이견은 없지만, 막대한 예산과 사업 우선순위의 한계로 모든 마을을 단기간에 연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인구가 적은 마을일수록 사업 순위에서 밀려나, 오염원은 지속적으로 누적되고 있다.

행정력의 한계와 주민의 피로

악취 문제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수년째 함양읍을 뒤덮는 거면마을 축사 악취로 주민들의 고통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자체의 행정력은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허가 강화 이전에 들어선 축사가 많아 민원이 접수돼도 과태료 부과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단속에 활용되는 악취 포집기도 바람의 방향에 따라 결과가 달라져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

함양군은 악취관리지역 지정을 위해 경남도에 신청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으나, 2025년 악취관리지역 지정 현황(전국 13개 시도·55개 지역)에서 함양군은 제외됐다. 이런 가운데 주민들은 "비만 오면 악취 때문에 창문을 열 수 없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반복적으로 민원이 제기되는 곳들은 대체로 1990년대에 지어진 노후 축사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기준과 현실의 간극
 경상국립대학교 환경생명화학과 서동철 교수
ⓒ 주간함양
현재 함양군 289개 마을 중 공공하수처리시설이 설치된 곳은 145곳에 그친다. 나머지 마을은 개인 정화조에 의존하는 상황. 정화조는 오수를 침전·분리해 고체는 수거하고, 액체는 일부 처리된 뒤 하천으로 방류한다. 문제는 이 물을 안전한 방류수로 보아도 되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경상국립대학교 환경생명화학과 서동철 교수는 "가정용 개인 정화조는 사실상 플라스틱 통에 불과하다"며 "고체와 액체를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수준이라 정화된 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적 기준상 특정 수준의 방류가 허용되더라도, 여러 가구가 동시에 방류하면 총량 부담이 커져 하천이 과부하에 걸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현행 기준을 놓고 보더라도 현실과의 간극은 분명하다. 정부의 하수도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개인하수처리시설의 방류수 수질 기준은 지역과 처리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하루 처리용량이 50㎥ 미만인 오수처리시설은 특정·기타지역에서는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이 20ppm 이하로 규정돼 있지만, 수변구역은 10ppm 이하로 더 엄격하다. 하루 50㎥ 이상을 처리하는 시설은 지역에 상관없이 BOD 10ppm 이하를 충족해야 한다.

반면 정화조의 경우에는 절대적인 농도 기준이 아니라 처리 효율에 기반해 규제가 이뤄진다. 즉, 1차 처리 과정에서 부유물질의 50%(수변 및 특정지역은 65%) 이상만 제거되면 방류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방류수의 BOD가 100ppm 이하이면 적합 판정을 받을 수 있다. 사실상 농도가 짙은 오·폐수가 특별한 화학적 처리 없이도 하천에 흘러들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BOD 측정법에 따르면 하천수가 1급수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BOD가 1ppm 이하여야 한다. BOD가 5ppm을 넘으면 자정 능력을 잃은 것으로 보고, 10ppm을 초과하면 '매우 오염된 물'로 간주한다. 그럼에도 오·폐수가 유입되는 것은 "많은 물에 섞이면 괜찮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청정지역 함양군'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는 지역의 이미지에 개인 정화조 오폐수 방류는 지자체 이미지와 맞지 않는 상황이다.

주민들은 "시골의 매력은 공기 좋고 물이 좋다는 것인데, 이제는 옛말이 되어 버렸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과거에는 마을 앞 하천에서 수영을 하고 낚시를 즐기기도 했지만, 지금은 겉모습만 멀쩡할 뿐 사실상 이용할 수 없는 하천으로 변해 버렸다는 것이다. 이렇듯 개인 정화조 방류는 현행 기준상 법적 문제는 없지만, 주민들의 체감 현실과 법적 기준 사이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참고로 ppm(parts per million)은 백만분의일 농도를 뜻하며, BOD(Biochemical Oxygen Demand)는 미생물이 물속 유기물을 분해하는 데 필요한 산소량을 의미한다.

대안으로서의 '인공습지' 자연이 만든 차단막

서동철 교수는 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오·폐수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대안으로 '인공습지'를 제안한다. 인공습지는 자연습지의 정화 원리를 설계에 적용한 친환경 기반시설로, 오염원이 강으로 유입되기 전 경로에서 한 차례 걸러내는 '자연형 차단막' 역할을 한다.

2009년부터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인공습지는 하수처리장 방류수, 농경지 배수, 집중호우시 발생하는 비점오염원 등에 대해 반복적으로 효과가 확인됐다. 특히 강우 초기 급격히 늘어나는 오염 부하를 완화하는 데 탁월했으며, 농경지와 축사에서 발생하는 오염까지 동시에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4대강 사업 당시에도 하천 인접부에 습지를 조성해 오염을 강으로 유입되기 전에 차단하려는 시도가 이뤄진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적으로도 습지 보존을 위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1971년 이란 람사르에서 채택된 람사르협약(Ramsar Convention)에는 현재 170여 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는 습지가 가진 생태적 보존 가치와 환경 정화 기능에 세계가 주목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1997년 협약에 가입해 국제적인 습지 보전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점오염원'은 특정 지점이나 배출구를 통해 직접 유입되는 오염원으로, 쉽게 말해 "콕 집어 말할 수 있는 오염원"이다. 반면 '비점오염원'은 넓게 분포해 있어 특정 지점을 지정하기 어려운 형태의 오염을 의미한다.

서 교수는 "공공하수처리시설이 연결된 지역이라면 정화조 폐수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인공습지가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 "법적 기준만으로는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고, 가구별 방류가 누적되면 결국 하천 부하를 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정부 기준을 준수하며 10가구가 방류하는 것과 100가구가 방류하는 총량은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자연 정화 기능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궁극적으로는 개인 정화조를 공공하수처리시설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사업 진행에는 막대한 예산과 시간이 필요하고, 임시방편 사업조차 부담이 따른다. 이에 비해 인공습지는 자연의 정화 기능을 그대로 활용하기 때문에 환경 파괴 우려가 없고, 향후 공공하수처리시설이 완공되더라도 생태계 보호 목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인공습지가 수질을 개선하는 원리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침전 작용을 통해 오염물질이 물속에서 가라앉는 과정이다. 이는 하수처리장 등에서도 널리 활용되는 정화 방식이다. 둘째, 토양의 흡착 작용이다. 토양은 인·질소(토양 조건에 따라 인, 질소 흡착 메커니즘이 다름) 같은 오염물질을 표면에 잘 흡착하는 성질이 있어 수질 정화에 효과적이다.

또한 인공습지 수생식물의 뿌리 표면은 다공성 구조와 점액질을 가지고 있어 암모니아 이온(NH4+)과 같은 양이온이 정전기적 결합(흡착)을 통해 붙을 수 있다. 뿌리 주변에는 호기성 세균이 군집을 형성하여 암모니아를 아질산과 질산으로 산화(질산화)시키며, 뿌리 수송체를 통해 질소를 식물 내부로 흡수해 아미노산과 단백질을 합성하고 식물체 내에 저장한다. 다만 식물은 질소의 임시 저장고 역할만 하므로, 이를 수확해야 최종적으로 질소가 제거된다.

우사 악취의 진앙, '깔짚' 관리의 빈틈

악취 민원 중 가장 빈도가 높은 것은 축사에서 발생하는 악취다. 특히 우사 바닥에 깔린 깔짚(왕겨, 톱밥 등)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깔짚은 분뇨의 수분을 흡수하도록 깔리는 소재지만, 흡수력이 포화되면 악취가 급격하게 발생한다. 마치 스펀지에 물을 계속 부으면 어느 순간 더는 흡수하지 못하고 넘쳐나는 것처럼, 깔짚도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악취가 방출된다. 일반적으로 포화율이 70% 이상이면 교체가 필요하지만, 비용 부담으로 교체가 지연되면서 민원이 발생한다.

시중에는 분무형 탈취기 등 다양한 저감 기술이 보급되어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서동철 교수는 "악취의 출발점이 깔짚이라면, 깔짚 자체를 개선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높은 수분 흡수력과 우수한 악취 저감 능력을 갖춘 '바이오차 혼합깔짚'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바이오차는 바이오매스(Biomass)와 숯(Charcoal)의 합성어로 바이오매스를 숯처럼 저산소 환경에서 탄화시켜 만든 물질이다.

이 소재는 퇴비 부숙 촉진과 탄소 격리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친환경 대안으로, 축사 내부 관리만으로도 상당한 악취 저감이 가능하다. 해당 기술은 농림식품부 최우선 과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서 교수는 "축사에서 사용하고 남은 깔짚은 60~90일 동안 부숙시키면 퇴비가 된다. 그러나 축사에서 배출되는 시간은 짧고, 퇴비화 시간은 길어 이 과정에서 병목 현상이 생긴다. 또한 부숙도 검사가 의무화되어 기준에 미달하면 배출할 수 없게 법적으로 규제된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가 개발한 바이오차 혼합깔짚은 수분 흡수력을 높여 사용 기간을 연장하고, 부숙 기간은 단축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왕겨의 사용 시간의 약 30일인 반면, 바이오차 깔짚은 45일까지 사용가능하며, 악취 저감 화교는 왕겨 대비 54.6% 높다. 또한 부숙 기간은 27% 단축되어 사용하면서도 빠르게 부숙시킬수 있는 기술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함양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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