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나의 엄마" 말에 왈칵…입양 대기 아동 위탁모 한자리에
" 국내로 입양 갔다면 열 번이라도 찾아갔을 거예요. "
21년간 55명의 입양 대기 아동을 맡은 위탁모 이정자(72)씨는 보호하던 아이를 입양 보낼 때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위탁모는 친생부모가 양육하기 어려운 입양 대상 아동을 입양 성립 전까지 가정에서 보호하고 양육한다. 이씨가 위탁모 활동을 처음 시작한 건 40대 후반, 친언니가 위탁모 활동을 하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개인택시를 하는 그의 남편이 이동을 돕고, 두 자녀도 이씨가 자리를 비울 때 아이를 돌보는 등 온 가족이 헌신했다.

입양 대기 아동은 국외 입양을 기준으로 평균 생후 2~3개월 때 위탁모에 맡겨져 1년 8개월가량 함께 생활한다. 55명의 아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아이는 지난 2002년 심장 수술을 받은 뒤 미국으로 입양 보낸 김주연(가명)양. 이씨는 “위탁모로 활동하는 동안 가장 힘들었던 건 이별”이라며 “주연이가 5살쯤 됐을 때 다시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수술한 자리를 보여 달라고 하니 부끄러운지 옷깃을 여미며 보여주지 않더라”며 그때를 떠올렸다.
안영희(59)씨 역시 지난 2000년부터 위탁모 활동을 시작해 18년간 36명의 아이를 품에 안았다. 안씨는 “아이가 입양을 가는 줄 모르고 ‘엄마, 나 갔다 올게’라고 한 뒤 그 길로 떠났다”며 “이제는 한국말도 다 잊었겠지만, 보내고 나니 마음에 상처가 남아 위탁모 활동을 그만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이런 위탁모와 그들의 가족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 동방사회복지회(회장 김진숙)는 6일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위탁 어머니를 위한 감사의 밤’ 행사를 열었다. 위탁모와 위탁가족 94명을 포함해 국내외 입양인 및 입양가족 등 180명이 참석했다. 1972년 동방사회복지회 설립과 함께 52년간 이어져 온 가정위탁 보호 사업은 현재까지 약 3만명의 입양 대기 아동에게 첫 보금자리를 마련해줬다. 3658명의 위탁모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위탁모 중 일부는 입양아·입양가족이 해외에서 보내온 영상편지를 보다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국외입양인 대표로 감사의 글을 낭독한 루비 마호니(17)는 “제 가슴에 구멍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위탁 어머니를 만난 뒤부터 친어머니에 대한 생각을 별로 하지 않게 됐다”며 “양어머니·위탁 어머니·친어머니 모두 나의 엄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입양 부모 가족 모임인 한마음부모회 인천지부 대표를 맡은 강은정(52)씨는 “시간이 흘러 위탁모의 허리는 구부러져도 아이는 나이를 먹지 않는다”며 “아이들의 역사 속에 귀하게 존재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했다.

동방사회복지회의 위탁모 사업은 올해를 기점으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다. 지난해 제·개정된 ‘국내입양에 관한 특별법’과 ‘국제입양에 관한 법률’이 2025년 7월부터 시행되면서 입양 절차 전반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게 됐기 때문이다. 내년 7월 19일부터는 입양 성립 전까지 민간 입양기관의 위탁모가 아닌 지자체가 입양 대기 아동을 보호한다.
이화선 동방사회복지회 입양복지부 부장은 "가정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입양 가정에서 사랑받으며 성장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더욱 힘써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아미 기자 lee.ah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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