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억짜리 10평 대 집은 되는데, 6억짜리 40평 집은 안 되는 것

정부가 저출생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정책의 섬세함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19일 정부가 결혼·출산 가구에 대한 주거 지원책을 골자로 하는 저출생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신생아 특례대출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정책의 수혜 대상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정책의 섬세함이 부족하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청약 대책의 경우 이미 자녀를 출산한 가구 사이에서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합산 소득 2억5000만원 부부도 신생아 특례대출 받을 수 있다

출산 가구의 특별공급 청약 기회도 확대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지난 1월 말 출시한 신생아 특례대출은 부부 합산 연 소득이 1억3000만원 이하여야 신청할 수 있었다. 그런데 신생아 특례대출의 부부 연합산 소득 기준이 올 하반기 2억원, 2025년~2027년 2억5000만원까지 한시적으로 상향된다. 사실상 모든 출산 부부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취지다. 특례대출 기간 중 아이를 또 낳으면 적용되는 우대 금리도 0.2%포인트에서 0.4%포인트로 높인다.

태아 포함 2세 이하 자녀가 있는 가구가 공공·민간 분양 아파트를 청약할 때 우선 기회를 주는 신생아 우선 공급 물량은 연간 7만 가구에서 12만 가구로 늘린다. 민간 분양 아파트는 신혼 특별공급 물량 중 신생아 우선 공급 비율을 20%에서 35%로 확대한다.

출산 가구의 특별공급 청약 기회도 확대한다. 아이를 낳으면 더 좋은 조건의 새집으로 이사할 수 있게 지원한다는 취지다. 지금까지는 특공 청약에 한 번 당첨되면 더 이상의 기회는 없었다. 하지만 당첨 이력이 있어도 출산하면 추가로 특공 청약을 할 수 있다.

◇서울 평균 집값이 11억이 넘는데…

신생아 특례대출의 소득 요건은 사실상 폐지했지만 대출 대상이 되는 집 크기와 가격 기준은 그대로 유지한 것을 두고 실수요자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신생아 특례대출의 소득 요건은 사실상 폐지했지만 대출 대상이 되는 집 크기와 가격 기준은 그대로 유지한 것을 두고 실수요자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이 신생아 특례대출 대상이다. 최근 셋째를 출산한 한 수요자는 “아이가 셋이라 40평대 아파트로 옮기고 싶지만, 신생아 특례대출은 30평대까지만 해당해 이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비수도권 지역에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중대형 주택도 많은데, 전용 85㎡를 넘는다는 이유로 신생아 특례대출을 이용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예컨대 서울 종로구 ‘경희궁자이 4단지’ 전용 37㎡는 최근 매매 가격이 8억4500만원으로 신생아 특례대출 대상이지만,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두산위브더제니스’ 전용 121㎡는 시세가 6억6000만원이어도 대출받을 수 없다.

주택 가액 기준도 현실에 괴리된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 신생아 특례대출은 매매 시 주택 가격 9억원 이하만 가능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20일 기준 5월에 거래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11억6939만원으로 신생아 특례대출 기준을 한참 웃돈다.

공공 분양에서 신생아 우선 공급 물량을 대폭 확대하기로 한 것을 두고 역차별 논란도 나온다. 공공 분양 아파트에 신생아 특별공급을 신설한 정부는 일반 공급 물량의 50%를 신생아 출산 가구에 우선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시세의 70% 이하 가격으로 분양하는 ‘나눔형’ 공공 분양 아파트는 전체 가구의 약 45%(특공 35%, 우선공급 10%)가 신생아 가구에 돌아간다. 이에 만 2세가 넘은 자녀를 키우는 가구는 상대적으로 당첨 기회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진은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