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스토리가 우주로 간다? 클라이맥스로 향하는 영웅전설 계의 궤적
팔콤을 대표하는 인기 게임 ‘영웅전설’ 궤적 시리즈의 최신작 ‘계의 궤적’이 최근 정식 출시됐다.
지난 2022년 발매된 여의 궤적2 이후 2년만에 발매된 후속작이자, 궤적 시리즈의 2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인 ‘계의 궤적’은 영웅전설 시리즈의 최장기 스토리가 된 궤적 시리즈의 클라이맥스에 해당되는 작품이다.
팔콤의 콘도 토시히로 대표의 말에 따르면 계의 궤적이 마지막은 아니지만, 전체 스토리의 90%가 마무리되는 단계라고 하니, 몇 년 내로 궤적 시리즈가 대단원의 막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금까지 여의 궤적 시리즈를 이끌어온 반 일행이 여전히 스토리를 이끌어가지만, 여의 궤적3가 아닌 계의 궤적이라는 이름으로 발매된 것은, 끝을 향해가는 궤적 시리즈의 절정에 이르는 중요한 작품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이름이 달라지긴 했지만, 이번 작의 주요 스토리는 여의궤적2의 마지막에서 암시된 우주군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스토리가 우주로 간다. 보통 시리즈가 오래 지속되면서 정리가 잘 안되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옛말에 빗대어 스토리가 산으로 간다는 표현을 쓰는데, 계의 궤적은 진짜로 우주로 간다.
여의 궤적 1편과 2편이 평화로운 일상 속에서 뒷세계 해결사 업무를 하던 도중에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면서 조금씩 사건의 중심에 다가가는 형태로 시작됐다면, 이번에는 제무리아 대륙 전체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엄청난 도전이 시작되는 만큼 전체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이야기가 시작된다.
시작부터 가상 공간에서 반 일행과 함께 새롭게 변경된 전투 시스템을 경험하게 되며, 섬의 궤적 시리즈의 주인공 린 슈바르처 등 그동안 궤적 시리즈를 이끌어왔던 반가운 인물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또한, 어느 정도 스토리가 진행된 이후부터는 루트가 나뉘어져, 반 일행과 린 일행, 케빈 일행이 각자의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 예전에 시작의 궤적에서 경험했던 바로 그것이다. 시작의 궤적이 영/벽의 궤적의 주인공들이 총 출동해서 스토리를 마무리짓는 어벤져스 느낌이었다면, 이번 계의 궤적은 여의 궤적 스토리를 마무리하기 위해 등장한 여의 궤적3이자, 시작의 궤적2 같은 느낌을 준다.
이전 궤적 시리즈는 하늘의 궤적을 시작으로, 영, 벽, 섬의 궤적, 시작의 궤적까지 계속 이야기가 이어지기 때문에 이전 시리즈를 모르면 플레이하기가 쉽지 않은 게임이었다. 때문에, 여의 궤적이 처음 나왔을 때 새로운 주인공들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궤적 시리즈에 새롭게 입문하기 좋은 게임이라는 평가를 내린 적이 있었는데, 이번 계의 궤적은 여의 궤적뿐만 아니라 섬의 궤적까지 내용을 알고 있어야 제대로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게임이다. 시리즈 팬들이라면 이전부터 계속 플레이해왔을 테니 별 문제가 없겠지만, 계의 궤적만 보면 무슨 얘기인지 알아듣기 힘들다.
때문에, 이전 시리즈를 플레이했어도 기억이 가물가물한 이들을 위해서 스토리 요약을 넣어두긴 했다. 하지만, 워낙 많은 이들이 한꺼번에 튀어나오기 때문에, “얘가 누구였더라?”라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초반부에는 별다른 전투 없이 오랜만에 등장한 이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대화 장면이 플레이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필드 NPC에 떠 있는 느낌표만 봐도 질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전투 플레이는 실시간 전투 도입과 퀵 아츠 도입으로 이전 시리즈와 많이 달라졌던 전작들만큼의 변화는 없다. 다만, 필드 배틀 도중 적의 속도가 느려져서 순간적으로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을 수 있는 Z.O.C 시스템과 기존의 S.C.L.M. 시스템이 확장된 B.L.T.Z. 시스템 등으로 전작들보다 더 쾌적한 전투를 즐길 수 있다. 등장하는 인원 수가 대폭 증가한 만큼, 모든 캐릭터가 고르게 활약할 수 있도록 서포터 포지션의 전투 참여 비중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시작의 궤적에서 도전의 재미를 더했던 메르헨 가르텐은 흑의 정원으로 변화했다. 메르헨 가르텐이 적의 해킹 때문에 다른 성격의 공간으로 변화했다는 설정이다. SRPG 같은 스타일의 타일로 연결된 공간에서 여러 선택지 중 하나만 골라 앞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선택한 타일에 뭐가 있는가에 따라 보상 혹은 전투 등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마지막까지 이동하면 최종 보스를 만나게 되며, 꽤 다양한 기믹을 경험할 수 있다. 여기서 얻은 포인트로는 이전 메르헨 가르텐과 마찬가지로 할로우 코어, 세피스, 쿼츠, 캐릭터 꾸미기용 액세서리 등 다양한 보상을 획득할 수 있다. 강제적으로 플레이해야 하는 콘텐츠는 아니지만, 다양한 보상뿐만 아니라 궤적 주요 스토리를 확인할 수 있어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콘텐츠가 될 것 같다.
시간 관계상 후반부까지 플레이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품이 궤적 시리즈의 마지막은 아니라는 팔콤 측의 발표를 볼 때, 과거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가 인피니티워에서 중간 마무리를 하고, 엔드 게임에서 화려하게 막을 내린 것처럼, 계의 궤적에서 핵심 사건이 본 궤도에 오르고, 이 다음 작품에서 모든 것이 마무리되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20년 넘게 여기까지 끌고 온 궤적 시리즈인 만큼, 다음 작품에서 확실한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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