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물 기겁하는 아이들도 잘 먹는 봄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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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을 좋아하는 제천 간디학교 교사의 시골살이 에세이입니다. <기자말>
[김수진 기자]
시골 마을을 가게 되면 나도 모르게 가장 먼저 살펴 보는 것이 텃밭이다. 나도 아기자기한 텃밭을 키우고 싶어서이기도 하지만 이 집은 뭘 먹고 사는지 가장 간단하게 알아 볼 수 있는 방법이 바로 텃밭이기 때문이다. 깔끔하게 텃밭을 관리하는 집을 보면 왠지 집안도 깔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틀밭을 사용하는 텃밭을 보면 그 집안도 정리정돈이 아주 잘 되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리고 텃밭에서 자라는 나물이며 채소를 보면 기본적인 반찬은 무엇을 놓고 먹는지 상상하게 된다.
그러다 텃밭 언저리에 보이는 냉이며 벌금자리, 달래, 지칭개, 민들레, 쇠고들빼기 등의 나물을 보며 나 그 나물을 반찬으로 먹는지 안 먹는지를 나물의 주변 상태를 보고 알 수 있는 경지에 까지 오르게 되었다. 먹는 나물은 주변에 잡초와 달리 씨를 받기 위해 꽃이 피는 것을 두는 등 관리를 좀 하는 편이지만 먹지 않는 나물은 씨가 번지기 전에 아예 꽃조라 피지 못하게 잡초처럼 호미로 긁거나 뿌리째 뽑아 구석에 버려지기 마련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나물을 참 많이 먹었다. 부모님 영향도 있지만 나물 요리를 특히 잘하시는 어머니 덕분에 다양한 나물 요리를 먹으며 자랐다. 사람들이 나물을 얼마나 먹는지 확인하려면 재래시장에 가는 게 제일 좋은데, 재래시장에서 팔기 시작하는 나물을 보면 그즈음 사람들이 즐겨 먹는 나물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요즘 시골에서는 냉이를 잘 먹지 않는다. 생명력이 엄청 강하기에 마을 어른신들의 표현에 의하자면 '냉이는 사각삽으로 쭈욱 떠서 옆에 폭 뒤집어 놓아도 사는 지독한 것들'이다. 도시 사람들은 냉이를 봄이면 먹어야 하는 식품 정도로 생각하지만 시골에서 냉이는 지독하게 살아남는 잡초이다.
제천간디학교에서 들살이 수업을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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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란 꽃다지꽃 겨울인지 봄인지 잘 모를 때 들에서 새초롬하게 고개 드는 노오란 꽃다지꽃 |
| ⓒ 김수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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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춘화 개나리인듯 개나리가 아닌 영춘화는 제천간디학교 뒷편 구석에 제일 먼저 봄을 알리는 꽃이다. 꽃다지꽃이 피고나면 영춘화의 꽃망울이 올라온다. |
| ⓒ 김수진 |
2월 말 개학을 맞이해 아이들이 학교에 돌아오고 나면 꽃샘추위가 몇번을 지나야 진정한 봄이 오는데, 수업을 시작하면 개학한 지 3주가 지난 시점으로 3월 중순이 된다. 3월 중순이 되면 간디학교 주변엔 온통 냉이 천지다. 마을 어르신들이 왜 그렇게 '사각삽으로 쭈욱 떠서 옆에 폭 뒤집어 놓아도 사는 지독한 것들'이라고 하시는 지 알 수 있게 된다.
들살이 수업은 나물수업이긴 하지만 요리수업이기도 하다. 나물수업이라 하면 무쳐먹고 쪄먹고 끓여먹는 등 온전히 나물의 맛을 느끼기 위한 수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들살이는 아이들이 나물인 줄 모르고 먹게끔 일단 잘게 다져서 요리를 한다. 물론 나물을 채취 할 땐 온전한 형태의 나물을 채취하고 고유의 향도 맡아가며 채취를 한다.
실제 냉이는 봄에 맡는 냄새, 여름에 맡는 냄새, 가을에 맡는 냄새가 다르다. 말로 설명하기 좀 어렵지만 확실히 다르다. 봄냉이는 싱그러운 냄새가 인상적인데 주로 겨울을 살아남아 다시 올라오는 새로운 싹이라 그런지, 약간 질기기도 하고 오래도록 흙을 머금고 있어 풋풋한 흙냄새도 난다. 그런 냉이는 계란말이와 냉이장아찌로 만들어 먹었다.
먹느라 바빠 아쉽게도 사진은 없다. 실제로 아이들은 점심식사 후 바로 진행하는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식사를 안 한 것처럼 요리를 먹어치운다. 그런 간디의 아이들을 위해 준비한 두 번째 나물은 말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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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랭이 망촛대처럼 씁쓸한 맛이 나는 나물로 보통은 묵나물로 많이 해먹지만 봄엔 새순을 채취해 끓는 물에 데쳐 바로 먹어도 맛있다. |
| ⓒ 김수진 |
말랭이는 꽃이 올라오기 전 순을 따서 끓는 물에 데쳐 나물로 먹거나 된장국을 끓여먹기도 한다. 망촛대는 보통 데친 후 말려서 묵나물로 많이 먹는다고 하지만 우리집은 그냥 바로바로 따서 데친 후 된장이나 고추장으로 양념을 만들어 먹곤 하는데 그 씁쓸함이 망촛대나 말랭이나 맛이 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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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랭이 월남쌈 빨간 파프리카, 노란 파프리카, 깻잎, 오이, 맛살을 넣어 만들어 먹는 말랭이 월남쌈. 먹고 바로 다시 또 먹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손들. |
| ⓒ 김수진 |
K푸드도 세계에 많이 알려졌고 나물도 슬슬 알려지고 있는 추세이기도 해서인지 간디학교 아이들도 나물요리에 많은 관심을 가져준다. 예전엔 학년이 올라가면 했던 수업도 잊고 하는데 최근의 아이들은 '지금쯤 머위꽃 안 튀겨 먹어요?' 하면서 수업 때 무엇을 먹었는지도 잘 기억해주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 걸맞는 수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교사인 나도 정말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 수시로 응용할 수 있는 요리를 찾아 보아야 하고 새로운 나물도 공부해야 한다. 또한 간디학교 주변엔 나물 스폿이라고 할 수 있는 곳들이 정말 많은데 나만 알고 있기에 아까운 곳들이기도 하고 오랜 시간 들살이를 해온 만큼 올해 부터는 조금씩 기록을 남기려고 한다.
이 연재도 그중 하나이고 선고리 나물지도도 그려보고 싶다. 그럼에도 모든 것들 가운데 제철에 나오는 나물의 확인이 제일 중요하다. 아무리 작년, 재작년에 언제 나왔다 하더라도 올해 또 다른 것이 나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일과 중 가장 큰 일은 학교 주변 산책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들살이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학교 주변을 계속 산책한다. 나물 요리를 먹으며 즐거워 하는 간디학교 아이들을 상상하며.
이 글을 다 쓰고 나면 달래를 찾아 가야만 한다. 아니 싱그럽고 '큰' 봄달래를 찾아내야만 한다. 아이들이 어설픈 호미질로 채취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자라 있는 달래여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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