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바꾸려면 지방 의회를 잘 이용해야 해요"

유형섭 2024. 12. 2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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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부터 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서울시 구의회 정책지원관 A씨

[유형섭 기자]

국회의원들은 의정활동을 포함한 의원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보좌관을 채용할 수 있다. 반면, 광역 및 기초 의회 의원들에게는 이러한 인력이 제도적으로 지원되지 않았다. 지방의회의 전문성을 높이고 역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2022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으로 '정책지원관'이라는 공무원 제도가 도입되었고, 2023년 말 기준 총 1604명의 정책지원관이 근무 중이다.1)

최근 신설된 직종이기에 해당 제도의 효과 분석이나 운영 효율화에 대한 연구 및 토론회들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서울시 구의회 소속의 정책지원관 A씨를 11월 20일 만나 정책지원관과 기초의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의회와 발맞추어 정책을 만들어가는 일

- 정책지원관이 주로 하는 일이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작년부터 서울시 기초의회에서 정책지원관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지방의회에는 의원들의 정책 업무를 지원하는 인력이 없어서 별정직이나 임시직으로 지원 인력을 쓰고 있다가,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하면서 제도가 마련됐어요.

2022년에는 의원 수의 4분의 1 수준으로 지원관을 채용할 수 있게 했다가, 작년에는 의원 수의 2분의 1 수준으로 변경되면서, 채용이 엄청나게 확대되었어요. 저는 작년에 들어왔으니까 계속 두 명의 의원을 맡아서 일하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의원이 하는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것으로 명시가 되어있는데요. 실제로는 의원들이 조례 발의하는 과정을 주로 돕고, 시장, 구청장에게 공식 질의를 하는 시정, 구정 질문을 지원도 합니다. 그 외에도 의정활동을 하면서 필요한 자료 분석도 제공합니다. 요즘엔 행정사무 감사 철이라 감사 자료 분석이나 예결산 자료 분석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서울특별시의회 제327회 정례회 2차 본회의 모습.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 서울특별시의회
- 근무 시간은 어떤가요?

"9시부터 6시까지가 정해진 근무시간인데 실제 업무시간은 시즌마다 편차가 있습니다. 의회에는 '회기'라고 해서 의원들이 회의하는 기간이 있어요. 조례나 예결산을 의결하거나, 행정사무를 감사하는 등의 심사 기간인데요. 그 기간이 1년에 총 130일에서 140일 정도 되는데, 그때 야근을 많이 합니다. 일반 공무원들은 본인 담당 업무가 끝나면 일을 더 안 해도 되지만, 저희는 의원님이 업무를 시키면 계속 일을 해야 하는 차이가 있어요. 그래도 국회 보좌관 출신의 정책지원관 분들은 과거에 비하면 워라밸과 가깝게 일하고 있다고도 하더라고요."

- 국회의원 보좌관은 대외 활동에 함께 나가거나 여러 행사에서도 옆에 있곤 하던데, 정책지원관은 어떤가요?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저희도 현장 조사를 나가거나 외부 방문에 동행 지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회의원 보좌관은 별정직 공무원으로, 인사권을 각 의원이 갖고 있어요. 정책지원관은 임기제 공무원이라 계약 기간이 1, 2년 정도로 한정되어 있지만, 별정직인 국회의원 보좌관들은 계속해서 일할 수 있는 거죠.

다만 자신이 보좌하던 의원이 자리에서 물러나면 보통 같이 그만두는 분위기이고요. 또 일할 때 큰 차이가 있다면 저희는 의회 사무국 아래에 있기에, 정치적 중립의 의무를 갖고 있어요. 그래서 공식적으로 정당에 관련된 활동이나 의원님 개인을 선전하는 활동은 지원하지 않습니다."

- 아까 보좌관 출신도 있다고 하셨는데, 주로 어떤 사람들이 정책지원관으로 지원하나요?

"제가 면접 보러 다녔을 땐 4, 50대 나이의 분들도 꽤 있었어요, 대학에서 강의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들었고요. 기초의회 정책지원관은 7~8급 공무원 대우로 들어가는데, 광역의회로 가면 6급 대우라 박사학위 가지신 분들도 좀 많이 계신 걸로 알고 있어요. 학력은 대학원 이상, 전공은 주로 법학이 좀 많이 우대받아요. 아무래도 조례를 다루고, 의정활동의 많은 부분이 법의 테두리 안에 있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저도 개인적으로 연구 작업을 하다가, 지역 정책 관련 일을 하고 싶어 들어오게 된 사례고요."

- 혹시 근무하면서 느끼는 건강권의 문제도 있을까요?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휴가예요. 업무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쉬고 싶을 때 휴가를 쓸 수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의회 사무국과 의원님들, 이렇게 상사가 두 그룹인데다, 또 의원도 두 명이다 보니 의원님 두 분께 다 말씀드려야 해서 휴가 하나 쓸 때마다 너무 부담스러워요. 저는 지금 연차가 절반 정도 남은 것 같아요. 1월이 그나마 제일 한가해서 그때 다 일주일씩 묶어서 써요.

제가 몸이 안 좋아서 수술해야 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가 큰 회기 중이라 중요한 일정을 다 치르고 난 후로 수술 일정을 잡아야 했어요. 그렇게 하고도 수술 이야기를 꺼내기가 곤란했고요. 제 건강상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면 의원님들 입장에서 일 시키기 부담 되거나 일을 못 해낼 거로 생각하지는 않을까 하고 좀 걱정이 됐어요. 또 너무 자주 쉰다는 이미지를 보이면 인사 평가와 관련해서도 걱정이 되잖아요. 계약직들은 이게 무슨 말인지 알 거라 생각해요."

- 눈치가 안 보일 수 없는 환경이네요. 지역 정책에 관심 있었다고 하셨는데 좀 더 이야기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노동 쪽을 전공해서 노동문제에 관심이 있고 그쪽 일을 하고 싶었어요. 지자체에 있는 지방정부가 조례를 만들어 노동권익센터와 같은 센터가 마련되는 등 여러 지원 정책을 만들어 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지역에서 지자체 조례를 통해 노동문제를 풀어나가는 일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있었고, 그게 완벽한 답은 아니더라도 미조직, 불안정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기본적인 시스템을 마련할 수는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노동조합이나 시민사회단체에서 그런 지원을 다 할 수 없고, 공공의 자원을 가지고 할 수 있는 만큼은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지역과 현장으로부터 길어 올려지는 '좋은 정책'을 위해

- 실제로 지역 의회에서 일해보니 어떤가요? 노동 관련 정책 사례들도 궁금합니다.

"의회 밖에서는 조례를 만들기가 굉장히 어렵잖아요. 시민사회단체와 주민들이 힘을 합쳐서 의원한테 발의 요청을 하고…, 참 어려운 일인데, 정작 의회 안에 있으면 정말 주민에게 필요한 조례를 만드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조례 개수를 채우기 위해 계속 발의하려는 분들도 계세요. 그러면 정말 조례들이 너무 쉽게, 다른 지역 것을 베껴서 만들어지다 보니 집행부에서 해당 사업을 집행하지 않고 그냥 조례만 남아있는 경우들을 보게 돼요.

반면, 좋은 조례를 만들면 전국에 빠르게 퍼져나간다는 장점도 있죠. 오히려 정부보다 지자체에서 훨씬 더 급진적인 정책들을 펼치는 사례도 있고, 그런 정책이 정부 제도화되는 경우들도 많이 있거든요. 전남노동권익센터에서 조식을 제공한다든지2), 작업복 세탁소의 경우에도 김해가 선례인데 전남에서 계속 제안해서 전국화되고 있잖아요3). 그런 건 지역과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면 알 수 없으니까요."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책지원관이라는 직업 자체보다는 지방의회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의회가 무슨 높고 대단한 것을 결정하는 기관이라기보다 사실은 주민들이 활용해야 하는 기관이고, 주민들이 의회를 통해 무언가를 실현해야 하는 기관이라는 점, 그렇게 되지 않고 있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어요. 어쩌면 그런 기능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 꼭 필요한 제도와 사업들이 금방 무너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해당 영역에 대한 시민사회의 고민과 관심이 미치지 못하면 집행부가 사업을 없애거나, 의회가 예산을 줄여버려도 대응하지 못하고 그대로 없어지기 쉽죠."

이번 계엄령 발표와 거대한 시위, 국회의 탄핵안 처리까지 과정을 보면서 누구나 민주주의가 얼마나 강한지 동시에 또 얼마나 약할 수 있는지 느꼈을 것이다. 아래로부터의 정치,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지방의회가 활성화되는 것이다. 역량이 부족해서, 혹은 감시가 헐겁고 의지가 없어 지방자치단체나 지역 의회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 주민과 시민사회가 애써 제도를 만들어 내더라도 유지되거나 실현되기 어렵다. 지자체와 지방의회가 서로 견제하고, 지역 주민의 의견을 더 잘 수합하고, 필요한 입법 활동과 정책이 잘 실현되는지 살피기 위해 정책지원관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3년 차 신생 직종인 정책지원관 제도를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이유이다.

1) 행정안전부 보도자료, "'지방의회 정책지원관'과 손잡고 일 잘하는 지방의회 만든다", 2024.10.09. (www.mois.go.kr/frt/bbs/type010/commonSelectBoardArticle.do?bbs
Id=BBSMSTR_000000000008&nttId=112896)
2) 장선욱, "'아침 굶지 마세요'… 전국 첫 근로자 조식 센터 문 연다", 국민일보, 2023.02.15. (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7962071)
3) 장은교, "일할 때 필수적인 작업복의 세탁은…왜 노동자 몫일까", 경향신문, 2020.04.21. (www.khan.co.kr/article/202004110600045)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12월호에도 실립니다.이 글을 쓴 유형섭 님은 한노보연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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