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에게 ‘미운 털’ 박힌 우리 아이, 어떡하죠? [이정민의 ‘내 마음의 건강검진’-21]

데스크 2024. 10. 2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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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인권’, ‘교사 인권’이 크게 대두되는 요즘, ‘학교’라는 공간은 참 조심스러운 공간이 된 것 같다. 담임 선생님은 자신의 행동이 혹여라도 문제가 되지는 않을까 싶어 개입을 최소한으로 하려 하고, 아이 부모님들도 혹시 자신의 행동이 교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어 말을 삼가는 분위기이다.

다만 이렇게 조심스러운 분위기와 별개로, 담임 선생님에게 반복적으로 지적을 받는 아이는 꼭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런 아이들의 부모님들은 혼란스러워하신다. 우리 아이가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혹시 내가 모르는 문제가 있는 것인지. 혹은 담임 선생님이 너무 까다롭게 우리 아이를 보시는 건 아닌지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아이가 어떤 상태인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심리검사가 가장 필수적이다. 사례를 통해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알아보겠다.

ⓒwww.canva.com

(아래는 가상의 사례입니다)

선생님에게 ‘미운 털’ 박힌 우리 아이, 어떡하죠?

초등학교 2학년 남자아이인 A의 어머니는 요즘 잠을 잘 자지 못한다. 최근 A가 학교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혼이 나기 때문이다. 며칠 전 담임 선생님과 상담을 했을 때는 ‘한 번 검사를 받아보라’는 권유까지 받았다. A의 어머니는 황당하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 1학년 때는 분명 문제 없이 잘 보냈고, 2학년 1학기 때도 ‘아이가 활발하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마찬가지로 문제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2학기 들어서 갑자기 문제가 생긴걸까. 내가 모르는 아이의 스트레스가 있었나? 아니면 혹시 우리 아이가 ADHD였나? 혹시 선생님이 우리 아이를 너무 깐깐하게 보시는 건 아닐까?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지만 답을 내기는 어렵다.

A의 성향 및 현재 마음상태 등을 알아보기 위해 종합심리검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를 간단하게 정리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검사결과: 기질적으로 충동적인 아이. 스트레스 받으면 더 심해져. 하지만 도와주면 충분히 조절할 수 있어요.

우선 A는 기질적으로 충동적인 성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자신이 궁금한 것은 즉각 탐색해야 하고,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은 ‘지금, 당장’ 하고픈 욕구가 큰 것이다. 또한 아동은 지루함을 특히 견디기 어려워할 것으로 보이는데, ‘학교’라는 상황은 아동에게 만성적인 스트레스로 다가왔을 수 있다. 그리고 아직 이러한 스트레스를 견디고 조절하는 것은 능숙하지 못한 것으로 고려되는 바,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불편감을 더욱 산만한 행동으로 드러냈을 수 있다.

아울러 아동은 인정 욕구가 높아 칭찬을 받기 위해 행동을 어느 정도 조절하기도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어머니 보고에 따르면, 1학년 때는 올해보다 칭찬을 매우 풍부하게 받았었다고 보고되기도 한다. 다만 모든 환경에서 칭찬을 매번 받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동에게 ‘보상이 지연되는 환경’은 A에게 스트레스 요인이 되었을 것으로 고려된다. 아울러 2학년 1학기 까지는 어느 정도 긴장과 기대를 하면서 행동을 조절했을 것으로 보이나, 긴장이 이완되면서 더욱 산만해졌을 수 있다. 환경의 영향을 다소 받는 모습이다.

다만 아동은 지능이 ‘평균상~우수’ 수준으로 양호한 편이다. 이에 주변의 지지, 교육을 통해 어느 정도 자신의 충동성을 인지하고 조절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아동은 면담 시 스스로 성격이 급하고, 그게 때로 문제가 된다는 것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자신의 성향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은 행동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검사자 제안 : 스스로 자신이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고, 크게 행동하는지 ‘모니터링’하게 해주기, 주변의 충분한 칭찬도 필요해

우선 ‘셀프 모니터링’을 제안한다. 대체로 성격이 급하고 충동적인 아이들은 자신이 얼마나 빠르게 행동하는지, 몸짓이 얼마나 큰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평소 자신이 몸에 어느 정도의 힘을 줘서 움직이는 것이 좋은지, 그리고 어느 정도로 참아야 하는지 인지하게끔 도와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때문에 ‘오늘 하루 학교에 갈 때 걸음걸이가 얼마나 빨랐는지’, ‘자신이 엄마/ 아빠를 부를 때 목소리 크기가 얼마나 컸는지’, ‘신이 났을 때 말이 얼마나 빨라지는지’ 등에 대해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스스로 평가해보게끔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리고 동일한 항목에 대해 부모님도 함께 평가해주면, ‘내가 보는 나의 행동’과 ‘남이 보는 나의 행동’을 대조해보는 효과가 있다. 아울러 이는 스스로를 인지하고 조절하게 해주는 재료가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노력하는 과정에 대한 충분한 칭찬’이다. 설령 스스로를 모니터링한 후 행동을 조절하는 데 매번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노력이 있었다면 인정해주는 것이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안 그래도 성급한 아이는 더 쉽게 지루해지고 산만해질 수 있다. 때문에 단호하면서도 자비로운 태도가 일관적으로 필요하다. 쉽지 않지만 말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님이 지치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진전이 없는 것 같아도, 새로운 문제들이 생기더라도 계속 노력한다면 아이는 생각하지 못한 시점에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성장한다. 꼭 성장할 것을 믿고, 지치지 않아주시면 좋겠다.

이정민 임상심리사 ljmin09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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