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입주를 앞둔 강원도 춘천 학곡지구 민간임대아파트의 시공사가 유치권을 행사해 입주가 지연됐다. 춘천시의 중재로 시공사의 유치권 행사가 종료됐지만 자체사업이나 다름없는 사업에 유치권이 행사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춘천 학곡지구 모아엘가 비스타 시공사인 혜림건설은 이달 초 시행사 엠에스글로벌에게 공사비 315억원을 지급하라며 유치권을 행사했다. 혜림건설은 도급순위 90위 건설사로 '모아엘가' 브랜드로 시공하고 있다.
혜림건설이 유치권을 행사한 엠에스글로벌은 2017년부터 함께 학곡지구 개발사업에 참여해 왔다. 엠에스글로벌은 이 지역을 개발하기 위해 설립된 춘천학곡도시개발의 지분 1%를 보유한 시행사다. A1-2블록에 지어진 학곡2차 모아엘가 비스타의 시행을 맡아 사업을 진행해 왔다.
춘천시가 2017년 사업을 시작하면서 모아주택산업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여러 회사가 특수목적회사(SPC) 춘천학곡도시개발 출자자로 참여했다. 춘천학곡도시개발의 지분 30%를 보유한 혜림건설은 모아주택산업의 100% 자회사다. 지분 0.9%를 보유한 한아건설은 모아주택산업 한동주 회장의 아들 한대웅 씨가 지분 90%를 가진 최대주주다.
SPC 지분 1%를 가진 엠에스글로벌은 한 씨가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 씨는 엠에스글로벌의 모회사 티제이산업의 초기 출자자로 2022년까지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었다.
티제이산업은 철근 가공업체로 최명신 대표가 2015년 설립했다. 설립 당시 한 씨가 출자자로 참여해 40%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대광건영, 혜림건설 등 호남 지역을 모태로 하는 시공사에 철근을 납품하며 매출을 올려왔다.
한 씨는 티제이산업 지분을 처분하기 직전인 2021년부터는 티제이산업이 100% 출자한 자회사 엠에스글로벌의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려 시행사 경영에 참여해 왔다. 엠에스글로벌의 대표를 맡고 있는 최명신 대표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없으나 한 씨와 광주의 한 아파트 위 아래층에 거주하는 사이로 가까운 관계인 것으로 추정된다.
엠에스글로벌은 춘천 동내면 학곡리 산4-2 일원에 지어진 민간임대 아파트 학곡2차 모아엘가 비스타의 시행을 맡았다. 충남 내포신도시, 양주 회천 등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 유치권 행사는 아버지 한 회장이 보유한 모아주택산업의 자회사 혜림건설이 아들 한 씨가 사내이사로 있는 시행사에 공사대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시행과 시공 업무를 나눠 맡기는 했으나 사실상 자체 사업에 가까운 프로젝트에서 공사 대금을 놓고 갈등을 겪은 것이다.
혜림건설은 시행사와의 관계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혜림건설 관계자는 "현재는 유치권 행사 절차를 종료하고 입주민들이 입주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라며 "자세한 내용은 시행사에 문의하라"고 말했다.
엠에스글로벌이 미지급한 공사비 315억원을 지급해 유치권 행사가 종료된 것으로 보도됐으나 혜림건설 측은 미지급 공사비를 받았는지에 대해선 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춘천시는 시행사와 시공사의 공사비 갈등으로 인해 입주가 지연됐고 시의 중재를 통해 입주 절차가 시작됐다고 입장을 전했다.
모아주택산업은 지난해 엠에스글로벌에 대해 1457억원의 임대보증금 보증과 11억원의 주택분양 보증, 159억원의 차입금 지급 보증 등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혜림건설도 엠에스글로벌의 차입금 1544억원에 대해 연대보증을 제공 중이다.
학곡지구개발사업은 춘천시가 과거 공설묘원과 화장장 일대를 신시가지로 조성하기 위해 2008년부터 추진해 온 사업이다. 주거 용지 4곳(A1-1, A1-2, A1-3, BR1) 가운데 3곳을 혜림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A1-2와 A1-3블록의 시행사는 한대웅 씨와 연관이 깊은 엠에스글로벌, 한아건설로 2개 회사가 담당하고 있다.
김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