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빅컷’ 효과…“일본은행 결정에 달렸다”

이창희 2024. 9. 19.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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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0.5%p 금리 인하 단행, 국내 증시는 보합세 그쳐
전망은 좋은데…BOJ 금리 흐름 결정에 시장 ‘촉각’
이복현 “엔캐리 추가청산 등 급격한 자금이동 가능성 있어”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경.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한 번에 0.5%p 내리는 빅컷을 단행한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다가오는 일본은행(BOJ)의 금리 여부 결정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인상을 단행할 경우 연준의 효과가 상쇄될 것이란 진단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미 연준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5.25∼5.50%에서 4.75∼5.0%로 0.5%p 인하했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차이는 상단 기준 2.00%p에서 1.50%p로 줄어들었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 2020년 3월 이후 약 4년6개월만이다.

아울러 연준은 점도표를 통해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종전 5.1%에서 4.4%로 하향 조정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9월 FOMC에서 위원들은 기준금리의 적절한 경로에 대한 개별 평가를 작성했다”면서 “경제가 예상대로 발전하면 올해 말 기준금리의 적절한 수준이 4.4%, 내년 말 3.4%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는 연내에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있을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는 연준이 올해 11월과 12월 각각 금리를 0.25%p 인하하고, 내년은 분기별 한번 꼴로 총 1%p를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9월에 빅컷을 단행한 만큼 향후 점진주의로의 복귀가 유력하다”고 진단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에도 19일 국내 증시는 보합세에 그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21%(5.39p) 오른 2580.80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 반도체 종목들의 하락세가 주된 원인이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02% 떨어진 6만3100원으로 후퇴했다. SK하이닉스는 6.14% 급락한 15만2800원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한미반도체(-3.32%), 에스티아이(-6.59%), 테크윙(-2.39%) 등 고대역폭 메모리(HBM) 관련주들도 내림세로 마감했다. 

반도체주는 뉴욕증시에서 글로벌 대장주인 엔비디아가 1.92% 하락한 여파로 분석된다. 여기에 더해 모건스탠리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대폭 하향 조정한 게 악재로 다가왔다. 그러나 바이오주는 상승세를 선보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알테오젠 등은 각각 5.96%, 3.23%, 9.55% 뛰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주당 100만원을 돌파한 104만9000원을 기록해 ‘황제주’ 자리에 안착했다.

바이오주의 상승세는 금리인하 수혜주로 부각 받은 영향으로 추정된다. 통상 바이오주는 대규모 장기투자를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만큼, 금리인하 효과를 직접적으로 받는 성장주로 거론되기 때문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금리 인하 기간에는 금리인하 수혜와 실적 성장이 뒷받침되는 바이오주, 배당투자 매력 증대 및 주주환원 장점을 가진 금융주 등이 타 업종에 비해 우위에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바이오의 경우 이전 장세 때와는 다른 실체 있는 이익 성장의 조합도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 유동성이 늘면서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신승진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정보팀장은 “연준의 금리 인하 이후 증시가 약세를 보인 적이 많았기에 하락을 걱정하는 의견도 있으나 상승에 무게를 둔다”며 “최근 발표되는 미국 경기지표들은 견조한 상황으로 이번 금리인하는 보험적 금리 인하로 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큰 흐름에서 보면 경기 침체가 아닌 상황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 전개는 글로벌 증시와 위험자산에 강한 상승 동력이 되기 마련”이라면서 “지난 1995년과 1998년, 2019년 케이스가 대표적이다. 당시 경기에 대한 논란과 금융권 불안에 증시가 금리 인하 전후 흔들리기도 했지만, 6개월~1년 투자시계를 감안할 때 저점 대비 20~30%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경계 요인은 남아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일본은행(BOJ)의 금리에 대한 스탠스를 확인할 필요가 있어서다. 일본은행의 금리 여부를 결정하는 통화정책회의는 오는 20일 개최될 예정이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3일 경제재정자문회의에서 경제·물가 전망이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금리 인상을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바 있다.

앞서 일본은행은 지난 7월말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 정책금리를 0~0.1%에서 0.25%로 인상했다. 이에 지난달 5일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7개월 만에 141엔대를 기록하는 등 엔고 현상이 나타나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이어졌다. 이는 같은날 발생한 글로벌 증시 폭락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관건은 BOJ”라며 “미국 소비와 생산이 여전히 견조한 만큼 미 연준의 금융시장 심리 안정화 노력은 금융시장에 긍정적 요인이나, BOJ 결정에 따라 양호한 펀더멘털과는 별개로 수급 불안이 야기될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BOJ 총재가 매파적인 스탠스를 피력하고, 자민당 총재선거 유세 과정에서 정치인들의 금리인상 발언이 지속되면 엔화 강세 압력 확대가 엔캐리 청산 매물 출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연준 기준금리 인하 방침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 영향을 점검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국가간 통화정책 차별화 과정에서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이라며 “엔캐리 추가청산 등 급격한 자금이동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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