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대행이 승률 78%… 우리카드 기적 만든 박철우

승률 33%의 팀이 78%의 팀으로 바뀌었다. 박철우(41) 감독대행이 우리카드를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남자배구 우리카드는 17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를 꺾고 정규리그 3·4위가 맞붙는 단판 준플레이오프(승점 3점 이내일 때만 개최)에 진출했다. 선수들은 마치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기뻐하며 박철우 감독 대행을 발로 밟았다. 코트에 드러누운 박 대행의 표정은 환했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12월 30일 마우리시오 파에스(브라질) 감독과 결별했다. 시즌 절반을 치렀으나 6승 12패로 남자부 7개 팀 중 6위에 그쳤기 때문이다. 박철우 코치가 대행으로 선임됐고, 이후 우리카드는 14승 4패를 거뒀다. 선두 다툼을 벌이던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상대전적에서 앞섰다. 가장 낮은 단계부터 치고 올라가는 핸디캡이 있지만,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무서운 팀으로 꼽힌다. 박철우 대행은 "첫 경기만큼 삼성화재전이 힘들었다"고 웃으며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줘 고마웠다"고 했다.

박철우 대행은 현역 시절 수퍼스타였다. 당시 드문 고졸 선수로 현대캐피탈에 입단해 두 번의 우승을 이끌었다. FA(자유계약선수)가 된 뒤엔 라이벌 삼성화재로 이적해 네 개의 우승 반지를 꼈다. 2020~21시즌 한국전력으로 다시 이적한 뒤 4년을 뛰고 은퇴했다. 통산 득점은 레오(현대캐피탈)에 이은 2위다. 은퇴 후 1년 동안 해설위원을 지냈고, 지난 시즌 코치로 우리카드에 합류했다. 그리고 1년 만에 팀을 이끌게 됐다.
박 대행은 선수단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주전 선수 위주로 팀을 꾸리던 파에스 감독과 달리 선수 전원을 고루 기용했다. 18명의 엔트리를 경기에서 모두 투입할 때도 있었다. 때로는 쓴소리를, 때로는 부드러운 격려로 패배의식에 젖어든 선수들을 깨웠다. 박 대행은 "정규리그 경기에서 진 뒤 선수단과 가볍게 맥주를 한 잔 했다. 그 전까지 그런 문화가 없었는데 툭 털어놓고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팀내 경쟁 체제가 만들어지면서 경기력도 올라갔다.
주포인 하파엘 아라우조(35·등록명 아라우조)도 좋아졌다. 시즌 초반엔 어려운 상황에서 때리는 오픈 공격 성공률이 낮았다. 아라우조와 같은 왼손잡이 아포짓 스파이커 출신 박 대행은 그를 편하게 만들어줬다. 세터 한태준과의 호흡도 좋아지고 체력 관리도 되면서 고비마다 득점을 올리는 해결사 역할을 했다. 박철우 대행은 "아라우조가 너무 잘 해줬다. 포스트시즌까지 시간이 있어 충분히 휴식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작전 지시하는 박철우 우리카드 감독 대행 (서울=연합뉴스) 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남자부 우리카드와 대한항공의 경기에서 박철우 우리카드 감독 대행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2025.1.8 [한국배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8/joongang/20260318101858262aviv.jpg)
1인 3역도 마다하지 않았다. 감독과 수석코치가 모두 떠나면서 박철우 대행, 그리고 역시 1년차인 이강원 코치가 모든 업무를 맡았다. 연습 때 선수들에게 공을 때리고, 훈련을 지도하면서 밤에는 상대 영상을 연구했다. 박 대행은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다. 하지만 그만큼 배우는 것도 많다"고 했다.
박철우 대행의 장인은 삼성화재를 오랫동안 정상으로 이끈 신치용 한국산업개발 대표이사다. 박 대행은 "장인어른(신치용 전 감독)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제 최고의 장점은 선생님이 옆에 계신다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제는 지도자로서 장인에 이어 우승 도전에 나서는 박 대행은 "축하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포스트시즌에 대한 '준비'를 강조하셨다"고 웃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새벽 2시, 발신자는 대통령…청와대 참모 벌써 4명 쓰러졌다 | 중앙일보
- 30분간 '경멸 미소'만 7번…문 만난 김정은, 판문점의 돌변 | 중앙일보
- 전쟁 2번 터져도 12% 올랐다…QQQ 꺾일 때 뜬 슈드의 비결 | 중앙일보
- "사람이 물에 빠졌다"…이천 온천 수영장서 20대 남성 사망 | 중앙일보
- '미성년 2명 성폭행' 50대 유명 배우, 교도소서 숨진 채 발견 | 중앙일보
- 치매 손님 집 따라가 상습 추행한 콜택시 기사…홈캠 영상 보니 | 중앙일보
- "충격적" 하루 만에 500만 조회…쓰레기로 뒤덮인 오스카 객석 | 중앙일보
- '항공사 기장 살해' 50대 "공군사관학교 기득권에 인생 파멸" | 중앙일보
- 대구 놀이터서 놀던 어린이 '날벼락'…총알 파편 맞았다, 무슨 일 | 중앙일보
- 어쩐지 김 대리 연차 잦더니…작년보다 빨라진 봄 축제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