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대형마트 규제 완화 재부상…“민생 위해 규제 풀어야”

박세환 2023. 11. 21. 18:5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0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대형마트에서 이용객이 쌈채소를 고르고 있다. 윤웅 기자


총선을 앞두고 지난 11년간 이어진 대형마트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수면 위로 떠 오르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폐지 또는 완화하고, 온라인 배송도 허용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정부와 여당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대형마트 규제가 골목상권을 살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야당은 소상공인과 골목 시장 보호를 내세우며 규제 완화에 반대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22일 법안소위를 열고 대형마트 영업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을 논의한다. 다만 여야 간 이견이 극심해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대형마트 규제로 지방은 ‘배송 소외’
대형마트 규제가 본격화 한 건 이명박정부 때인 2012년이었다. 당시 전통시장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도입된 유통법의 핵심은 대형마트 월 2회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자정~오전 10시 영업 불가)이었다. 이에 따라 대부분 지방자치단체는 매월 둘째·넷째 주 일요일을 마트 의무휴업일로 지정하고 있다.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는 마트 발(發) 온라인 배송도 막았다. 현재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대형마트는 휴일이나 새벽 시간에 매장을 거점으로 하는 온라인 배송을 하지 않는다. 유통법에 휴일·새벽 배송을 금지하는 내용이 명시된 건 아니다. 다만 2012년 말 법제처가 매장을 물류센터로 활용해 휴일 등에 온라인 배송을 하는 것은 사실상 점포를 개방하는 것과 같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것이 금지 규정으로 작동하고 있다.

국내 대형마트 3사 가운데 이마트가 수도권 일부 지역에 제한된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행하는데, 이 역시 마트 차원이 아니라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 ‘쓱닷컴’을 우회적으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현재 쓱닷컴은 용인과 김포에 있는 세 곳의 물류센터를 통해 서울과 인천, 경기 고양·의왕 등 일부 수도권 지역에 새벽배송을 하고 있다. 때문에 물류센터에서 거리가 있는 서울 강동구와 경기 하남·과천·시흥 주민들은 새벽배송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다. 롯데마트나 롯데슈퍼, 홈플러스, 홈플러스익스프레스는 전국 각지에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지만 배송 없이 하역(물품을 싣고 내리는 운반 활동)만 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배추가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되어 있다. 연합뉴스


정부 규제를 받지 않는 쿠팡이나 마켓컬리 등 e-커머스 업체들의 새벽 배송 서비스도 주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등에 집중돼 있다. 강원, 전남, 제주 등의 주민은 아직도 새벽 배송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 업체는 물류센터가 부족하고, 대형마트는 규제 탓에 온라인 배송을 하지 못하면서 지역 주민들이 그 피해를 떠안게 된 셈이다.

실제 ‘배송 소외’를 겪는 소비자들의 불만은 크다. 지난 7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새벽 배송에 대한 이용현황과 이용 의향’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 3명 중 2명(67.6%)은 집 근처 대형마트에서 새벽에도 상품을 받아볼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새벽 배송 서비스 미제공 지역 소비자 500명 중 84%는 새벽 배송 서비스 제공 시 이용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회에는 마트가 문을 닫는 새벽 시간대와 휴업일에도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취임 전 국회 서면 질의답변서에서 법 제정·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유통법을 꼽기도 했다. 하지만 다수 야당 의원들의 반발로 법안 심의가 공전하는 상황이다. 여권 관계자는 “22일 법안소위에서도 개정안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시대 달라졌는데…“규제 푸는 게 민생대책”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 폐지·완화도 과제로 꼽힌다. 이는 윤석열정부가 ‘규제개혁 1호’로 꼽았던 안건이기도 하다. 유통법상 지자체장은 매월 이틀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되, 이해 당사자와 합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 날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다.

대구광역시는 지난 2월 광역지자체 중 처음으로 마트 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인 월요일로 전환했다. 이후 6개월간 휴업일 전환 효과를 분석한 결과 대구 전통시장의 매출은 전년 대비 32.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의무 휴업을 평일로 바꾼 뒤 전통시장 매출이 오른 것이다. 다만 소상공인연합회 등은 코로나 기간이던 지난해와 매출을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발했다. 아직 대구처럼 의무휴업일을 바꾸려는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지자체는 없다. 이에 정부 차원에서 의무휴업일 조정과 관련한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재계에선 시대착오적인 대형마트 규제를 푸는 것이 실질적인 민생대책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산업부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국내 유통업체 전체 매출 가운데 27.8%를 차지했던 대형마트 3사의 비중은 지난해 14.5%까지 쪼그라들었다. 반면 지난해 온라인 쇼핑몰의 매출 비중은 48.6%에 달했다. 마트가 쉬는 휴일에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이 아닌 온라인 유통 채널을 이용하면서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모두 피해를 본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이은철 대한상의 유통물류정책팀장은 21일 “산업과 소비 구조가 달라진 상황에서 대형마트 규제가 능사는 아니다”라며 “소비자의 권리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되, 대형마트 차원에서 소상공인과 상생할 방안을 마련할 여지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