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가 투구 끝낼 때마다 타월 감고 등장했다던 이 배우

이번엔 ‘좀비 헌터’다. 배우 조여정이 영화 <좀비딸>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이번엔 좀비가 된 딸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정환(조정석)의 첫사랑이지만 누구보다 좀비를 혐오하는 어촌 마을 선생님 연화를 연기하며 극의 긴장감을 책임진다. <기생충>을 통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조여정, 지금의 그를 만든 결정적인 장면들을 되짚어 봤다.

좀비딸
감독
출연
이윤창
평점

잡지 모델로 데뷔한 분당 얼짱

조여정 어린 시절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조여정은 1997년, 고등학교 1학년 때 패션 잡지 <쎄씨> 모델로 데뷔했다. 또래보다 이른 나이에 연예계에 발을 들였고, 당시 성남 분당 지역에선 ‘분당 얼짱’으로 유명했다. 원래는 영어 선생님이나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고 입시도 영문과나 신방과를 준비했었는데 엄마가 ‘내 딸은 연극과 쪽이 진로인가 보다’라고 하여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지원했다고. 조여정은 학사 시절과 석사 재학 당시 장학금을 받을 만큼 성적이 우수했다. 아울러 예쁜 외모로 전지현·김소연·소유진과 함께 ‘동국대 연영과 4대천왕’으로 불렸다. 공부도 외모도 연기도 모두 갖춘, 보기 드문 ‘삼박자’ 스타였던 셈이다.

최연소 뽀미언니 기록 보유자

MBC <뽀뽀뽀> 방송 캡처

잡지와 CF에서 얼굴을 알린 지 1년 만인 1998년, 조여정은 MBC 어린이 프로그램 <뽀뽀뽀>의 15대 뽀미언니로 발탁된다. 당시 조여정의 나이는 만 17세로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는 ‘최연소 뽀미언니’ 기록을 보유 중이다. 노래, 율동, 연기까지 어린이들과 소통하는 다재다능함이 인정받은 순간이었다. ‘귀엽고 맑은 이미지’는 이후에도 오랫동안 그를 따라다녔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향후 배우로서 새로운 이미지 구축에 있어 도전 과제로 남기도 했다.

동안 외모 탓에 오히려 캐스팅 무산?

SBS <강심장> 방송 캡처

조여정은 이른 나이부터 베이비페이스와 글래머러스한 외모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지나치게 ‘귀여워 보이는’ 인상 탓에 오히려 캐스팅에서 제외된 경험도 있다. 2010년 출연한 SBS 예능 <강심장>에서는 “30대였는데, 작가가 날 보고 ‘이렇게 인형 같을 줄 몰랐다’며 당황하더니 다음 날 캐스팅이 바뀌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사자에겐 분명 아쉬운 일이었지만, 동시에 그는 ‘어린 이미지’에 머물지 않고 이후 다양한 역할을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갔다.

야구팬들이 잊지 못하는 그 얼굴

송월타올 광고 캡처

야구팬이라면 ‘송월타올 조여정’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2000년대 중반, 송월타올 광고가 야구 중계 중 끊임없이 노출되면서 조여정은 ‘야구장 CF 여신’으로 급부상했다. 마침 롯데 자이언츠가 로이스터 감독 아래 전성기를 누리던 시기라, “이 미인은 대체 누구냐”는 궁금증이 줄을 이었다. 박찬호의 MLB 선발 등판 때마다 투구를 끝낸 후 조여정이 상큼한 모습으로 광고에 등장해, ‘박찬호와 연결하자’는 팬덤 농담까지 나왔을 정도다.

<방자전>, 배우 인생의 대전환점

<방자전>
<기생충>

오랜 시간 ‘착하고 단아한’ 이미지로 굳어져 있던 조여정은 2010년 영화 <방자전>을 통해 파격적인 변신을 감행한다. 많은 여배우들이 노출 수위 때문에 고사했던 배역이었지만, 그는 “기회가 절실했다”며 과감히 선택했다. 결과는 대성공. 전통적인 ‘춘향’ 이미지를 뒤엎는 입체적 연기로 호평받았고, 흥행 역시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후 그는 <기생충>의 ‘연교’로 또 한 번 연기 변신에 성공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는다. <방자전>은 그런 조여정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 작품이었다.

차기작은 이창동 감독과 함께

조여정 (사진: 높은엔터테인먼트)

<기생충>으로 칸과 아카데미를 모두 밟은 조여정은, 차기작으로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 출연을 확정했다. <버닝> 이후 7년 만에 복귀하는 이창동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으로, 설경구·전도연·조인성과 함께하는 ‘드림팀’에 합류한 셈이다. 조여정은 지난해 <히든페이스> 올해 <좀비딸>에 이어 연내 개봉 예정인 <인터뷰>, 디즈니+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까지 다작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연기, 작품 선택, 필모그래피 모두에서 새로운 궤도를 그리고 있는 지금, 배우 조여정은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다. 짝사랑은 끝나지 않았고, 더 깊어지고 있다는 것을.

나우무비 에디터 썸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