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더 배워야 하나"…놀라운 연구 결과 나왔다

이휘경 2026. 7. 6.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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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이휘경 기자]


외국어를 여러 개 구사하는 사람일수록 뇌 활동 지표로 추정한 '뇌 나이'가 실제보다 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제2 언어를 이른 나이에, 높은 수준까지 익힐수록 뇌 노화가 늦춰지는 경향도 확인됐다.

스페인 산세바스티안 소재 바스크 인지·뇌·언어 센터의 루시아 아모루소 박사 연구팀은 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신경과학회연맹(FENS) 포럼 2026'에서 이런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는 칠레 아돌포 이바녜스대 라틴아메리카 뇌건강연구소, 아르헨티나 산안드레스대 인지신경과학센터, 아일랜드 트리니티칼리지 더블린 글로벌뇌건강연구소 등이 함께했다.

인간의 뇌에는 평균 860억개의 뉴런(신경세포)이 있고, 이들이 다른 뉴런·세포와 신호를 주고받는 통로인 시냅스 연결은 100조~1,000조개에 달한다. 나이가 들수록 이 연결성이 약해지고 기억력과 사고 속도도 함께 떨어진다.

연구팀이 주목한 곳은 스페인 바스크 지역이다. 스페인어, 바스크어, 프랑스어, 영어 등 두 개 이상의 언어를 함께 쓰는 사람이 많은 곳이다.

연구진은 우선 연령과 언어 능력이 다양한 728명의 뇌 활동을 뇌자도검사(MEG)로 측정해 '뇌 노화 시계'를 만들었다. MEG는 뇌세포가 활동할 때 발생하는 미세한 자기장을 재는 검사다. 이어 인공지능(AI)으로 나이별 정상적인 뇌 연결성 수준을 계산한 뒤, 별도의 144명 집단에서 실제 나이와 추정 '뇌 나이'를 비교했다. 이 집단은 구사 언어가 1개·2개·3개·4개인 사람들이 같은 수로 구성됐다.

결과는 뚜렷했다. 2개·3개·4개 언어를 쓰는 사람들의 뇌는 단일 언어 구사자보다 '뇌 나이'가 각각 6년, 7년, 13년 젊게 나타났다.

아모루소 박사는 "간단히 말하면, 더 많은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은 실제 나이에서 예상되는 것보다 더 젊어 보이는 뇌를 가진 경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효과는 구사하는 언어의 수에만 관련된 것이 아니었다. 더 높은 언어 숙련도와 더 이른 제2언어 습득도 뇌 노화가 더 지연되는 것과 관련이 있었다. 이는 다언어 경험이 하나의 기울기로 작용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단순히 이중언어 사용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언어 경험의 깊이와 기간의 문제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참가자의 나이, 성별, 교육 수준 같은 요인은 감안했다면서도, 생활방식이나 사회적 참여처럼 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요인의 잠재적 영향은 배제할 수 없다고 신중한 해석을 당부했다.

연구팀은 향후 알츠하이머병처럼 뇌 노화와 회복탄력성이 중요한 신경퇴행성 질환 환자에게도 같은 분석을 적용할 계획이다. 서로 매우 비슷한 언어를 함께 쓰는 경우 뇌에 더 큰 영향을 주는지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아테네 국립 카포디스트리아스대의 크리스티나 달라 교수는 "이 연구는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언어를 배우는 것이 우리의 뇌가 더 오랫동안 젊음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더 일찍 시작할수록 더 좋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어느 나이에든 다른 언어를 배워야 할 좋은 이유는 많다. 사회적 이유, 문화적 이유, 그리고 뇌 건강을 위한 이유가 있다"며 "그러므로 어렵더라도 학교에서, 그리고 평생에 걸쳐 언어 학습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경과학자인 달라 교수는 FENS 포럼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이다.

해석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러프버러대 이프 호거보스트 교수는 다언어 사용이 더 나은 뇌 회복탄력성과 관련이 있음을 시사하는 점은 맞다면서도 "여러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더 건강한 생활방식을 실천하거나, 독서, 평생학습, 악기 연주 같은 다른 보호적 환경과 활동에 더 잘 접근할 수 있는 경우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휘경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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