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 돌았나 안 돌았나' 미국도 '배치기' 항의 사라진다...트리플 A에서 '체크스윙 챌린지' 실험 시작
-배트 헤드 45도 기준… 삼진율 3% 감소 효과 확인
-2루 위치 이동·선발 재투입 등 마이너리그 전방위 실험

[더게이트]
배트가 돌아갔는지 아닌지를 두고 타자와 심판이 벌이던 해묵은 실랑이가 조만간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 모른다.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이 마이너리그를 실험실 삼아 규칙 개정에 나섰기 때문이다. 체크스윙 챌린지는 물론 베이스 거리 조정, 선발 투수 재투입까지 야구의 상식을 뒤엎는 실험들이 그라운드 위에서 동시에 펼쳐질 전망이다.
체크스윙은 오랫동안 야구에서 암묵지의 영역이었다. 메이저리그도 KBO도 다르지 않았다. 야구 규칙상 스윙은 '타자가 쳤으나 투구에 배트가 닿지 않은 것'으로만 규정되어 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스윙인지, 기준 자체가 없었다. 미국에서 현역 심판으로 활동 중인 이금강 칼럼니스트는 "최초의 야구 규칙책부터 현재까지 프로야구 단계에서 체크스윙에 대한 정의가 내려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짚었다.

MLB 체크스윙 기준선은 45도
다만 앞으로는 그런 풍경을 보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17일(한국시간) 팬그래프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MLB 사무국은 오는 5월 5일부터 트리플A 퍼시픽코스트리그(PCL)에 '체크스윙 챌린지' 시스템을 도입한다. 타자·투수·포수가 심판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면 배트 추적 기술로 판정을 번복할 수 있는 제도다. 각 팀에는 기존 챌린지와 공용으로 쓰는 2회의 기회가 주어지며, 번복에 성공하면 기회를 유지한다.
이번 도입의 핵심은 기준선 설정이다. MLB가 택한 기준은 '45도'다. 배트 헤드가 손잡이를 기준으로 45도 각도를 넘어서야 스윙으로 간주한다. 1·3루 파울라인과 평행을 이루는 지점까지 배트가 돌아가야 스윙이 인정되는, 상당히 관대한 기준이다. 팬그래프 필자 에릭 롱겐하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윙 기준이라고 여기는 지점보다 훨씬 더 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증은 어느정도 끝났다. 지난해 로우 싱글 A와 애리조나 가을리그(AFL) 시험 운영 결과, 체크스윙 챌린지 도입 후 삼진율이 3% 이상 감소하고 인플레이 타구가 늘어났다. 45도를 넘기는 스윙이 의외로 드물다 보니, 삼진 선언이 번복되는 사례가 잇따랐다. 한편 트리플A 인터내셔널리그(IL)에서는 챌린지 권리는 주지 않되 심판에게 45도 기준을 잣대로 삼도록 지시해, 챌린지 시스템의 순수한 효과를 측정할 계획이다.

23cm 가까워진 베이스와 '선발 재투입' 실험
MLB 사무국은 경기 속도와 역동성을 높이기 위한 칼도 빼 들었다. 메이저리그 피치클락 도입 이듬해인 2024년 2시간 36분이던 평균 경기 시간이 2025년 2시간 38분으로 늘어나고 도루 성공률까지 떨어진 데 따른 조치다. 선수들이 규정의 허점을 파고들면서 피치클락의 효과가 퇴색했다는 판단이다.
사무국이 먼저 막으려는 건 두 가지 우회 꼼수다. 트리플A에서는 포수가 수비 사인을 전달하러 자리를 비울 때 피치클락이 멈추던 관행을 없앤다. 9초 이하가 남은 상태에서 포수 자리로 돌아오지 않으면 즉시 자동 볼이 선언된다. 또 더블A에서는 투수가 타자 한 명을 상대하는 동안 마운드를 이탈할 수 있는 횟수를 기존 2회에서 1회로 줄인다. 두 번째 이탈 후 주자 전원이 귀루하면 모든 주자에게 진루를 허용하는 페널티도 따라붙는다. 이런 제도는 테스트를 거쳐 메이저리그 경기에도 도입될 가능성이 있다.
베이스 사이의 물리적 거리도 좁아진다. 인터내셔널리그는 2026시즌 하반기부터 2루 베이스 위치를 마운드 쪽으로 약 23cm 이동시킨다. 이는 과거 베이스 크기를 키웠을 때보다 두 배의 거리 단축 효과를 낼 전망이다.
또 루키리그에서는 선발 투수 재투입도 시험 운영한다. 한 이닝에 25구 이상 던지다 강판된 선발 투수를 다음 이닝에 한 번에 한해 다시 마운드에 올릴 수 있도록 하는 규칙이다. 제구 난조로 일찍 내려간 어린 투수들을 보호하고 불펜 소모를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사무국은 이 규칙이 빅리그 도입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선수 보호와 개발 목적임을 명확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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