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성폭행 피해자의 부서진 일상, 가해자들은 지금...
7개월동안 지속된 집단성폭행. 2020년 10월 경찰 수사는 시작됐지만 지역사회에서 꼭꼭 숨겨졌고, 경찰 수사 개시부터 검찰의 기소까지 2년 1개월(2022년 11월 불구속 기소)이 걸린 사건. 2024년 2월에 1심, 지난 7월 항소심 결과가 나왔다. 경찰 수사 시작부터 계산하면 사법적 판단에 약 3년 5개월이 걸렸다. 바로 '충북 충주시 고교생 집단성폭행사건' 이야기다. <충북인뉴스>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2020년 충주 고교생 집단성폭행 사건의 이면을 연속으로 보도한다. <기자말>
[충북인뉴스 김남균]
'충주 고교생 집단성폭행 사건', 피해자의 삶은 산산이 파괴됐다. 지역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겼지만 결국 학업을 마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는 현재 언론과 여성단체와의 접촉도 일절 피하고 있다. 반면 가해자들의 삶은 별로 변한 것이 없었다. 무리 없이 고등학교를 마쳤고, 대학에 갔다. 일부는 가족과 국내로, 국외로 여행을 다녔다.
피해자에게 가해자들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이는 2020년 10월 학교 선생님과의 상담 과정에서 잘 드러난다.
피해자가 원한 것은 단 하나였다. 가해자와 마주치지 않게 '조퇴 시켜 달라'는 것이었다. 성폭행 사실을 들은 선생님은 가해자들이 처벌 받도록 '경찰에 신고할 것'을 제안했었다.
항소심 판결문에 따르면 경찰에 신고하자는 선생님의 말에 피해자는 "신변 안전을 우려해 경찰 신고를 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학교 선배인 가해자들을 경찰에 신고할 경우 그 사실이 외부에 알려져 신변의 위협을 위협이 생길 것을 우려했다"라고 명시했다.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충북인뉴스>에 "당시 이 건을 다룬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내용을 확인한 결과, '가해자를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선생님의 말에 피해자는 '경찰에 신고하면 저 죽을 거예요'라고 했다"라고 전했다. 가해자들로부터 신변의 위협을 느낀 피해자는 결국 지역을 떠났다.
이 관계자는 "당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2020년 10월 말에 열렸는데, 피해 학생은 참석하지 않았다"면서 "학폭위가 열리고 열흘 정도 뒤인 11월 초에 피해학생은 OO도 △△시로 전학 갔다"고 설명했다. 충주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전학 간 피해학생은 결국 학업생활을 포기했다"라고 전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은 가해학생에 대해 정도에 따라 '서면사과'에서부터 봉사활동, 출석정지나 전학과 퇴학 처분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별 적용 세부기준'에 따르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심의위)'는 가해학생이 행사한 폭력의 ▲심각성 ▲지속성 ▲고의성 정도 ▲가해학생 반성 정도 ▲피해학생과의 화해 정도 등 5개 영역의 각 4점씩 평가한다. 그 점수에 따라 조치를 취한다.
폭력 정도가 심할수록 항목당 큰 점수를 받게 돼있다. 5개 항목이므로 최고점은 20점. 점수에 따라 제일 낮은 조치사항은 '서면 경고'이고, 가장 강력한 조치사항은 '퇴학' 처분이다. 전학 처분은 퇴학보다 한 단계 낮은 조치다.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당시 열린 학폭심의위는 가해자들에게 '전학'을 결정했다. '퇴학' 처분이 가능한 점수가 집계됐는데도 말이다.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는 그 이유에 대해 "학폭심의위는 '가해자들에게 퇴학 처분을 내리면 이들이 다시 모여 충주 지역에서 제2, 제3의 범죄를 행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래서 가해자들이 한 군데로 모이지 않도록 충주시 이외의 시·군 지역에 전학을 보내, 서로 어울리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9명 중 단 2명만 직접 반성문 제출
가해자들은 재판과정에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을까? 대법원 사건검색을 통해 확인한 결과, 가해자 중 7명은 1심 판결 선고된 2024년 2월 1일까지 법원에 '반성문'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심은 2023년 4월에 시작했었다. 보통 피고인들은 재판 진행 기간에 피해자가 입은 피해에 대해 합의하고, 반성문을 반복해 제출하곤 한다. 합의·반성문이 양형 감경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성폭행을 주도하고 가장 높은 형을 선고받은 A의 경우, 반성문을 전혀 제출하지 않았다. 다만, A의 어머니가 6회에 걸쳐 반성문을 냈다. 다른 가해자 중 한 명은 1심 선고를 일주일 앞둔 2024년 1월 23일에, 또 다른 가해자 중 하나는 1월 25일 한 차례 반성문을 제출했다. 전체 피고인 9명 중 단 2명만이 직접 반성문을 제출했던 것이다.
피해 보상을 하려는 시도도 피고인 9명 중 1명에 불과했다. 재판기록에 따르면 가해자 부모 1명이 2023년 8월 보상금을 법원에 공탁했다.
자신이 쓴 반성문을 제출하지 않은 A는 2022년 해외여행을 떠났었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여행사진을 올렸다. 이 때는 경찰이 사건을 검찰로 송치한 이후로, 아직 기소되지 않은 시기이기도 하다.
A는 이밖에도 지인들과 술을 마시는 사진, 강아지·고양이와 어울리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 아버지와 함께 여행중이라는 소식도 알렸다. A가 올린 게시물엔 같은 혐의로 기소된 가해자들이 댓글을 달며 서로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다른 가해자들 대부분은 소셜미디어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한 상태다.
(* ④번 기사로 이어집니다.)
[지난 기사]
① 7개월간 지속된 집단성폭행, 판결까지 3년 넘게 걸린 이 사건 https://omn.kr/29p4n
② '지역 유지 자제 집단성폭행 연루' 소문... 언론·시민사회도 침묵 https://omn.kr/29sau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건희 명품백 수사심의위 시즌2, 결론 바뀌면?
- 개 안고 나온 윤 대통령 부부에 누리꾼들 '버럭', 왜?
- 고향 갈 표 아직 못 구했다? 일단 여기로 가시면 좋습니다
- 이 동네책방이 4년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
- 씨름 중 심판 때린 일본 배 선원... 한국인 가슴에 불 질렀다
- "쿠팡 심야 일용직 같이 하자했는데... 3일 만에 남편 잃었습니다"
- 4년간 지켜봤습니다... 위험에 빠진 하시동·안인 해안사구
- 9월 중순인데 낙동강-지천-저수지 곳곳 녹조 창궐
- 추석연휴 첫날 아침 귀성길 정체... 서울→부산 7시간 10분
- "응급실 뺑뺑이에 구급대 환자이송 1시간 초과사례 22% 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