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로 26세 딸 잃은 아버지의 부치지 못한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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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상은씨의 아버지는 '후...' 숨을 고른 후에야 입을 뗐다.
이상은씨의 아버지는 2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주최로 열린 유가족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편지를 꺼내들었다.
아버지는 "상은이를 보낸 후 살려달라고 애원했을 이태원 참사 현장을 찾아가 우리 딸에게 썼던 편지"라며 "태워서 딸에게 부치려고 했는데 (이태원 현장에서) 태우지 못하게 해 오늘 편지를 부쳐본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상은씨 아버지가 오늘에서야 부친 편지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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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기자]
▲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민아의 아버지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상은씨의 아버지는 '후...' 숨을 고른 후에야 입을 뗐다. 1997년 6월 29일 태어나, 2022년 10월 29일 숨진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기 전, 쉬이 말이 나오지 않는 듯했다.
이상은씨의 아버지는 2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주최로 열린 유가족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편지를 꺼내들었다.
아버지는 "상은이를 보낸 후 살려달라고 애원했을 이태원 참사 현장을 찾아가 우리 딸에게 썼던 편지"라며 "태워서 딸에게 부치려고 했는데 (이태원 현장에서) 태우지 못하게 해 오늘 편지를 부쳐본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편지를 읽은 뒤 <한 말씀만 하소서>를 인용해 절규했다. 아버지는 "상은이 대신 절규해본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국가는 어디에 있었는지 무엇을 했는지 이제는 국가가 답해야 한다"라며 "한 말씀만 하소서, 제발 한 말씀만 하소서"라고 토로했다.
▲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입장발표 기자회견' 시작에 앞서 희생자들을 위해 묵념하고 있다. 맨 왼쪽이 희생자 이상은씨의 아버지. |
ⓒ 공동취재사진 |
다음은 이상은씨 아버지가 오늘에서야 부친 편지 전문이다.
상은아, 잘 가라.
이 세상에 네가 없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구나. 이제 별이 된 사랑하는 우리 딸 먼저 보낸 미안함에,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에, 억장이 무너지는 원통함에 가슴을 치며 통곡해 보지만 눈물로 채운 가슴에 갈수록 그리움과 아련함이 가득하구나. 꽃다운 청춘 펼쳐보지도 못하고 꽃이 져서 별이 됐네. 사진 속에선 환하게 웃고 있는데 너희 방에 꽃내음과 향 내음만 가득하구나.
보고 싶구나... 매일 아침 '밥 먹자' 하면 맞벌이하는 엄마 아빠 걱정할까 봐 투정 한번 없이 함께해 준 우리 딸. 부르면 금방이라도 걸어 나올 것만 같은데 아무리 불러봐도 대답이 없구나. 대학 졸업과 함께 열심히 준비해서 미국 공인회계사 합격하고 '아빠 나 합격했어' 하고 울먹이던 너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으며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너를 보내고 이튿날, 너희 핸드폰으로 그렇게 가고 싶어 했던 회사에서 좋은 소식의 문자가 날아왔는데 너는 갈 수가 없구나. 너무 원통하고 안타까워 또 통곡을 했다.
네가 태어나서 아빠 가슴에 처음 안겼었을 때의 따스함처럼, 재가 되어 아직도 식지 않은 따뜻한 너를 가슴에 안고 너를 보내러 내려가는 버스 안에서 살아 있을 때 사랑한다고 자주 안아주지 못한 것이 얼마나 후회가 되었는지...
이제는 보내줘야 한다고 한다. 엄마 아빠가 너를 보내줘야만 네가 마음 편히 좋은 곳에 갈 수 있다고 하니 보내주려고 한다. 딸아, 잘 가라. 이모부 꿈에 나타나 '엄마 아빠가 다시 태어난 너를 알아보지 못하더라도 네가 엄마 아빠 알아보고 찾아온다고 했다'고 하니, 다시 태어나서 우리 다시 꼭 만나자.
엄마 아빠 너무 걱정하지 말고, 뒤돌아보지 말고 이승에서의 모든 고통, 아픔, 슬픔 모두 버리고 힘내서 잘가거라. 엄마 아빠도 우리 딸이어서 너무 고마웠다.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한다.
- 25년 4개월을 함께 해 준 사랑하는 딸, 상은이를 보내며 엄마 아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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